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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겼다 무시 말게, 아귀는 버릴 것 없는 칠색 진미

완도 토박이 어르신과 식탐 처자 봄이의 맛집 기행 ⑰ 전라도 아구찜

  • 봄이와 어르신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6.02.02 21:19
  • 수정 2016.02.0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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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문틈으로 머리 디밀치고 꿈틀 꼼지락거리며 빙하의 얼음 녹이는 달이라는 함영숙 시인의 시구처럼 2월에는 절기상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과 눈이 비가 되어 내리고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된다는 우수(雨水)가 들어있다. 봄은 아니되 겨울 눈꽃에서도 봄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는 2월이지만 아직은 따듯한 아랫목과 따끈한 국물요리가 당기는 달이다.

봄이- 2016년도 달력을 내걸고 새해를 맞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이네요.

어르신- 그러게 말이다. 곧 설인데 명절음식 준비하느라 우리 며느리들 명절몸살 하겠구나.

봄이- 명절증후군이란 말도 있잖아요. 어디가 특별히 아프진 않은데 온몸이 무겁고 피로감이 장난 아니에요. 기름진 명절음식 때문에 속이 더부룩한 게 소화도 안 되고요.

어르신- 그럴 때 속을 확 풀어주는 음식이 바로 아귀탕이란다. 말 나온 김에 아귀로 만든 탕과찜을 전문으로 하는 ‘전라도 아구찜’으로 가자꾸나.

봄이- 땀 흘리면서 먹다보면 스트레스까지 해소되는 매콤한 아귀찜도 좋던데요. 찜 먹고 남은 양념에 김과 참기름 넣고 밥이랑 볶아먹는 볶음밥도 일품이구요.

어르신- 어부들이 아귀를 잡으면 쓸모없다고 그냥 버렸다지. 못 생긴 생선을 꼽는다면 아귀가 세 손가락 안에 들 거다. 잡자마자 아귀를 바다에 텀벙 버렸다고 물텀벙이라고도 부른다더라.

봄이- 넙데데한 몸통에 입만 큰 모습이 아무리 봐도 비호감이긴 하죠. 미나리 듬뿍 넣고 끓인 탕을 먹으니 온몸이 사르르 녹아요. 와, 진짜 시원해요.

어르신- 껍질은 쫄깃하고 살은 부드럽구나. 새콤한 양념장에 찍어먹으니 더 맛있네.

봄이- 아귀는 생선이지만 비리지 않아서 좋아요. 살은 담백하고 국물은 시원해서 탕으로 끓이기 딱 좋은 생선이죠.

어르신- 어디 그뿐이니. 살부터 내장, 아가미, 지느러미 껍질까지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단다. 무, 미나리, 콩나물과 함께 끓이니 속 풀이에 그만이지. 못생겼지만 칠색 진미라는 말이 딱 맞는 생선이란다.

봄이- 예전 이야기인데요, 시장에서 아귀 몇 마리 사면서 내장은 필요 없다고 했더니 파시는 분이 별 이상한 사람 다 보겠다며 의아해 하더라고요. 내장 뺀 아귀 사서 집에 돌아와 시어머니께 얼마나 혼이 났는지, 제일 맛있는 부분이 내장이라면서요.

어르신- 아이고, 당연하지. 거위의 간을 푸아그라라고 하는데 송로버섯, 캐비어와 함께 세계 3대 진미라고 하잖니. 아귀의 간도 푸아그라와 같은 독특한 맛이 있단다. 영양가도 높아서 일부러 그것만 골라먹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진미를 일부러 빼고 샀으니 혼이 날만도 하네.

봄이- 그래서 지금은 꼭 챙겨요. 아귀는 철에 관계없이 먹지만 요즘이 제철이라네요.

어르신- 산란 전이라 살도 통통하고 간이 가장 커지는 시기라 더 맛있단다. 아귀의 양이 너무 작아서 아귀를 먹은 건지 콩나물을 먹은 건지 헷갈리는 곳도 많은데, 이 식당은 아귀도 넉넉하게 넣어주니 좋구나. 이 식당 아귀찜도 푸짐하고 맛있던데 먹어봤어?

봄이- 탕을 잘하는데 찜을 못할까요. 아삭아삭 씹히는 콩나물과 아귀에 배인 양념이 맛있어서 먹고 나면 온몸이 개운해져요. 김장김치도 맛깔나고 밑반찬들도 입에 딱 맞아요.

어르신- 아무리 맛있는 요리를 먹었어도 밑반찬이 뒷받침을 해줘야 제대로 먹은 것 같지. 밑반찬까지 맘에 드는 식당이구나. 명절 연휴기간에 친지들과 와도 좋겠어.

봄이- 그래야겠어요. 어르신도 감기 조심하시고 설 잘 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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