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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보약이 필요 없다는 제철 영양식

완도 토박이 어르신과 식탐 처자 봄이의 완도 맛집 기행 ⓽ 섬이랑 송황민물장어

  • 봄이와 어르신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5.06.04 01:07
  • 수정 2016.02.0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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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대교 넘어 자동차로 이십분쯤 달리면 신지면 동고리 해변과 만난다. 고만고만한 집들이 서로 의지하듯 붙어있고 오른쪽으로 바다를 끼고 도는 그 길 끄트머리에 송황민물장어로 유명한 ‘섬이랑’ 식당이 있다.

어르신- 신지에서 명사십리만 멋진 줄 알았는데 오다 보니 마을들이 아기자기하고 경치가 좋더구나. 여기 송황민물장어는 특별한 방식으로 직접 키운 거라니 한번 먹어보자꾸나.

봄이- 그러지 않아도 송황민물장어라고 차림표에 적혀있어서 궁금하던 참이에요.

어르신- 송황은 소나무에서 추출한 유기황인데 살균효과가 탁월해서 민물장어를 키울 때 송황을 먹이면 항생제를 쓰지 않아도 건강하게 잘 자란다는구나.

봄이- 아, 송황을 먹여 키운 장어란 뜻이었군요. 1킬로그램 주문했는데 두툼한 장어를 3마리나 주셨어요. 초벌구이 한 거라 숯불에 살짝 익히니 겉은 바삭하고 노르스름하게 잘 익은 속살은 쫄깃쫄깃해요. 민물장어는 기름기가 많아 느끼할 줄 알았는데 담백한 게 마음에 쏙 들어요. 이 간장소스에 적셔 먹으니 또 다른 맛이 나는데, 각종 한약재에 장어 뼈를 넣고 하루 종일 다려 만든 소스래요.

어르신- 간장소스에 적셔 한 번 더 구우니 달콤하고 향긋해서 한정 없이 먹게 되는구나. 사장님이 직접 키운 유기농 채소에 쌈을 싸먹어도 맛있고 된장, 다시마, 양배추, 생강초절임도 직접 만든 거라니 무 항생제, 무 조미료로 차려낸 정말 특별한 밥상이구나.

봄이- 맛도 맛이지만 건강 밥상이 이런 거구나 싶어요. 게다가 반찬이 셀프라 모자라는 반찬을 마음껏 가져와 먹을 수 있으니 더 좋아요. 먹다 남기면 그게 다 쓰레기니 먹을 만큼만 가져올게요.

어르신- 이 집은 뒷마당이 넓어 야외에서 먹으면 소풍 온 기분이 들겠는걸. 온가족이 함께 와도 좋겠어. 또 포장 판매도 한다니 친지들에게 보내도 좋을 듯싶구나. 민물장어는 자양강장, 노화방지, 눈 건강에도 좋고 피부미용, 신경통에도 효능이 좋다고 하던데 오늘 보약을 먹은 기분이구나.

봄이- 저는 효능을 떠나서 어떤 식품이 정력에 좋고 만병통치 명약처럼 소개되는 걸 들으면 불편해요. 이름 모를 잡초에도 약효가 있다는데 보약이 따로 있나요, 제철 음식을 좋은 사람들과 기분 좋게 먹으면 그게 보약이죠.

어르신- 그렇긴 하다만 다양한 장어의 효능이 동의보감 같은 고서에 기록돼 있는데다 민물에서 성장하던 장어가 알을 낳으러 고향 바다로 돌아갈 땐 몇 개월을 아무것도 먹지 않고 태평양까지 간다니 자양강장제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효능도 무시할 순 없지.

봄이- 장어 힘이 정말 대단하네요. 그래서 장어가 정력의 상징이 되었군요. 어머, 세상에! 장어 3마리를 둘이서 어떻게 다 먹나했는데 어느새 빈 접시만 남았어요. 저는 읍내 식당들만 다니다 보니 인근 섬들이나 음식은 생각도 못했는데 앞으로는 여러 섬에 들러 구경도 하고 그 섬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도 먹어봐야겠어요.

어르신- 그러렴. 섬이 다 똑같지 볼게 뭐 있냐는 사람들도 있더라만 섬들마다 개성이 있어 돌아보는 재미 먹는 재미가 쏠쏠하단다. 참, 우리도 신지대교 넘어온 김에 한군데 더 들려서 가자꾸나.

봄이- 어르신이 말하는 그 한군데가 어딘지 벌써 궁금해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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