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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마 섬, 평일도와 소랑도

완도군청에서 소랑도까지 섬 투어 100리길 <끝>

  •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 입력 2016.01.19 21:43
  • 수정 2016.01.2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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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일이 자랑하는 최고의 해변인 금일명사십리해수욕장이다. 멀리 소랑대교가 보인다.

배가 평일도(금일읍) 일정항에 도착했을 때 ‘전복산업특구’를 알리는 커다란 간판이 반긴다. 신임 읍장 취임을 축하하는 현수막 옆으로 ‘바르게 살자’는 우람한 표지석도 있다. 마을 중간에 ‘히든싱어’ 준우승 축하 현수막이 내걸렸다.

화전리까지 이르는 길 옆은 온통 초록 들판이다. 논과 밭 그리고 공터에 초록 그물이 뒤덮여 있다. 평일도는 다시마의 섬이라 불러 좋을 것 같다. 화전리 다음에 만나는 주유소는 아예 이름도 ‘다시마주유소’다. 화전리와 월송리에는 수협 다시마 위판장이 있다.

초겨울부터 양식을 시작해 이듬해 4, 5월 경에 수확하는 미역과 다시마는 김, 매생이, 톳 등과 함께 완도를 대표하는 해조류로 전국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다. 지난 2014년에 완도에서 처음으로 국제해조류박람회가 개최됐고, 2017년 두 번째 행사를 준비 중이다. 또 평일도에서 2년마다 다시마축제가 열린다.

금일읍 소재지인 감목리에 여러 공공기관이 모여 있는데, 읍사무소, 공공도서관, 금일고등학교 등이 감목리에 있고 개인 의원도 셋이나 된다.

금일건강문화센터 앞 배수장 부근에 10년은 더 돼 보이는 노란무궁화(황근) 30여 그루가 100여 미터 거리에서 자라고 있다. 오래 전 안목있는 누군가 심은 것으로 보이는 황근이 우리 지역에서 자생하는 토종무궁화인 것을 아는 이 몇이나 될까. 여름이면 노랗게 핀 무궁화를 볼 수 있다.

기능을 상실한 월송리 해수욕장의 소나무 방풍림만큼은 여전히 장관이다. 그 뒤 도로에 금일고 출신 서기관 2명의 승진과 전보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인다. 완도군 서기관 2자리를 금일고 출신이 차지했으니 이런 경사가 또 있을까.

월송리 다음 정류장은 유명한 동백리 해수욕장이다. 최근 ‘해당화 해변’에서 금일 명사십리해수욕장으로 개명했다. 주변 시설은 변변치 않으나 완만한 경사에 수 킬로에 걸쳐 펼쳐진 고운 모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 끝에 빨간 소랑대교가 있다. 해변가에 비닐 벗겨진 하우스 뼈대가 흉하고 철 지난 횟집이 썰렁하다. 폐건물, 공장, 창고 등은 흉물에 가깝다. 흉물들을 정비하고 해변 소나무숲을 잘 가꾸면 천혜의 명승지가 될 것도 같다.

자본을 유치해 뭔가를 짓고 온갖 위락시설을 갖춰야 좋은 관광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올 여름에는 이곳 금일 명사십리해수욕장에 가볼 것을 강추한다. 해변 뒤편 밭에서 노인들 몇이 검은 비닐을 깔아 바느질하듯 연결하고 있었다. 다시마건조장을 꾸미는 손길이 바쁘다.

이제 버스는 2006년에 개통한 소랑대교를 넘어 소랑도로 들어섰다. 소랑도는 주민이 100명이 채 안 된다. 물결(浪)이 늘 잔잔해서 붙은 이름이라지만 섬이 소라처럼 생겼다는 설이 더 친근하다. 소랑은 소라의 완도 말이다. 소랑도는 주민들 대부분이 다시마와 전복을 양식하는 부자 섬이다. 버스 종점에서 선창까지 걷는 동안 여러 대의 외제 승용차가 지나간다. 소랑도 선창에서 소랑대교 너머로 떨어지는 노을을 바라보는 것도 멋질 것 같다.

완도군청을 출발해 소랑도까지 100리가 넘는 길을 버스를 타고 달려왔다. 도중에 3개의 다리를 건넜고 2번 배를 타는 동안 손님 한둘이 타고 내릴 뿐이다. 장날이거나 아침 출근시간이면 좀 다를까? 세월호 사고 이후 복잡해진 신분 확인과 발권 절차 때문에 손님이 줄었다고 버스 기사는 말했다.

소랑도에서 버스 여행은 끝났다. 이제 다시 100리 길을 돌아가야 한다. 초행이라면 굳이 내리지 않고 주마간산, 유유자적 둘러봐도 좋을 것이다. 완도에서 소랑도까지 100리 길을 배를 타고 느리게 가도 좋겠다는 상상을 했다. /박남수 기자
 

평일도와 소랑도를 연결하는 소랑대료는 지난 2006년에 개통됐다.
소랑리 선창에서 본 소랑대교와 평일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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