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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각, 깎고 비우고 채우는 훈련이지요"

서각가 최광천

  • 김영란 기자 gjinews0526@hanmail.net
  • 입력 2015.09.17 02:05
  • 수정 2015.11.03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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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2년을 앞두고 서예를 배우기 시작했고, 글씨를 쓰다 보니 서각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완도읍 개포리에 살고 있는 최광천(77) 씨가 서각을 하게 된 이유다.

교육 공무원이었던 최 씨는 그렇게 10여 년 서예를 배우면서 서각에 대한 욕심이 생겼고 인근 해남의 서각 전문가 송태정 목사를 만나면서 서각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단순한 호기심이나 욕심을 넘어 섰다. 정년 이후 규칙적이지 못한 본인을 가다듬듯 나무를 깎고 새겼다.

최 씨는 좋아하는 것에 대한 집요함이 있다고 했다. 그의 작업장 입구부터 늘어서 있는 많은 분재들에서 그의 성격이 엿보였다. 집중과 집요함이 필요한 서각에 매료되기 충분한 조건이다.

최 씨가 주로 사용하는 글자는 전서체이다. 그 중에서도 갑골문이다. 전서란 은대 갑골문과 더불어 쓰여 지기 시작했던 고대의 문자로 주로 청동기나 짐승의 뼈와 돌에 새겨져 보존될 수 있었던 초기 한자의 서체를 말한다.

최 씨는 처음 본인이 쓴 글자를 나무에 새기면서, 들어가고 나오는 그 오묘한 조화가 안겨주는 시각적인 맛에 푹 빠졌다. 그의 처녀작은 ‘海神(해신)’이다. 이후 10여 년 동안 150점의 서각작품을 만들었다. 지인의 부탁으로 2점의 작품을 전달한 것 외 모든 작품은 그의 작업장에 보존하고 있다.

삶을 다한 나무는 그의 손에서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의 작품 중에는 8폭 병풍이 2점이나 된다. 반야심경은 내용만큼이나 근엄한 자태를 뽐낸다.

서예 10년에 이어 서각 10년, 최 씨의 작업장에는 그가 쓰고, 깎고를 반복한 시간으로 채워진 공간이다. 또 그동안 서예와 서각부문 전국대회에 여러차례 작품을 출품해 다수의 수상경력도 가지고 있다.

최 씨는 “내가 쓴 글씨를 내가 새겨 새로운 형태의 작품을 만들었을 때 그 성취감을 무엇이라 표현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작품의 크기를 떠나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했다.

최 씨는 현재 소장하고 있는 모든 작품들의 도록을 준비 중이다. 또한 서각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아낌없이 그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대부분 쉽게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서각은 쉬운 작업이기 아니기 때문이다.

최 씨는 "서각은 참선하듯 깊은 호흡 속에서 정신을 집중해야만 할 수 있는 작업이다. 자칫 잘못하다간 나무도 나도 다치기 일쑤다. 부족한 자신을 채워 넣듯 애쓰는 마음으로 새겨 넣어야 한다. 쉽게 맘먹고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그래서 관심 있어 하는 사람들은 있어도 시작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라고 말했다.

서각에서 ‘각’이란 뼈와 살, 불필요한 것들을 가르고 발라내는 작업을 의미한다고 한다. 최 씨는 이를 “깎고 비우며 채워간다”고 말했다. 서각 작품 한 점이 완성되는 작업과정을 한 마디로 설명한 것이다.

최 씨의 마지막 바람은 본인의 작품들을 전시할 수는 있는 개인 전시실을 갖는 것이다. 자신의 작품을 많은 이들과 더불어 공유하면서 살고 싶기 때문이다.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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