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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태계는 오래 전에 벌써 다문화 세상

  •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 입력 2015.09.23 05:50
  • 수정 2015.11.03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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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며느리밥풀/현삼과, 무릇/백합과, 마타리/마타리과, 유홍초/메꽃과(오른쪽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가야를 세운 김수로왕과 멀리 인도에서 온 허황옥의 결합이 역사상 다문화가정의 시작일 것이다. 그런데 실은 이보다 더 거슬러 올라간다. 인간 세계로 내려온 환웅이 웅녀와 결혼하는 설정도 다문화가정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단군은 우리 민족의 시조인데 다문화 2세인 셈이다.

완도에서 살아가는 야생화 중 귀화종이 의외로 많다. 오히려 토종이 귀할 정도다. 대개 이름에 그들 본래 고향의 이름이 붙었다.

미국에서 온 종들이 많다. 미국자리공, 미국쑥부쟁이, 미국미역취, 미국나팔꽃 등이 있다. 밤에 노랗게 개화하는 달맞이꽃도 미국이 원산이다.  우리 주변에서 보는 민들레는 대부분 유럽이 원산이다. 간혹 보이는 흰 민들레를 우리 토종으로 보면 맞다. 토끼풀, 서양메꽃, 유럽개미자리 등이 구라파 출신이다.

인도 출신으로 가장 유명해진 종이 무궁화다. 제주도나 완도에 자생했던 노랑무궁화(황근)가 우리 토종이다. 완도 서부 도로에 보이는 분홍빛 협죽도가 또한 인도산이다. 

당종려나무와 요즘 한창 물이 오른 꽃무릇(석산)은 중국 출신이다. 박태기나무, 백서향, 능소화, 앵두나무, 부용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일본목련, 일본조팝나무 등이 일본이 원산이고 꽃이 토끼 귀처럼 앙증맞게 피는 바위취도 일본 전국에서 자생한다.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는 종들도 있다. ‘와송’으로 더 잘 알려진 바위솔은  5년 전까지만 해도 대신리 완도호 주변 바위 틈에 무수히 자생했는데 이제 거의 멸종 상태다. 항암 효과에 탁월하다는 이유로 마구잡이로 뽑아간 결과다. 또 바닷가 모래밭에서 자라던 해방풍(갯방풍)도  우리 곁에서 사라졌다. 약산 삼지구엽초도 이젠 과거지사다. 이제 야생에서 볼 수 없다.

완도에 야생화를 연구하는 개인과 단체는 드물고 활동도 거의 없다. 강진군에는 청림회라는 야생화 연구 단체가 20여년 동안 활동하며 매년 봄에 전시회를 연다. 개화 시기가 다른 야생초를 전시에 맞춰 꽃을 피우는 회원들의 노력과 공력이 대단하다.

요즘 들에서 유홍초, 강아지풀, 억새, 야산 입구에서 며느리밥풀, 참취, 고들빼기, 등골나물, 마타리, 무덤가에서 무릇 등이 만발했다. 토종을 잘 보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토종이건 외래종이건 자세히 보면 다 예쁘다. 꽃이건 사람이건 알게 되면 보이고 오래 보면 사랑스럽다. /박남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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