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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종기 평화로운 마을이 한눈에”

완도의 산들 : 청산도 대봉산~보적산②

  • 이승창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6.06.23 10:46
  • 수정 2016.06.2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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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청산도 산행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종주산행이다. 최고봉인 매봉산을 오르지 않고 이 코스를 택한 것은 여러 봉우리들을 거쳐 가며 섬 안의 이곳저곳을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행자와 함께 도청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신흥리까지 이동했다. 정류장에서 내려 찻길을 따라 진산리 방향으로 약 1㎞쯤 걸어가니 왼쪽으로 이정표가 세워진 들머리가 있다. 이곳 신흥리 보리마당에서 대봉산, 대성산, 대선산, 고성산을 거쳐 도로를 가로 질러 보적산까지 이어지는 코스의 거리는 약 10㎞ 정도다.

완만한 경사를 따라 천천히 30분쯤 오르니 널따란 바위가 펼쳐져 있다. 마당바위다. 주변이 막힘이 없이 확 트여 건너편에 매봉산과 보적산이 병풍처럼 두르고 있고 그 아래 옹기종기 둥지를 틀고 있는 평화로운 마을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아름다운 경치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바위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잠시 후 대봉산을 향해 산행을 이어간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니 동북쪽 방향으로 진산리 해변이 보이고 바다 건너 생일도와 조약도 등 줄지어 떠있는 남해의 아름다운 섬들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대봉산 정상에 발길이 닿았다. 섬의 북쪽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다. 하지만 높이는 불과 379m로 육지라면 뒷동산으로 취급받을 정도의 낮은 봉우리다. 뱀이 많은 섬이라고 발아래를 조심하라는 주의를 들었는데, 대성산으로 가는 길에 햇볕에 젖은 몸을 말리러 나온 독사를 만났다. 초록은 더욱 짙어지고 있고, 바다 건너 하늘에는 마치 산 능선이 이어지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구름이 하얀 도화지 위에 잿빛 줄을 그어 놓았다. 대봉산에서 대성산으로 가는 길에 이정표를 만났다. 부흥리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지점이다. 이정표에서 조금 더 올라가니 풀섶에 가려져 있는 돌담이 보인다. 예전에 헬기장터가 있었던 곳인데 요즘은 사용하지 않아서인지 유심히 보지 않으면 그 흔적을 찾기가 힘들다.

대성산을 지나서부터는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돌담은 묘지 둘레를 들짐승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쌓아놓은 것인지 밭둑을 돌담으로 쌓은 것인지 용도를 알 수가 없다. 잠시 후 이정표를 만난다. 고성산 분기점으로 여기서부터는 다시 오르막길이 시작되어 대선산 200m 전에 있는 대선산 분기점의 이정표를 만나게 된다. 오르막에 올라서니 대선산 분기점을 마주친다. 오른쪽으로 200m쯤 가니 대선산이란 표지석이 서있다. 하지만 나무에 가려 주변을 조망할 수 없다. 왔던 길을 되돌아와서 분기점에서 발걸음을 오른쪽으로 돌려 고성산으로 향한다.

대선산 분기점 내리막 길 전망이 좋은 바위다. 오른쪽으로 보적산(330m)와 왼쪽 건너편으로 청산도 최고봉인 매봉산(387m)이 보인다. 바로 앞 봉우리는 고성산(310m)이다.

대선산 분기점에서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오니 전망이 좋은 바위가 나온다. 바위에 서서 보니 오늘의 산행 목적지인 보적산이 오른쪽으로 버티고 있고, 왼쪽 건너편으로 청산도의 최고봉인 매봉산이 보인다. 바로 앞에 보이는 봉우리는 고성산이다. 왼쪽으로 청산도의 동부지역 마을들인 신풍리, 부흥리, 양지리, 신흥리, 중흥리, 원동리, 상서리, 동촌리 등 여러 마을이 옹기종기 자리잡고 있다. 바위에서 내려와서 다시 오르막길을 오르려는 지점에서 세월의 덧없음을 보여주는 묘를 만났다. 비석을 보니 권세를 누렸을 법도 한데 돌봐주는 후손이 없는지 잡초에 덮혀 있고 묘 앞의 비석은 쓰려져 땅위를 뒹굴고 있다.

잘 닦여진 등산로를 따라 오르니 표지석이 서있고 그 뒤로 돌담이라기보다는 돌의 크기나 쌓은 형태로 보아 석성이라고 보이는 흔적이 보인다. 무너진 석성을 넘어 내리막길을 따라 가니 도로가 나타난다.

면소재지인 도청리에서 동부 마을로 이어지는 찻길이다. 찻길 위의 예비군초소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걸터앉아 떡과 과자 등 간식을 먹고 차를 마시면서 잠시 산행의 피로를 풀어본다.

길을 건너기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데, 읍리 큰재라는 곳이다. 보적산까지는 1.9㎞의 오르막길을 걸어야 한다. 숲이 제법 우거져 있다. 얼마쯤 걸어가니 청계리와 구장리를 이어주는 분기점 이정표가 보인다. 숲길이 끝나고 하늘이 환하게 보이는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간다. 머리 위로 보적산이 버티고 있다.

보적산 바위 위에 올라서니 주변이 막힘이 없이 뚫려있다. 걸어왔던 능선길을 바라본다. 다시 걸어 표지석이 있는 지점으로 자리를 옮겨 동쪽으로 매봉산, 장기미 해변이 있고 동남쪽으로 범바위, 권덕리, 화랑포 등이 시원스럽게 보인다. 보적산에서 내리막길을 따라 05㎞를 내려오니 임도를 만난다. 낮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이 번갈아 가며 섬의 곳곳을 둘러보면서 산행의 묘미를 느낀 청산도 종주산행을 마무리하게 된다. 다음에 청산도에 오면 최고봉인 매봉산에 오르는 코스를 따라 산행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