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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 빠진 유자농업 전망 갈수록 불투명

완도군 유자산업에 대안 제시 시급

  •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 입력 2015.11.23 19:58
  • 수정 2015.11.3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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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고금면 영부리 유자과원에서 한 주민이 수확한 유자를 손질하고 있다.

차가운 겨울비가 연일 내리는 가운데 고금, 약산, 금일 등지에서 유자를 수확하는 작업 인부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가시에 찔려 온 몸 ‘애리는’ 노인들의 아픔에도 반짝 비갠 틈에 황금알 유자들이 마구 땅으로 쏟아져 내린다.

올해 완도군 전체 유자 수확량은 작년에(2825톤) 비해 약간 늘어 3000톤에 이를 것으로 완도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내다봤다. 재배 농가는 634호로 가뭄과 일부 해거리 영향에도 수확량에 있어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자 가격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2000~2400원(/1kg)으로 46억원의 총소득을 예상하고 있다.

요즘 유자를 재배하는 농가의 수가 점차 느는 가운데 생산과 유통 및 가공에 있어 적지 않게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우선 고금면의 경우 상당수 과원(밭)이 전문 업자들에게 임대돼 관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비율이 최대 과반을 넘을 거라는 추측도 나온다. 농업인들의 고령화 때문이다. 그래서 유자 재배(생산)에서부터 유통, 가공에 이르기까지 농민들의 영향력과 결정권은 극히 작아지고 적은 임대료 수익에 만족해야 한다. 전문 업자들은 고흥 출신 유통 업자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자를 따고 포장하는 과정에서 고금면 노인들이 일당으로 고용되고 있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완도 농가들이 재배한 유자라도 판매(수매) 가격은 외부 업자들에 달려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과거에 수매와 가공에 있어 큰 역할을 했던 농협조차 가공보다는 유통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수확기인 요즘 관내 또는 외부 유통 업자들과 유자 매입을 위한 경쟁을 하고 있다. 어떤 경우라도 완도에서 생산된 유자는 결국 고흥으로 팔려간다.

유통 과정이 이렇다 보니 유자는 완도에서 생산만 될 뿐 고흥에서 가공된다. 완도에서 제일 큰 가공시설인 완도농협 가공공장(고금지소)에서 연간 10톤 정도의 유자가 유자청으로 가공된다고 완도농협 관계자는 밝혔다. 유자차 소비 기간이 동절기 한철로 매우 짧고 설탕에 절인 유자청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가 갈수록 떨어진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런 까닭으로 완도농협 역시 가공보다는 유통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 설명이다.

박종민(고금면 청용리) 유자영농법인 대표도 “완도산 유자가 고흥 유자로 둔갑해서 팔리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계속돼 온 일”이라고 말한다. 법인에 가공시설이 있지만 15년 된 낡은 시설로 더 이상 가동할 수 없는 형편이어서 가내수공 형태로 유자청을 만들고 있고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완도군과 가공시설 지원에 대해 논의하는 중이라고 박 대표는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자산업에 대한 완도군의 입장도 매우 소극적이고 이례적이다. 가공 시설과 기술이 고흥에 집중된 상황에서 새롭게 가공시설에 경쟁적으로 투자하기보다는 질 좋은 유자의 생산에 전념하고 특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존 관행농법이 아닌 친환경(유기농) 유자로 질적인 승부를 해야 한다고 완도군 농업 관계자는 주장한다. 현 집행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자연그대로’ 농법이 그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13일 고금면 청학리에서 개최된 바이오 기능수를 활용한 유자 생육조사 평가회에 참석한 윤기제(청학리) 씨는 “유자 농업도 농약을 치지 않고 가능하다는 것을 새롭게 경험했다”며 유기농 유자는 3500원(/kg) 정도로 관행농법의 유자보다 1000원 이상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어렵게 유기농 인증까지 받았지만 결국 가격과 판로 문제로 최근 유기농을 포기한 젊은 농업인이 있는 것을 보면 전망이 항상 밝은 것만은 아니다.

이렇듯 완도 유자는 ‘내밭’에서 생산되지만 더 이상 ‘내것’이 아닌 것이 현실이다. 또 유자청 이외에 에이드, 즙 등 상품도 개발돼 선보인지 오래지만 관내 마트에서조차 그것들을 구경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답답한 실정이다. 농협에 훌륭한 최신식 가공 시설이 있지만 100% 활용되지 않고 마을법인은 가공시설에 대한 지원을 절실히 원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우리의 유자산업의 현실이다. 그래서 30년 전처럼 여전히 고령의 농업인들이 유자를 직접 씻고 손질해 손수 유리병에 담아 자신들의 단골에게 택배로 보내는 것이 완도 유자산업의 현주소이다.

이처럼 완도에서 유자는 생산에서부터 유통, 가공에 이르기까지 전망이 극히 어둡다. 취재 과정에서 새롭게 안 사실이지만, 올해 예상하는 유자 총생산량과 매출 총액 그리고 파악하고 있는 재배 농가 수도 완도군 기관마다 제각각 다르다. 이런 때 완도 634명 유자 재배 농업인들의 가치는 아직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가공이 빠졌으니 6차 산업이라는 완도의 유자산업은 결국 4차(6차-2차) 산업으로 구분해야 할 처지가 됐다. /박남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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