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완도의 산들: 보길도 격자봉(적자봉)

이승창(완도군 어촌민속전시관장)

  • 이승창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5.09.23 06:05
  • 수정 2015.11.03 21:08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01호에서 이어짐)
그리 급하지 않은 경사를 따라 오르다보면 광대봉(310.5미터)이 나오는데, 도상 거리는 들머리로부터 2.5㎞ 정도 되는 지점이다. 이 지점에 올라서서 오른쪽으로 보면 발 아래로 월송리가 자리잡고 있고, 간척지를 건너 통리․중리해수욕장과 우암 송시열 선생이 바위에 글을 새긴 ‘글씐바위’가 있는 백도리와 바다 건너 소안도가 차례로 다가선다. 광대봉에서 큰길재까지는 약 1.4㎞ 거리의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부용리와 예송리를 연결하는 큰길재는 옛날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 지역 주민들이 이용했던 곳으로, 길이 네 갈래로 갈라진다. 산행을 처음 시작했던 청별리로 가는 길과 목적지인 보옥리로 가는 길이 있고, 왼쪽으로 0.9㎞ 내려가면 예송리로, 오른쪽으로 0.9㎞ 하산하면 부용리의 곡수당(낙서재)이 나온다.

큰길재에서 수리봉으로 오르는 길은 종주길에서 가장 경사가 심해 힘든 구간이다. 군데군데 바다를 볼 수 있는 바위가 있지만 온통 울창한 숲이 능선길을 이룬다. 바위 중간 중간에 쇠막대기를 세워 이어진 안전줄을 잡고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훔치면서 수리봉에 오르니 사방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예송리 앞의 예작도와 무인도인 복생도․당사도가 보이는 남쪽 해안의 아름다움에 눈길이 더 간다.

수리봉(406)에서 정상(431)까지는 0.9㎞ 거리로 고도차가 약 25미터로 경사가 거의 없는 길이다. 격자봉으로 가다보면 길 양쪽에 나무에 통나무를 매달고 나무 사이에는 그물망을 엮어 놓아 산행을 하다 힘이 들면 잠깐 앉아서 쉬거나 드러누워 낮잠을 즐기면서 피로를 풀기에 제격인 자연의 의자가 있다. 노화읍의 산악회원들이 등산객들의 편의를 위해 폐그물들을 가져와서 그물의자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능선의 등산로 주변으로 특이하게도 남해안의 섬에서만 자생하는 늘푸른 키작은 나무(상록관목)인 섬회양목이 8부 능선 윗쪽으로 곳곳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정상은 표지목과 인명구조목(다도01-07)이 없다면 격자봉 정상인지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특색이 없이 밋밋하다. 주변 조망을 위해 전망대가 설치돼 있는데, 굳이 어설픈 인공구조물을 세워 자연의 아름다움을 해칠 필요가 있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잠시 숨을 돌리고 난 후에 바로 옆의 누룩바위로 향한다. 보죽산 능선에서 전망이 가장 두드러진 곳으로, 높이가 10여미터 이상은 족히 되는 커다란 바위이다. 바위 몇 개가 마치 누룩을 쌓아놓은 모양이라는 누룩바위에는 나무 데크로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전망대에 오르면 발 아래로 큰기미의 파도소리가 아련하게 들리고, 동쪽을 보니 부드러운 능선 위로 소안도가 솟아있으며, 남쪽으로 눈을 돌리니 예작도, 당사도, 장수도, 제주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서쪽으로는 추자군도와 진도의 조도군도가, 북쪽으로는 넙도, 서넙도, 마안도, 죽굴도 등 점점이 떠있는 다도해의 보석 같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격자봉 최고의 전망대이다.

누룩바위에서 내려와 뽀래기재를 향해 하늘을 가린 울창한 숲속으로 빠져든다. 늘푸른 나무들이 터널을 이룬 숲길을 따라 425봉(송진봉, 완도군지 표기)을 넘으니 뽀래기재로 향하는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능선 왼쪽으로는 종주산행의 종착지인 보옥리의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이 눈에 들어온다.

뽀래기재는 20여 년 전까지 보옥리 사람들이 부용리를 오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소재지인 청별리의 반대편에 있는 외진 동네였던 보옥리는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 없어 주민들은 뱃길을 이용하거나 이 산길을 넘어야만 소재지로 나갈 수 있었다.

뽀래기재에서 길이 네 갈래로 나뉜다. 보옥리와 반대편 부황리로 내려가는 길이 있고, 능선을 따라 직진하다가 선창리로 내려가는 길이 있으며,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이 있다. 보옥리까지는 1.6㎞, 부황리까지는 1.2㎞, 선창리 도로까지는 2.4㎞ 거리다. 종주로의 종점인 보옥리로 발길을 옮긴다. 내리막길을 따라 1.0㎞ 정도 내려오면 이정표를 만나고, 왼쪽으로 0.5㎞ 더 들어가면 암자 자리였던 백련암터가 있다.

이정표에서 0.6㎞를 내려와 하천을 가로질러 놓인 보옥교를 건너면 청별에서 시작한 종주길 산행을 마무리하게 된다. 이곳에서부터 1.2㎞의 평탄한 마을길을 걸어가면 바닷가에 공룡알처럼 동그랗고 커다란 몽돌들이 활처럼 휘어진 해안에 길게 펼쳐진 공룡알 해변을 만나게 된다.

마을 앞 뾰쪽산(甫竹山, 195) 해변가에 용이 기거하다가 큰 여의주를 물고 승천했다고 하여 보옥리라고 불린다. 마을 앞산인 뾰쪽산은 생김새가 송곳처럼 뾰죽하게 솟아오른 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외길로 낭떠러지가 있는 매력이 있는 산으로 시간 여유가 있다면 덤으로 한 번 쯤 올라가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