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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는 탐욕에 찌든 자본과 권력이다

김영신(민주민생 완도행동 대표)

  • 김영신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6.06.09 15:57
  • 수정 2016.06.1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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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신(민주민생 완도행동 대표)

구의역에서 유명을 달리한 노동자의 발인이 있는 날, 발인할 때가 되어서야 본능에 가까운 마음으로 구의역 노동자의 죽음을 검색했다. 이 어린 노동자의 죽음이 잊히기 전에 나의 기억 속에서만이라도 이 죽음을 정리하고 기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수많은 애도의 마음들이 있었고, 한동안 미디어의 중심에 있었던 사건이지만, 일상에 매몰되어 살아가는 나에게 구의역 노동자의 죽음을 기억하게 하는 몇 가지 키워드는 컵라면, 19세 청년, 구의역 김군 등이 고작이었다.

미디어의 조각들이 내게 남겨준 조악한 이미지의 합은 어린 청년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고, 그의 가방 속에서 나온 컵라면은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슬프고 안타깝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은 정치적 공방의 소재로 이 안타까운 청년의 죽음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 정도였다.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관리하는 서울메트로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은성 psd라는 회사에 관리업무를 하청 준다. 어쩌면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 이 구조가 사실은 19세 청년 노동자의 죽음의 원인이었다. 들여다볼수록 대한민국 사회의 한 단면이 그대로 담겨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년 전부터 대한민국의 효율성 극대화라는 신자유주의적 요구는 공기업 부분에서도 효율성 제일주의를 부추겼고, 이로 인해 공기업의 공적업무와 공공의 이익보다는 적자를 흑자로 전환하는데 더욱 주력하게 되었다.

적자를 많이 내는 안전관리 사업 분야는 위탁할 수밖에 없고, 최저가 낙찰방식의 입찰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 결국 공기업 효율성 확보라는 정책의 이면에는 위험의 외주화와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저가 입찰은 2인1조 관리 시스템에 1명만 투입하게 하는 노동현장을 만들어 냈고, 안전장비도 갖춰주지 않고 위험한 현장에 투입하는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구의역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을 보면서 우리는 스스로 돌아보아야 한다. 공기업의 존재이유는 과연 무엇인가? 전기, 철도, 수도, 항만 등 모든 국민들이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공적이익을 위한 기업이 공기업이다. 이 공기업들의 적자는 국민의 편리함을 위한 비용이며, 최저시급과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조치라는 인식을 확대해야 한다. 공기업의 흑자는 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불편하지만,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한 청년의 슬픈 죽음과 그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국민적 애도라는 개인적 죽음으로 바라보는 언론의 태도다. 시각이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이 청년의 죽음은 비정규직이라는 사회구조 속에서 필연적일 수밖에 없으며,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최저임금을 받으며 위험한 일에 내몰리는 사회적 상황이 지속된다면 구의역 비정규직 노동자와 같은 죽음의 행렬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언론의 태도는 이 죽음에 대한 슬픔과 애도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 죽음의 원인을 진단하고 알려내는 것이어야 한다.

구의역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을 추모하는 청년유니온의 현수막에 적힌 ‘얼마나 더 많이 죽어야 정규직이 될 수 있습니까?’ 라는 글귀가 서글픈 대한민국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비정규직과 동일노동에 대한 차별이 없어지는 날을 꿈꾸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