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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의 산들 ⑤ 상황봉 대구리~불목리 종주코스(상)

이승창(완도군 어촌민속전시관 관장)

  • 이승창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5.02.26 03:27
  • 수정 2015.11.0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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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황봉 허리를 타고 올라가는 임도가 마치 사행처럼 굽이졌다. 왼쪽 정상이 상황봉이다.


대구리 마을(77번 국도) ⇄ 갈림길 ⇄ 심봉 ⇄ 상황봉 ⇄ [임도 ⇄ 전망대 ⇄ 백운봉 ⇄ 업진봉 ⇄ 임도 ⇄ 숙승봉 ⇄ 불목리 저수지 ⇄ 원불교수련원]

완도의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상황봉 주요 다섯 봉우리를 다 거쳐가는 종주코스로 외지 등산객들에게 널리 알려진 코스다. 국도 77호선 대구리 마을에서 시작하여 심봉을 거쳐 상황봉까지 오르게 된다. 상황봉에서 능선길을 따라 내려가다 임도 갈림길에서부터 전망데크를 거쳐 백운봉까지 오르막길로 이어진다. 백운봉에서 업진봉을 거쳐 임도까지는 능선길과 내리막길로 이어지며, 임도에서 숙승봉을 거쳐 불목리 저수지까지는 급경사를 내려가는 등산로로 중간에 안전을 위해 몇 군데 철계단이 설치되어 있지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구간이다.

대구리 들머리로부터 상황봉 정상까지는 3.4㎞ 오르막길이고, 상황봉에서 백운봉까지는 2.5㎞ 정도 거리며, 백운봉에서 업진봉과 숙승봉을 거쳐 불목리 저수지까지는 3.5㎞의 능선길과 내리막길을 걸어야 한다. 이 코스의 전체 거리는 9.4㎞이며 산행 시간은 4~5시간 정도 소요된다.

국도에서 농로를 따라 이동하다보면 이정표가 세워진 들머리를 만난다. 등산로 양옆으로 있는 무덤을 지나 얼마쯤 가면 소나무숲이 나오고 코끝을 스치는 솔향이 향기롭다. 솔향기에 취할 틈도 주지 않고 된비알이 시작되면서 숨이 거칠어지고 등에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얼마쯤 올랐을까 봉우리 하나가 나타나는데 심봉까지 이어지는 다섯 봉우리 중 제1봉이다. 가끔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은 상황봉을 오봉산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다. 들머리 근처에 있는 화흥초등학교 교가의 앞부분에 ‘상황봉 거룩한 영기를 모아 오봉산 맑은 물 흐르는 곳에...’란 구절이 있다. 이 가사에서 상황봉과 오봉산은 전혀 다른 곳임을 알 수 있고, 오봉산은 이 능선의 심봉 아래에 있는 다섯 봉우리를 지칭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제1봉에서 제2봉을 거쳐 제3봉을 지나면서 등산로 양쪽 숲을 자세히 살펴보면 움푹 들어간 부분이나 돌을 쌓아둔 곳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필시 예전에 숯을 굽던 숯가마였거나 독장(독무덤: 시체를 큰 독이나 항아리 따위의 토기에 넣어 묻는 무덤)이 있었던 자리였을 확률이 높다.

가파르던 등산로가 평평한 길로 바뀌는 지점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들머리로부터 2.1㎞ 지난 곳에 이정표가 세워진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 소세포와 대신리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나는 길이다. 이곳에서부터 심봉까지 0.8㎞ 구간은 비교적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이 구간의 양지 바른 곳에는 2월초 복수초를 선두로 얼레지 등 계절이 바뀌면서 여러 종류의 들꽃들이 피어 등산객들의 눈을 호강시켜 준다.

심봉에 올라서면 주변이 막힘없이 시야가 확 트여 사방을 한 눈에 구경할 수 있다. 최고봉인 상황봉 정상도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선다. 심봉에서 내려와 다시 등산로를 따라 0.5㎞ 정도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면 상황봉 정상에 도착하게 된다. 들머리로부터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상황봉 정상에서 등산로가 크게 세 갈래로 갈라진다. 황장사바위와 관음사터를 거쳐 대야리수원지로 내려가는 대야리 코스가 있고,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삼밭재와 임도를 건너 소가용리(도암리)로 내려가는 코스와 구 LPG충전소가 있었던 죽청리로 내려가는 코스가 있으며, 대구리~불목리 종주코스의 한 구간인 백운봉으로 가는 코스로 갈라진다.

상황봉 정상에서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주변을 조망하면서 호흡을 고른 후에 동쪽으로 향한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들어서면 백운봉으로 가는 능선길을 걷게 된다.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다 곧 바위를 넘어 평평한 등산로를 따라 걷게 된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완도의 서부지역이, 오른쪽으로는 동부 지역의 크고 작은 마을들이 눈에 들어온다. (다음주에 하편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