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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취를 따라 역사의 시간을 걷는 길

청산도 슬로길3코스

  • 김미경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6.06.29 22:38
  • 수정 2016.07.0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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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코스 고인돌 길은 4.54km로 88분정도 소요되는 길이다.

이번 길은 항구와도 가깝고 수많은 이야기와 흔적들을 만날 수 있는 코스인데도 2코스의 끝인 읍리 앞개에서 바다로 4코스길이 바로 연결이 되기 때문에 생략이 되거나 놓치기 쉬운 아까운 길이다.

3코스 길은 청산도의 오래전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는 길로 청산도여행이 바쁘지 않을 경우 꼭 챙겨서 속을 드려다 보며 걷는다면 한없이 충만감을 주는 코스이다.

여행을 하다보면 오히려 유명여행지의 옆 동네가 맛집 근방의 작은 식당이 더 멋스럽고 맛스러웠던 경험과 조금만 더 비켜서서, 조금만 더 떨어져서 바라보면 예기치 못한 기쁨을 만날 수 있었던 경험을 3코스 길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당리와 읍리마을은 1코스길인 서편제 길에서 본다면 커다란 연꽃 봉우리 속에 들어 있는 마을로 풍수학 적으로도 아주 편안한 지세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3코스 중 일부는 당리에서도 걸을 수 있는데 마을 초입에 역사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당리 마을이라고 새겨 놓았을 정도로 옛 사람들의 흔적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걷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마을 안에는 소박한 초가가 서편제 촬영당시의 모습그대로 잘 보존되어있고 마을을 빙 둘러진 청산 진성 길에서 보는 바다와 당리와 읍리마을의 정경은 1코스인 서편제 길에서 바라보는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천혜의 군사적 요충지였던 당리 마을을 바라보면 서편제의 유봉이 불렀던 사철가의 한 대목처럼 그 옛날 우리 조상님들이 힘든 삶속에서도 한잔 더 먹소, 그만 먹게 하면서 거치적거리며 살았을 따뜻한 모습들이 그려진다.

이웃해 있는 읍리마을은 세계적인 항공 사진작가 얀 야르튀스 베르트랑의 작품에도 있는 마을이기도 하다. 하늘에서 본 한국이라는 책자에 소개된 하늘에서 내려다본 읍리 마을은 구불구불 돌담길과 형형색색의 지붕이 가장 한국적인 느낌이 잘 살아있는 마을로 표현되었고 만약 땅에서 사진을 찍는다면 “어디를 가장 가고 싶냐?” 묻는 기자의 질문에 “완도 청산도의 읍리마을을 방문하고 싶다”고 했다니 청산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이 처음 오는데도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한결같이 말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뿐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청산도는 편안한 고향의 느낌을 주는 곳이 분명하다.

읍리마을 회관 앞에는 들 독이라 쓰인 돌이 전시되어 있다. 옛날 마을의 청년들이 힘자랑하기도 하고 이웃동네 청년들이나 장가를 오는 새신랑에게 들독을 들어야 마을로 들어오게 했다는 돌로 힘깨나 쓴다면 한 번 들어보기를 시도해 보시는 것도 재미있는 추억거리가 되겠다.

읍리 마을은 돌담으로 된 골목길도 상당히 정겹기도 하거니와 마을에 우물이 6개나 있는데 새박샘, 서팬샘(서편샘), 동팬샘, 윗샘, 아랫샘, 아네미샘등 왠지 정감가는 이름들의 우물만 찾아봐도 마을 탐방의 즐거움이 배가 될 것이다. 이곳의 우물들은 여전히 생활용수나 식수로 이용되고 있고 김장철이면 그 우물에서 이웃들과 함께 배추를 씻고 소금에 절구고 물을 빼는 김장의 공동 작업이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혹여 김장김치라도 담그는 날, 읍리를 지나친다면 막 담근 김치와 수육을 먹자며 기꺼이 손 내미는 어른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정이 넘치는 어르신들은 최근에 쓸모없던 마을 창고를 깨끗하게 정비하여 청산도를 찾아오는 분들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마을을 방문하게끔 집집마다에 있는 오래된 물건들을 모아 전시해 놓은 마을 박물관으로 만들어 놓기도 하셨는데 문화예술에 대한 열망이 어느 도시에 있는 마을주민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멋진 마을이다.

마을 큰 길에 있는 고인돌과 민간신앙과 불교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하마비를 보면 청산도가 참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사람과 함께 살아 숨 쉬며 아름다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었음을 알 수 있고 그 중심에 분명 읍리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 근방의 청룡공원은 어떤가! 느티나무, 팽나무, 소나무, 느릅나무 등 서로 달라도 너무 다른 제각각의 나무가 묵묵히 자신들의 자리를 기꺼이 양보하며 오랜 세월을 의지하면서 마을을 지켜온 풍경은 여행자들에게 잠시나마 이기적인 마음들을 내려놓게 하는 조용한 가르침을 보여준다. 들 가운데 청룡의 꼬리부분에 나무를 심어 마을의 좋은 운들을 바다로 못 빠져 나가게 했다니 청룡공원에서 헛된 욕심은 버리되 자신이 최선을 다해 이룰 수 있는 소원하나 빌어보는 것도 좋겠다.

아주 오랜 옛날 고인돌을 이루며 살았던 태고 적부터 조선시대 청산진성으로 이어지는 시간이 느릿느릿 흘러가는 여행, 그렇게 역사의 시간을 걸어서 다시 바다로 걸음을 재촉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