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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에 망조가 들면 무성하다는 잡초

완도의 야생화: 개망초/국화과

  •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 입력 2015.09.02 20:21
  • 수정 2015.11.0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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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망초, 개망초, 쥐꼬리망초, 실망초 등 망초가 들어간 이름은 의외로 여럿이다. 그런데 망초가 그리 명예로운 이름이 아니다. 한 나라에 망조가 들면 망초가 성한다는 주장이 대세인 걸 보면 망초에 대한 사람들의 푸대접은 어쩌면 타고났다.

망초는 누릇한 꽃이 어느새 피었다가 많은 씨앗을 검불처럼 혹은 먼지처럼 온 누리에 퍼뜨린다. 묵은 밭이면 어김없이 이들에게 점령당한다. 잡초 중의 잡초다. 농부들치고 이들을 좋아할 이는 없을 거다. 심지어 벌, 나비조차 무시한다.

그런데 이런 망초에 ‘개’를 붙인 것이 개망초이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생긴 것도 딴판이고 향기도 좋다. 개망초가 망초보다 오히려 한 수 위다.

개망초가 튼튼한 몸통(줄기)에 곁가지들을 달고 있는 경우도 있으나 대개는 가느다란 줄기 끄트머리에 꽃이 달렸다. 제법 뼈대 있는 집안(국화과)답게 꽃의 모양과 비율은 완벽에 가깝다. 흰색 꽃잎들이 가운데 촘촘하게 밀집한 노란 술을 둥글게 포위했는데 그 조화가 가히 환상적이다. 마치 반숙 단계 ‘계란 후라이’ 같다. 그래서 흔히 아이들은 ‘계란꽃’이나 ‘계란후라이꽃’으로 부른다.

개망초는 향도 좋다. 그래서 개망초 근처에는 예쁜 나비들이 날아들어 분위기를 돋운다.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그렇게 피고지고를 반복한다.

누가 씨 뿌리고 물주며 관리하지 않아도 논밭, 산과 바닷가 등에서 잘 자란다. 바람에 흔들리고 비가 내리면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 조용히 온 세상을 차지하고 마는 생명력 강한 꽃이다. 별로 주목받지 못하지만 가장 흔하고 오래 피는 잡초 중의 잡초다.

농사가 천하의 근본일 때나 평화로울 때, 망초나 개망초가 무성할 땅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농부들이 농사를 포기하고 다 여문 벼를 추수하길 포기하고 결국 갈아엎는 요즘 같은 상황에 개망초를 바라보는 마음은 안타깝다.

여기저기 개망초 만발하고 그들 사이를 배회하는 부전나비 한가롭다. /박남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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