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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에 목련이 핀 사연

완도읍 가용리 SK 완도주유소 이만수 사장

  •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 입력 2016.03.23 21:33
  • 수정 2016.03.2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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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마당에 만개한 목련꽃이 행인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완도읍 가용리 대로변 SK 완도주유소에 핀 목련 꽃을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차에서 내려 향기에 취하고 사진도 찍는다. 매년 봄마다 장관을 연출하는 목련은 이제 주유소의 명물로 자리잡아 영업 이익은 물론 많은 사람들과 인연도 맺어준다.

완도주유소 이만수(72) 사장은 옛 읍사무소 자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다가 27년 전에 지금 이곳으로 이전했다. 이사하면서 아버지와 함께 작은 묘목 하나를 심었다. 묘목은 매년 쑥쑥 컸고, 자신의 아이들도 나무처럼 잘 자랐으며 사업도 그런대로 번창했다.

목련 뒤쪽과 넓지 않은 안집 마당에 분재와 나무 들이 빼곡하다. 그 사이에 작은 연못도 있고 돌아가는 물래방아에 흐르는 물소리가 정겹다. 이 사장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관리하는 미니 식물원이다.

이 사장 부부는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 몇가지를 소개했다.

오래 전 어느 봄날에 태국에서 온 스님이 제주 가는 배를 타기 위해 주유소 앞을 지나다가 일행이 탄 차량들이 한참을 후진해 주유소로 들어왔단다. 스님은 이 사장에게 목련 꽃 아래에서 공양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허락을 받은 태국 손님들은 자신들이 준비한 식사를 꺼내 공양을 마치더니 명함 한 장을 건네고는 다시 길을 떠났다.

곡성에 있는 전남과학대 이사장 일행의 주유소 방문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인연이 됐다고 했다.

그러나 완도주유소 이 사장 부부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은 따로 있다. 목련이 만개한 봄날, 그의 자손들이 모두 모여 목련꽃 그늘에서 파티를 벌이는 일이란다.

완도주유소와 목련의 이야기를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는 없을 듯 하다. 나무를 장장 27년 동안 애지중지 정성껏 키우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목련 덕분에 주유소 영업 이익이 늘어난 것은 물론, 길손들에게 완도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안기면서 소중한 인연으로 발전했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가족들이 봄날 꽃그늘에서 함께한 행복까지 얻은 것이다. 하찮은 나무가 준 큰 선물이다. 주인이 베푼 은혜에 목련은 그렇게 보답하고 있다. /박남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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