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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 다리로 연결되는 것은 혁명 같은 것

완도군청에서 소랑도까지 섬 투어 100리길 ③

  •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 입력 2016.01.14 11:45
  • 수정 2016.01.1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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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버스는 약산대교를 건너간다. 약산대교는 1999년 개통한 비교적 짧은 다리이다. 약산대교의 개통으로 고금도와 조약도 사람들은 더 가까운 이웃이 되었고, 2007년 고금대교(고금도~강진 마량)의 개통으로 두 섬은 마침내 육지와도 연결되었다. 섬 사람들에게 다리는 혁명과도 같은 아주 특별한 것이다. ‘물아래’ 소리 듣던 사람들이 마침내 뭍사람이 되었으니. 약산대교가 개통되던 날 고금도와 조약도 사람들 모두가 다리로 나와 춤을 추며 놀았다.

약산대교를 건너면 조약도(행정명으로 약산면)다. 천동 입구 로타리 중앙에 흑염소 형상이 몇 개 보인다. 조약도는 보양의 섬으로 음탕한 양(염소)이 먹는다는 약초인 삼지구엽초(음양곽)가 많아 이곳 흑염소는 특별한 보양식으로 알려졌다. 고금도처럼 여기도 매생이로 유명하다. 도로 가드레일에 이제 막 수확을 끝낸 매생이발이 햇볕을 쬐고 있다.

화가리에서 죽선리까지 신작로가 외곽으로 시원하게 뚫렸다. 소재지인 장용리가 조금은 서운하겠다. 작은가래와 큰가래를 지나면 해동리다. 해동리 마을 뒤편 수원지는 고금도와 조약도 주민들 7000여 주민들에게 수돗물을 공급한다. 최근 댐 누수공사를 끝냈다. 해동리는 초등학교가 있던 큰 마을이었으나 이제 옛말로 폐교지가 썰렁하다.

갯내음 나는 방향으로 버스가 달리면 당목 마을이다. 입구 삼거리에서 왼쪽은 어두리요, 오른쪽은 가사리 해수욕장 가는 길이다. 곧장 가면 평일도와 생일도로 가는 당목항이 나온다. 당숲 가운데 있는 작은 당집에는 알 모양의 큰 돌 2개를 모시는데 매년 정월 대보름에 여기서 굿을 치고 당제와 갯제를 올린다.

어구 쉼터와 수산물 직판장, 어류 양식장 사이 좁은 도로를 통과하면 너른 바다가 나타난다. 광활한 바다 위로 수많은 점들이 무질서하게 혹은 열 지어 떠 있다. 이제 버스는 당목항에 도착한다. 다시 차에서 내려 대합실로 가 신분 확인한 뒤 각자 표를 구입해 배를 타야 한다. 복잡해진 신분 확인 절차 때문에 승객이 많이 줄었다고 버스 기사가 귀뜸해 준다.

이곳은 2015년에 국가어항으로 지정돼 어마무시한 규모의 예산으로 각종 사업이 추진된다는 당목항으로 평일도(금일읍)와 생일도로 가는 길목이다. 평일도 가는 여객선은 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따뜻한 선실에 누워 승객들이 잠시 쉬는 20분 동안 배는 조약도와 평일도 넓은 바다를 건너간다.

왼쪽 광활한 바다 위에 부표들이 무수하게 열 지어 떠 있다. 무게 있는 모든 것들은 자연의 법칙에 따라 아래로 가라앉지만, 중력을 거스른 부표들 덕분에 해조류는 물 위에 떠 광합성을 통해 자신의 몸을 키운다. 다시 미역과 다시마를 먹고 전복이 자란다. 사람들은 전복으로 돈을 산다. 따라서 바다에 떠 있는 수 많은 부표들은 돈과 권력을 잉태한 씨앗인 셈이다.

그 부표들을 조심스럽게 비켜서 마침내 버스는 다시마의 섬, 평일도 일정항에 내린다. 미역, 다시마 양식장으로 가득 찬 일정리 앞바다에 가끔 상괭이(돌고래 일종)들이 떼 지어 유영한다. /박남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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