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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바다에 해상화장실을 만들자

(완도 톺아보기)청정바다 수도 원년에 할 일 2

  •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 입력 2015.06.18 11:11
  • 수정 2015.12.2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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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직장에서 만난 이동진 박사는 서울에서 정치학을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가 박사학위를 받고 평생을 미국 대학에서 교수로 일해 왔다. 그가 미국인 부인과 함께 한국으로 들어올 생각을 했던 것은 순전히 김대중 선생을 위해서였다. 김대중 선생이 대통령이 되기 전에 했던 모든 말들은 두 분의 손으로 영어 번역됐다. DJ의 해외 활동, 영어로 된 저서와 연설문, 매년 노벨상 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들도 그들이 만들고 정리했다.

이 박사의 부인인 이라빈 여사에게 언젠가 내가 물었다. “미국인들이 왜 김과 미역을 먹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이 여사의 답변은 뜻밖이었다. “서구인들은 바다를 불결한 공간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거기서 나는 것들을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다에서 나고 자랐던 내게는 쉽게 납득되지 않는 말이었다. 바닷물로 김치를 담그고 걷기도 전에 바다에서 헤엄치고 놀았던 공간이 불결하다니. 그런데 지금도 소금 대신 바닷물로 채소를 절일 만큼우리 바다가 깨끗한지는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최근 우리 해조류를 외국에 수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해조류박람회를 개최하고 군수가 직접 미국, 중국, 일본, 유렵 등을 방문해 그곳 바이어들을 만나고 대중매체에 홍보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해조류의 메카’로 소개하기도 했다. 그 수고에 경의를 표한다. 특히 최근 완도군이 선포한 청정바다 수도의 의미는 클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지금 완도 바다가 청정하며 앞으로 더 좋아지는가. 우려가 앞선다. 완도 바다는 이미 각종 양식시설로 포화 상태고 과밀 상태다. 자정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그저 생활의 방편에 불과하다. 이런 상태로 청정바다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4면이 바다에 포위돼 살아가는 우리에게 바다의 위기는 곧 우리 미래의 위기다. 그런데 위기 앞에서 우리는 느긋하다.

완도에 사는 H형의 제안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남 통영 바다 굴양식장에는 해상 화장실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는 것이다. 처음엔 그게 뭐 대단하냐 여겼다. 대소변이야 과거에 그랬듯 지금도 그냥 바다에 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경상도에 있는 바다화장실 완도에는 있는가?

서구인들이 해조류(수산물) 먹기를 꺼리는 이유는 바다에 대한 그들의 좋지 않은 인식 때문이다. 그들에게 해조류를 먹이려면 먼저 바다에 대한 그들의 부정적 이해를 바꿔야 한다. 바다는 깨끗하고 안전한 공간이라는 것을 믿게 하면 된다. 그래서 청정바다 수도 선포는 적절했다.

그러나 그들에게 우리 완도가 청정바다의 수도임을 자랑할 만한 것들은 아직 그리 많지 않다. 완도를 방문한 중국인들이 버스 차창 밖으로 아스팔트 갓길에 다시마와 톳을 말리는 장면을 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대한민국 수도의 자격이 그리 간단한 건 아니다. 저절로 수도의 주민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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