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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톺아보기)횟집 개불이 달콤한 이유

지난 20~21일, 고금도 용초 개텄다

  •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 입력 2015.03.24 23:52
  • 수정 2015.11.0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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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과 21일 이틀간 고금도 용초 앞 민대수에 개텄다.

영등 할머니 기도로 바다에 ‘모세의 길’이 생겨 그리운 이들 만날 수 있는 날, 연중 물이 가장 많이 빠지는 영등사리다. 전국에서 기적의 바닷길이 열리는 때도 이날이다. 고금도 용초에서도 이날 특별한 일이 벌어진다. 민대수 개불축제다.

민대수는 고금도 용초 앞에 있는 작은 무인도로 개불이 많이 난다. 그렇다고 아무나 매번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연중 이틀 동안 한 집에 단 둘만 출전할 수 있다. 이 동네 규율로 엄한 편이다. 선수들 중에 젊은 사람들도 여럿 보인다. 최근 귀향한 젊은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다행한 일이다.

전신 장화에 비옷을 입고 허리까지 빠지는 물속에서 하는 작업은 둘이 한 조가 된다. 대개 남자가 사발이라 불리는 도구로 물속 뻘을 파서 올리면 짝이 체로 개불을 걸러 허리에 찬 그물에 넣는 방식이다. 경력과 체력과 호흡이 잘 맞는 경우라면 2시간 작업에 5백마리는 넉근히 잡는다. 짝 없이 혼자이거나 연로하신 엄마들은 물위 뻘에서 호미로 구멍을 보아가며 개불을 잡는다.

말이 축제지 이건 중노동이다. 허리까지 차오른 물 밑으로 사발이를 힘껏 밟아 갯뻘을 퍼올리는 일이 쉬운 게 아니다. 머리에서 굵은 땀이 줄줄 흐른다. 쎄(혀) 빠질 일이다. 저러고 나면 밤새 끙끙 앓는다고 했다. 일이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는 이들은 차라리 사먹겠다 한다. 횟집에 나오는 개불 한 접시에 이런 땀이 담겼다. 개불이 그리도 달콤한 이유다.

대야 가득히 개불 잡아 집으로 돌아오는 선창 입구에서 막 귀향한 새댁이 준비한 뜨거운 어묵국과 막걸리 한 사발이 노인들을 기다린다. 이 맛이 그리 좋았던지 한 노인은 “내년에는 용초 개불축제나 해보까” 하신다. 바다를 훼손하지 않고 필요한 종만을 필요한 양만큼 자연친화적으로 잡는 슬로우 피쉬(Slow Fish) 방식이니 해볼 만하다. 또 미니축제라서 좋다. 거기다가 민대수에는 몰(모자반), 파래, 돌김, 돌미역, 짐질(잘피) 등이 지천에 깔렸다. 그 사이로 해삼이 굴러다닌다.

고려 말에 천씨가 고금도에 처음 입도(入島)한 마을로 알려진 용초. 혹시 입도조 어른들이 용초 개불을 탐낸 건 아닐까? 용초에서 이날 잡히는 개불은 고금도에서도 최고 맛으로 친다. 아무런 오염원이 없고 깨끗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량 예약 주문이다.

개불도, 어묵국도 내년에나 다시 맛볼 수 있다. 다음 세대에도 바다에서 착하게 살아갈 용초 사람들의 소박한 내년 개불축제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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