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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순환보직 폐해, 전문화된 공공서비스로 풀어야

정관범(완도군의회 행정자치위원장)

  • 정관범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5.09.23 06:06
  • 수정 2015.11.0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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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범(완도군의회 행정자치위원장)

나라 안팎의 크고 작은 사고가 있을 때마다 부실한 초동대응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이에 따른 공무원의 전문성 부재와 위기대응 부실이 도마에 오른다.

갈수록 행정영역은 다양화, 전문화되고 있어 사회구조적 변화에 능동적이고 신속하게 대처해야 하고 전문적인 공공서비스가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공무원의 전문성 향상’ 측면에서 완도군 공무원 인사행태를 들여다보자. 최근 완도군 실과장급 공무원의 한 곳 평균 재임기간은 채 1년도 되지 않는다. 6개월 주기로 발생하는 인사요인 때문에 업무를 파악하고 숙지할만하면 대부분 퇴직하거나 다른 보직으로 이동하는 관행이 몇 년간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관록우선’, ‘연공서열’을 내세우는데 있다. 도덕성, 전문성, 업무역량, 내외평판과는 거리가 먼 인사라며 조직 내부에서도 잡음이 일고 지역 언론에서도 이를 지적하고 있다. 업무의 연속성, 전문성이 겉도는 조직 속에서 행정은 일탈행위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순환보직제’는 임용 후 여러 직무를 두루 경험하도록 주기적으로 근무부서와 직위를 바꿔주는 인사관리의 한 방법이다. 과거 관료제적 행정원리가 팽배하던 개발시대에는 종합적 업무 지식과 경험으로 공공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됐다.

그러나 분야별 전문성이 절실한 지금 시대에 순환보직제는 순기능적 측면보다 역기능의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전문지식과 신속하고 노련한 대처가 필요한 분야의 경우에 그 폐해는 더욱 크다. 잦은 부서 이동으로 담당업무의 전문성 축적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세계정세와 환경변화에 적응력과 대응력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순환 후 전문화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특수직렬을 제외한 7급 이하 공무원들에게 일정 기간 동안 여러 업무를 경험하는 기회를 주고 각자의 적성을 찾도록 하는 것이다. 그 기간을 마친 후 담당 업무를 부여해 한 곳에서 경력과 전문성을 축적하는 것이 일관성 있는 정책, 더 나아가 이에 대한 책임 소재가 명확해지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순환보직제하에 짧은 재임기간으로는 지역현안에 대해 멀리 깊게 내다보지 못한다. 눈에 보이는 당장의 업적을 위한 비현실적인 계획을 남발할 가능성이 커진다. 순환보직 구조에서는 여러 업무를 두루 경험한 직원들이 인정을 받고 승진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하지만 국내를 넘어 각 나라에서는 전문성을 갖춘 인재 양성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공직사회에도 세대교체 물결이 강하게 일고 있다. 1978년 대졸 이상의 공무원이 전체 공무원의 20%를 차지했지만 요즘 공채합격자 90% 이상이 대졸이다. 여기에 대학원 석∙박사학위 출신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기존 연공서열을 위협하고 무조건 복종이 아닌 정의, 합리, 정당성에 따라 하의상달을 지향하는 모습을 보인다. 정해진 범위와 틀에서 일하는 것보다는 연구하고 노력하는 창의적, 전문적인 행정을 수행하면서 능력을 인정받고 싶어한다.

값진 시행착오를 거친 단련된 전문 공무원들의 확보야말로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물론 이에 상응한 보상도 뒤따라야 한다. 적재적소에서 장기간 업무를 통해 전문성을 쌓아 뛰어난 성과를 올린 공무원에게는 승진과 보수, 평가에 있어서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수장이 바뀌어도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게 직업공무원제의 취지다.

세계화 지방화 시대를 맞아 분야별 전문 공공인력 축적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공무원의 전문성과 효율적인 배치가 더 이상 지연돼서는 안된다. 일류공무원이 삼류행정을 수행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