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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의 산들 ① 연재를 시작하면서

  • 이승창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4.10.29 09:35
  • 수정 2015.11.03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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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도읍 정도리 어촌민속전시관에서 바라본 상황봉에 흰눈이 덮여있다(2012년 12월 8일 오전).


완도의 산들에 대해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선뜻 대답은 했지만 막상 원고 마감일이 다가오니 부담감이 엄습해오면서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산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한지는 어느덧 25년이 넘었고, 국내외의 여러 산을 다녀 봤다고 나름대로 자부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완도의 산들도 아직까지 올라보지 못한 산들이 여럿 있고 많은 것을 알지 못하고 있어 무슨 내용을 담아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또한 내게는 거미가 거미줄을 뽑아내듯 글을 술술 풀어낼 재주가 없는 것도 문제였지만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문지리서로 알려진 이중환이 지은 <택리지>의 '복거총론'에서는 기본적인 주거조건으로 지리(地理) ․ 생리(生利) ․ 인심(人心) ․ 산수(山水) 네 가지를 들고 있다. 이를 근거로 사람들이 살기에 가장 적합한 곳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이중 하나라도 모자라면 살기 좋은 땅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산수가 아름다운 것도 사람이 사는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현대인들은 삶이 풍요롭고 윤택해지면서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여가시간을 보내기 위해 취미활동으로 운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데, 이런 추세에 발맞추어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의 숫자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아름다운 산수를 즐기면서 땀을 흘리는 운동을 하는 것은 다른 취미활동과 견주어도 결코 손색이 없고 적은 비용으로 즐길 수 있으니 등산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한반도의 서남쪽 끝자락에 자리를 잡고 있는 우리 군은 소재지인 완도읍을 중심으로 고산 윤선도의 보길도와 영화 ‘서편제’의 촬영지이며 슬로시티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청산도 등 200여 개가 넘는 크고 작은 섬들을 거느리고 있다. 신라 말기에 동북아 해상무역의 중심지로 화려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로 인해 지역민들이 김제의 벽골제로 강제 이주를 당하는 아픔을 겪는 등 역사적으로 굴곡이 있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넉넉한 인심과 풍부한 해산물로 풍요로운 땅으로 알려져 있는 복 받은 고장이다.

섬들로 이루어진 완도군에는 각 섬마다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산들이 있다. 완도(완도읍, 군외면)에는 섬의 한 가운데 상황봉(645m. 이하 숫자는 미터)이 버팀목처럼 서서 완도읍과 군외면의 경계를 이루고 있고, 완도읍인 남서쪽으로는 심봉(쉼봉, 598)을 거쳐 대구리로 이어지는 능선에 오봉이 자리 잡고 있으며, 북동쪽인 군외면 방향으로는 백운봉(601), 업진봉(544), 숙승봉(461) 등의 상황봉의 주요 봉우리들이 버티고 서있다.

이밖에도 완도읍내 시가지를 둘러싸고 있는 동망봉(159)과 서망봉 ․ 남망봉(152) 등의 봉우리들은 아침 ․ 저녁으로 운동을 즐기면서 산책을 하는 주민들이 활동공간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섬에 흩어져 있는 산들은 높이 순으로 살펴보면 생일도의 백운산(483), 보길도의 보적산(적자봉 431), 조약도(약산면)의 삼문산(399)과 장용산(358), 청산도의 매봉산(389)과 보적산(335), 소안도의 가학산(368), 여서도의 여호산(352), 신지도의 상산(325), 고금도의 봉황산(216), 평일도(금일읍)의 망산(234) 등 높고 낮은 산들이 쪽빛으로 물든 청정 바다 위에 점점이 떠있는 다도해의 보석 같은 섬들과 어울려 한 폭의 멋진 산수화를 그려내고 있다. (산의 높이는 완도군에서 발행하는 ‘완도군 행정지도’에 나오는 것을 기준으로 함)

완도의 산들은 수치로 나타난 높이만 보면 육지의 유명 산들에 비해 그 높이가 낮아 아무나 쉽게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아무런 준비없이 가볍게 생각하고 산을 오르면 낭패보기 십상이다. 왜냐하면 해수면으로부터 시작되는 높이로 육지의 산들과 그 높이를 단순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완도 지역 산들의 매력은 이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약 750여 종의 난대성 수목과 풀들이 사계절 융단을 깔아놓은 듯 푸르게 자라고 있고, 산 정상이나 능선에서 내려다보는 다도해의 보석 같은 아름다운 섬들을 함께 눈에 담을 수 있으며, 운이 좋은 날은 직선거리로 80㎞ 넘게 떨어져 있는 바다 건너 제주도의 한라산 정상이 소안도 너머로 솟아올라 있는 장관을 볼 수 있는 행운이 기다리고 있다.

 

 

 

 

▲ 완도군 어촌민속전시관 이승창 관장이 이번 호부터 '완도의 산들'을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