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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득실 선생님께 드리는 편지(완도 톺아보기)완도수목원 자연휴양림 조성사업에 대해
박남수 기자 | 승인 2015.03.12 09:37
   
▲ 상황봉 중턱(약수터, 구 사슴목장터)에 완도수목원이 자연휴양림 조성을 위해 공사에 들어갔다.

 

 

   
 

완도수목원에서 숲해설가 초급과정을 듣던 지난 2010년 9월 1일 제 블로그 노트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버섯은 대부분 생물이나 무생물에 기생하며 살아간다. 말이 기생이지 생태계에 꼭 필요한 분해자의 역할을 한다. 모든 유기물, 즉 생산자와 소비자를 분해하여 본래의 자연상태로 돌려놓는 일을 한다. 심지어 바위조차 분해한다. 따라서 식용이나 약용의 가치로만 버섯을 판단하는 것은 어쩌면 버섯의 극히 일부만을 이해하는 거다.”

그날 "버섯의 이해"를 주제로 강의하셨던 선생님이 지난 10일 저희 사무실에 오셨습니다. 버릇없이 굴었던 저를 용서하십시오. 굳이 변명하자면, 5년 전 선생님으로부터 배웠던 숲의 소중한 가치가 훼손될 위기 앞에서 표출된 저의 객기였다고 양해하시길 바랍니다.

상황봉 중턱(약수터)에서 진행되는 완도수목원 자연휴양림 사업을 취재하는 중이었습니다. 현장을 세 번 다녀온 저의 눈에는 문제가 심각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이번 사업에도 불구하고 숲의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며, 들어서는 건물 자리에 있던 수목만을 잘랐고, 동백나무는 굴취해 나무은행으로 보냈으며, 불가피하게 제거한 나무도 수목원에서 목공예 재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하셨습니다. 발생하는 오폐수 처리시설도 꼼꼼히 챙길 것이고, 통행하는 차량도 기존 임도를 그대로 이용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하셨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애써 믿어보려 하지만 아쉬움은 여러 곳에 남습니다. 사업 전에 완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과 양해가 전혀 없었던 것이 그렇구요. 주말마다 산에서 휴식을 즐기고 산을 닮아가려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와 안전조치 등의 부족도 곧 보완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럼에도 상황봉을 아끼는 사람들의 걱정은 숲의 내일에 관한 것입니다. 앞으로 명소가 될 이곳으로 전국에서 많은 손님들이 올 것입니다. 빠르고 안전한 여행을 위해 임도는 더 넓고 반듯하게 포장되겠지요. 손님들이 밤낮 만들어내는 소음과 탄소와 오폐수로 숲은 천천히 지속적으로 시들고 병들어 가겠지요. 연중 수만의 인파가 찾을 거라니 가공할 만한 상황입니다. 숲과 계곡에 깃들어 사는 산짐승, 길짐승은 물론 수생생물, 토양생물, 곤충 그리고 분해자인 온갖 세균들이 서서히 사라지겠지요. 과거 사슴목장 개발 때 장좌리 사람들이 걱정했던 ‘사슴 똥’이 이제 ‘사람 똥’으로 변했으니 참으로 난감한 일입니다.

존경하는 오득실 원장님. 숲은 단순히 나무와 풀들의 집합이 아니고 거기에 깃들어 사는 조류, 포유류, 곤충, 토양생물 들과 심지어 무생물의 총합이라고 숲의 개념을 설명하시던 선생님의 진지한 모습을 기억합니다.

이제 11개 건물이 들어설 터의 윤곽이 거의 잡혀갑니다. 잘려나간 아름드리 삼나무의 처참한 사체가 보입니다. 또 거대한 바위들은 잘게 쪼개졌습니다. 요즘 그곳은 먼지로 눈을 뜰 수 없을 지경입니다. 비산먼지로 약수터의 수질도 나빠졌을 것 같습니다. 이러는 사이 주인이었던 많은 생물들이 벌써 이곳을 떠났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극히 소수가 누릴 휴양의 권리와 기관의 경제적 수익을 위해 무수한 숲의 주인과 완도 주민들이 본연의 권리를 포기해야만 할까요? 과연 이 사업은 숲을 지키자는 것인가요, 아니면 망치자는 것인가요? 완도수목원에서 숲해설과정을 공부한 초보 숲해설가인 저는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선생님, 어쩌면 좋습니까?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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