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겨울 암자의 지붕에 핀 바위솔

완도 야생화: 바위솔/돌나물과

  •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 입력 2015.11.19 01:20
  • 수정 2015.11.20 11:51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위솔은 낡은 기와 지붕에 곧잘 뿌리 내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위솔에게 와송(瓦松)이란 별명을 붙였다. 2012년 묘당도 충무사에 갔을 때 바위솔은 기와 담장에 꼿꼿이 자라고 있었는데 그후 불어닥친 ‘와송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자취를 감췄다. 그 어린 것들을 누가 가져갔을까?

높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지붕에서 꽃을 피운 바위솔은 참 예쁘다. 그런데 요즘 기와가 어디 흔한가? 사람들은 마을 당집을 오래 전에 양옥으로 개축했다. 구계등 할아버지당도, 화개리 당집도 신식으로 신장개업한지 오래다. 지금쯤 성업 중인지 궁금하다.

기와가 없는 환경에서 더 이상 와송이 뿌리 내릴 곳은 없다. 다만 여기저기서 상품으로 재배될 뿐이다. 그래서 ‘다육이’처럼 언제 어디서나 필요하면 얼마라도 돈과 바꿀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이제 와송은 철망 울타리 안에서 사육될 뿐이다. 와송 농장 옆으로 개장수 차가 요란하게 지나간다.

네이버에서 와송을 치면 효능과 함께 가격, 파는 곳, 먹는 법이 자세히 소개된다. 말린 거 100그램에 10만원을 호가한다. 쌀이 흔한 시대에 와송은 특별한 음식이 되었고, 병이 많은 세상에 와송은 귀한 명약이 되었다.

그렇게 야생에서 깨끗이 사라진 것 같은 바위솔이 그래도 상강 지나 서리 내리니 여기저기서 숨어 피었다. 사람들 손길 안 닿는 절벽 꼭대기에 위태롭게 피었고, 늙은 스님 홀로 사는 암자의 낡은 지붕에 고고하게 피었다. /박남수 기자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