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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 슬로길에서 다시, 봄

청산도 슬로길 연재를 시작하며
김미경(전남도 문화관광해설사, 청산도구들장논 사무국장)

  • 김미경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6.03.22 11:09
  • 수정 2016.04.2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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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리 당집에서 내려다 본 바다 풍경. 청산도 슬로길 1코스(도청항~당리-서편제길~화랑포길)
범바위에서 내려다본 바다 풍경. 청산도 슬로길 5코스(권덕리~범바위~청계리)
지리청송해변. 청산도 슬로길 10코스(지리청송해변~고래지미~도청리 뒷등길)
김미경 문화관광해설사가 상서리 돌담길에서 관광객들에서 즐거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청산도 슬로길 6코스(청계리~구들장논~느린섬여행학교~상서리)
1코스 당집 앞 돌담에 슬로길 표시가 그려져 있다.

이제 다시 봄이다. 파릇파릇 새싹들이 돋아나고 파도를 타고 넘어온 따스한 바람이 코끝을 간지럽히면 ‘봄이로구나!’ 하며 괜스레 설렌다. 청산도의 봄은 항구에서도 빨리 만날 수 있다. 한산했던 도청항에 알록달록 많은 여행자가 붐비기 시작하면 청산도에 봄이 왔음을 알 수 있다.

청산도 여행패턴은 여전히 아침 배 시간에 맞춰 밀물처럼 몰려 왔다가 점심 배 시간에 썰물처럼 빠져 나가는 단체 관광객이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짧은 시간 동안 청산도를 마주하고 가는 여행자들의 경우 좋은 기억을 담고 가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참으로 난감할 수가 있다.

다행히도 해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여행자의 모습은 청산도에서도 볼 수 있다. 계획된 시간에서 최대한 많은 곳을 둘러보는 것이 과거 여행의 대세였다면 최근에는 천천히 오래도록 한 곳을 둘러보는 여행을 하는 이들도 많아졌다는 점이다. 걷기 열풍도 거기에 한 몫을 더 했으리라. 걷는 길도 많아졌고 천천히 걷고자 하는 이들도 많아진 요즘 청산도는 그들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장소가 아닐까.

2007년도에 가고 싶은 섬에 선정이 되고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 인증을 받은 후부터 조금씩조금씩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된 청산도에도 주민들의 마을간 이동통로로 이용되던 길을 주민들이 재정비해서 슬로길이라 이름 붙이고 다시금 생명을 불어넣은 아름다운 길이 생겨났다.

청산도 슬로길은 전체 11코스 17개 길로 42.195km에 이르며 이름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느긋하게 천천히 걷다 보면 지친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는 풍경과 이야기들을 마주하는 길이다.

느림이 주는 여유와 자연과 함께 오롯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기쁨을 누리고자 한다면 청산도의 슬로길을 걸어보시라. 청산도 슬로길에서는 길을 걷는 그 이상의 것을 얻을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그 길 위에서 섬이라는 척박한 환경을 섬사람들이 어떻게 지혜롭게 살아 왔는지를 알게 되고, 섬에서 만나는 나무와 바람과 돌과 파도가 당신과 교감하는 아름다운 경험을 할 수 있으니 이 봄,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가슴 언저리 어디선가 떠나고 싶은 설렘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면 그대, 청산도 슬로길을 걸어보시길.

참으로 걷기 좋은 계절, 다시 봄이다. 겨우내 게을러진 마음 추스르며 걸어야겠다. 문밖을 나서면 슬로길이 내 눈앞에 바로 펼쳐지는 이곳은 누구나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섬, 아름다운 청산도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