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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가 밥 먹여 준 공동체를 바라며

김동식(완도지역자활센터 센터장)

  • 김동식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5.12.10 10:31
  • 수정 2015.12.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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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완도지역자활센터 원장

요즘 ‘가치(價値)’ 또는 ‘상생(相生)’이라는 단어를 많이 접한다. “가격이 아닌 가치를 팝니다”라는 광고까지 생겨날 정도다.

야구팬이라면 클레이튼 커쇼 선수를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것이다. 많은 세계인이 승부에 관계없이 커쇼의 탈삼진에 열광하는 이유가 따로 있다. 그가 탈삼진 할 때마다 아프리카 잠비아 아이들을 위해 기부금 500달러씩 지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가 품은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관심을 가진 것이다.

어떤 커피회사는 텀블러(개인보온병)나 개인 머그컵을 이용했을 때 300원을 할인해 준다. 이제까지 여성고객에 한정했던 제도를 중년 남성고객까지 확대했다. 커피회사가 고객에게 환경보존의 중요성을 인식시켰을 뿐만 아니라 판매량도 증가했다. 가치를 소중히 하여 실속과 위생, 환경보호까지 일석삼조가 됐다.

또 어떤 신발회사도 소비자가 신발 한 켤레를 살 때마다 맨발로 다니는 개발도상국 아이들에게 신발 한 켤레를 기부한다. 그 사업가의 가치가 소비자들에게 매출이 기부활동으로 이어진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었다. 신발을 살 때마다 자신도 사회적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최근 들어 가치를 ‘수익’에 두지 않고 ‘고용’에 두고 있는 사회적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파는 가치’를 목적으로 한다.

필자가 자활사업에 참여한지 어느덧 12년째가 됐다. 처음 참여할 때만 해도 솔직히 가치라는 분명한 개념을 갖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자활에 참여한 주민들에게는 ‘자활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가치가 밥 먹여 주나?” 의문을 가지면서도...

그렇다고 사회적 기업이 담고 있는 가치를 소홀히 했다는 것은 아니다. 12년 동안 참여하면서 우리지역 공동체가 추구하는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이제야 어렴풋이 깨닫는다. 자활은 이윤보다는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 도움을 주는데 가치를 두고 있다.

또 주민들은 그 가치를 위해 흔쾌히 지원한다. 우리 자활은 주민들의 관심과 성원에 더 큰 동력으로 발전했다.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더 낮은 자세로 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많은 유형의 사회적 협동조합이 만들어 지고 없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협동조합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3대 필수사업이 있는데, 그것은 “조합원에 대한 교육과 훈련, 협동조합 간의 협동, 그리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사업”이어야 한다. 이 또한 가치를 강조한 것이다.

우리는 현재 가치가 돈을 버는 수단이 된 시대에 살고 있다. 어떤 차별화된 가치를 가지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로 분명하게 나타난다.

지역 주민들은 올바른 공동체를 위해 무엇이 가치 있는 사업에 참여하는 방법인가 꼼꼼히 따져보고 지원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제 누군가가 나를 향해 “가치가 밥 먹여 주나?”라고 질문하면, 자신 있게 “가치가 밥 먹여 준다”고 답변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