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문화와 예술의 명품 공간으로 부활하길

옛 거리를 찾아서 ⑤ 완도철공소

  • 위대한 기자 zunjo@naver.com
  • 입력 2015.06.18 07:00
  • 수정 2016.08.23 17:25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릴 적 철공소 앞을 지날 때면 눈을 감고 총총걸음을 치던 기억이 난다. 쇠를 용접하면 빨간 불꽃이 사방으로 퍼지며 튀어 오르는데 그 불꽃을 쳐다보면 눈이 나빠진다고 어른들이 말해서였다.

군내리 광주은행 뒤편에 있는 완도철공소는 근대 식민지 건축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완도에서 가장 오래된 철공소로 알려지고 있다. 70년대 구 시가지가 매립되기 전까지 철공소 바로 앞이 부두여서 대부분 배를 고치는 일을 많이 했다.

지난 15일 완도철공소를 방문했다. 예상했던 대로 쇠를 자르고 다듬는 기계소리가 요란하다. 이곳 대표 이복남(56)씨는 "완도철공소를 누가 언제 시작했는지 정확하진 않지만 제가 인수하여 운영한 것은 30년 째 됐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이어 "(제가) 인수하기 전에도 2대에 걸쳐 운영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때 완도철공소에서 기술을 배워 독립한 곳이 작규철공소와 신광철공소 사장님들로, 현재 2대째 이어가고 있을 정도로 완도에 많은 영향을 끼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산업화 이후 기술의 발달로 배 성능이 좋아지고, 잔 고장이 없고 부품에 이상이 생기면 수리보다는 새제품으로 교체하기 때문에 일감이 점점 줄어 들어 화려했던 완도철공소 옛 명성의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대표는 "기계와 쇠를 다루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에 요즘은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이 없어 앞으로 철공소를 이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공장 내부에는 금속을 깎는 선반부터 온갖 공구와 기계들이 가지런하다. 가장 오래된 공구 바이스(공작물을 물리고 작업대에 고정시켜 다듬질이나 조립작업을 할 때 사용하는 공구)는 군데군데 검붉은 녹이 슬어 마치 옛 명성의 부활을 꿈꾸는 패잔병처럼 입구를 지키고 있다 .

철공소 주변은 아직도 근대 식민지 건물이 드문드문 남아있어 1970년 전후 화려했던 완도 항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완도의 근대문화유산이 잘 보존되어 있는 거리다. 변화의 바람은 어쩔수 없는 숙명이지만 사라지기엔 너무 큰 아쉬움이 남는 곳이다.

서울 문래동 철공소 골목에 예술인들이 활동하면서 산업과 문화가 융합되고 지역의 명소로 자리 잡았듯이 완도의 역사가 골목 곳곳에 숨어있는 군내리가 문화와 예술의 명품 공간으로 부활하기를 기대해 본다. /위대한 기자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