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찜통더위 잡는 얼음 동동 서리태콩국수

완도 토박이 어르신과 식탐 처자 봄이의 맛집 기행 ⑪ 두부고을

  • 봄이와 어르신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5.07.29 18:30
  • 수정 2016.02.04 17:27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몸과 마음이 쉽게 지치는 계절, 잘 쉬는 것만큼 먹을거리도 중요하다. 진하게 내린 콩물에 국수를 말아 먹는 콩국수는 양질의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 등이 풍부해 예부터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기는 여름 보양식이다.

봄이-  '콩국수 개시'란 표시를 보니 더위가 실감나요. 서리태콩국수는 색부터 다르네요.

어르신- 검은콩에는 속이 노란 흑태, 녹색인 서리태, 쥐눈이콩이라 불리는 서목태 3종류가 있는데 서리태는 첫 서리 내릴 때 수확한다고 불리게 된 이름이지. 검은 껍질을 벗기고 콩물을 만들면 이렇게 녹색이 된단다.

봄이- 고구려인들도 콩을 경작해서 먹었다고 하던데 콩이 완전식품이란 걸 옛 사람들은 어떻게 알았을까요?

어르신- 오랜 세월 보릿고개 넘기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콩이 얼마나 좋은 단백질 보충제였겠니. 몸이 먼저 알았을 거야.

봄이- 두부고을 서리태콩국수는 걸쭉한 콩물에 쫄깃한 면발의 조화가 환상이라 자꾸 생각나는 여름 별미에요.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 콩국수 먹을 생각에 가슴이 다 두근거린다니까요.

어르신- 이 맛은 정성이 비결이란다. 전날 불린 콩을 매일 아침 삶아 그날 쓸 두부와 콩물을 만들거든. 걸쭉한 콩물이 껄끄럽지 않고 담백한 자연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여기 단골들은 다른 집 콩국수는 못 먹겠다고 하더구나.

봄이- 맞아요. 콩을 설익히면 비리고 푹 익히면 메주냄새가 나요. 삶을 때 잘 지켜봐야 하고 콩물도 하루 지나면 맛이 변하니 콩국수는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이죠. 어릴 적 외할머니가 콩국수에 소금을 조금 넣으면 면에 배인 단맛까지 즐길 수 있다고 하셨는데 의외로 설탕을 넣어 먹는 사람들이 많아 깜짝 놀랐어요.

어르신- 전라남도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달콤한 콩국수를 즐긴단다. 너도 설탕을 넣어 먹어보렴. 콩물이 더 진하고 고소해진단다.

봄이- 저는 소금만 조금 넣을래요. 후루룩 콩국수 한 그릇 비우고 나니 온몸에 열기가 싹 가시는 것 같아요. 역시 한여름 더위에는 얼음을 동동 띄운 콩국수가 최고라니까요. 콩에는 여성 호르몬 성분도 함유하고 있어서 골다공증과 갱년기 증상에 좋다고 하던데요.

어르신- 어디 그뿐이겠니. 해독성분이 뛰어나고 뼈를 튼튼하게 한다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좋은 식품이란다.

봄이- 이렇게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제철음식을 전해준 조상들의 지혜가 놀라워요. 우리도 더 좋은 음식을 전해줘야 할 텐데, 유전자변형 콩으로 만든 식품들이 늘어나면서 콩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아이들까지 있다니 안타까워요. 유전자변형완전표시제 꼭 도입했으면 좋겠어요.

어르신- 그거 좋은 생각이다. 밥에서부터 장류, 기름, 나물, 국이나 찌개까지 콩을 활용한 식품들이 많은데 유전자변형 원료를 사용했다는 표시가 있으면 주의해서 식품을 고를 수 있을 것 아니냐. 시원한 서리태콩국수로 원기 충전했으니 슬슬 다음 식당으로 가보자꾸나.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