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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평일도'를 금일도라 부르는가

이승창(완도군어촌민속전시관장)

  • 이승창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6.02.05 23:25
  • 수정 2016.02.05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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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 TV방송에서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공영방송인 한국방송에서 ‘내겐 너무 복스러운 당신(1월 25일부터 29일까지 방송, ‘인간극장’)’이란 제목으로 도시생활을 그만 두고 남편의 고향으로 돌아와 전복양식업을 하는 부부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주인공들이 살고 있는 섬은 금일읍 도장리 마을로 섬 이름은 ‘평일도(平日島)’로 부르는 것이 맞다. 그런데 방송에서는 “전남 완도에서도 17㎞나 더 떨어진 최남단의 섬, 금일도....’라고 섬 이름을 잘못 소개하고 있고, 이미 방송된 부분에서도 ‘금일도(金日島)’라 잘못 불렀다.

예고편이 처음 방송됐던 지난 22일에 필자는 한국의 지명을 관리하고 있는 건설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의 담당자에게 전화로 해당 내용의 잘못을 지적하고 바르게 고쳐줄 것을 요구했다. 담당자는 확인을 거쳐 인터넷의 잘못된 표기를 인정하고 즉시 시정하고 그 결과를 친절하게 전화로 알려주었다.

반면 한국방송 관계자들의 태도는 달랐다. 방송국 누리집의 시정자 소감에 잘못을 지적하고 완도군청에서 발행하는 행정지도와 완도군지의 관련 기록, 국토지리정보원의 수정내용 등 객관적 자료를 제공하면서 올바르게 불러 시청자들이 혼란을 일으키지 않게 해달라고 시정을 요청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답변에서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려고 하기보다는 “현재 지역 주민의 대부분이 금일도라는 지명을 사용 중이며...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께 미칠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금일도라는 지명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는 답변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변명하면서 책임을 회피했다.

우리도 종종 관내 섬 이름을 잘못 알고 부른다. ‘조약도(助藥島)’가 대표적인 경우다. 그런데 정확하지는 않지만 ‘조선왕조실록’의 관련 기록을 보면 다른 섬들은 지금의 행정구역과 같은 이름인데 조약도와 평일도 두 섬의 경우는 행정구역과 섬 이름이 다르다. 조선시대에 노화도는 노도(露島) 또는 노아도(露兒島)로, 소안도(所安島)는 달목도(達木島, 達牧島)라고 부른 적이 있다.

방송국 담당자들의 어처구니 없는 태도를 보면서 요즘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강자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저질러지고 있는 ‘갑질’의 또 다른 일면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방송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는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올바른 언론이라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지만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잘못된 것들은 발견한 즉시 바로 고쳐져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는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설군 12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를 맞이하여 이번의 일을 계기로 군민 모두가 우리 지역에 대해 바로 알고, 타 지역 사람들에게 우리 지역의 참된 모습을 제대로 알리려는 노력에 동참할 것을 기대해 본다.

이번 ‘인간극장’ 제작팀의 ‘사소한’ 잘못이 비단 방송 관계자들만의 잘못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 완도 사람들은 평일도를 ‘평일도’라 제대로 부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