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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갯길에 가면 완도의 얼굴이 보인다

완도의 힐링 길: 신지도 명사갯길 ①

  •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 입력 2016.03.03 00:49
  • 수정 2016.03.0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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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 강독휴게소에 주차하고 뒤편으로 난 길로 들었다. 키 큰 소나무 사이로 군데군데 어린 황칠나무가 자라고 있다. 바다가 보이는 전망대에 서니 완도항이 정면으로 보인다.

길을 떠나니 비로소 내가 살던 완도가 보이고 내가 살아야 할 앞날도 보인다. 이래서 길을 떠나는 것일까. 그러나 지금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제부터 나를 찾는 여행을 떠나보자.

전망대를 내려가는 길은 나무 데크로 깔끔한데 옆으로 벚나무들 제법 크다. 벚꽃 피는 4월에 오면 꽃비 맞으며 걸을 수 있어 무척 좋겠다. 사이사이 진달래가 봉오리 머금고 바닥엔 양지꽃 노랗게 피어 봄을 재촉한다.

잘 정비된 이정표에 물아태와 물하태가 섞였다. 목적지를 향해 쉼 없이 갈 것이 아니라면 강독에 들러 잠시 쉬었다 가자. 강독에서 보면 완도의 얼굴이 좀 더 명징해진다. 나의 정체도 또렷해진다.

강독은 신지대교가 개통되기 전 완도에서 신지로 가는 길목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길은 한가하다 못해 텅 비었다. 수협 주유소에 배들만 물처럼 들었다 나갔다 한다. 도로변에 물탱크, 컨테이너, 침대 시트까지 버려져 어지럽다. 이래 뵈도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해안누리길 명소다.

강독 마을 지나 다시 갯길에 올랐다. 여전히 이어지는 벚나무에 전국에서 다녀간 사람들이 묶어둔 리본이 다채롭다. 오른쪽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하고 파도소리는 경쾌하다. 다정큼나무 까만 열매와 맹감나무(청미래덩굴) 빨간 열매는 겨울을 나고도 싱싱하고 사스레피나무에서 나는 냄새는 진하다. 갯길의 청각과 촉각이 나 자신을 찾도록 하니 그야말로 공감각 힐링 길 아닌가. 그러던 중 소나무 하나가 길을 막으며 고개 숙이라고 착하게 살라고 한다.

어류양식장 포장도로를 지나 잠시 두리번거리다가 멀리 가지에 걸린 리본 보고 길을 찾았다. 여기서부터 쥐똥나무, 사스레피나무 등 키 큰 상록수 터널이 길게 한참 동안 이어졌다. 키가 4~5미터 넘는 놈들도 있다. 누군가 벚나무 몸통에 통나무 묶어 벤치를 놓았다.

“좋은 길은 좁을수록 좋고 나쁜 길은 넓을수록 좋다”는 건축가 김수근의 말대로 명사갯길도 어쩌면 시간이 지날수록 넓어질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좁아서 좋은 갯길을 천천히 걷는다면 더 좋은 길이 될 거다. 많은 것들이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길은 아름드리 참나무들이 떨군 낙엽으로 푹신하다. 여름에 오면 참 시원하겠다. 길섶에 키 작은 자금우들 단정하다. 나무 계단 내려서니 물하태다.

물하태는 송곡 땅이다. 밭마다 다시마 건조를 위해 파란 그물이 새로 깔렸다. 물하태 포구에 들러 완도항을 다시 보면 완도항의 얼굴이 새롭다. 덜럼포구, 잔개머리는 물론 멀리 큰개머리도 보인다. 남방파제, 완도타워가 이만큼 가찹다.

청춘의 시절이 끝나면 모두가 퇴물이 되는가. 물하태 가는 길은 온갖 흉물들의 전시장 같다. 낡은 컨테이너, 쓰레기, 어구들, 심지어 통행금지를 알리는 군청 간판조차 버려져 쓰레기로 변했다. 물하태 회관 건물은 유물에 가깝다.

물하태를 뒤로 하고 다시 갯길로 접어들기 전 멀리 송곡 쪽으로 고금도와 신지도를 잇는 장보고대교 주탑이 우뚝 솟았다. 도로표지판에 ‘물하태’라 쓰여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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