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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한 권씩 법률 서적 펴낸 완도인

완도를 希望하는 사람들 ⑦ 김덕원 사무장

  •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 입력 2014.10.22 14:02
  • 수정 2015.11.1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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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40여 권의 법률 서적을 집필한 김덕원 사무장.


네이버에서 김덕원을 검색하면 책 분야에서 50여 권이 쏟아진다. 그 중 법률 서적은 다 그의 것이다. 대부분 3년 안에 쓴 것들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고소장, 진정서, 탄원서, 계약서, 소장 작성, 등기 실무, 내용증명, 시가, 소가 등 거의 다 법률 실무서다. 개인회생을 제외한 법률 전 분야를 망라한다.

저자 김덕원은 누구며 왜 이런 일을 할까? 완중 29회를 졸업한 그(56세)는 현재 해남읍 변호사 사무실에서 사무장으로 일하고 있다. 명문대 법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다. 광주상고 졸업이 전부다. 고졸 출신 법률사무소 사무장이 50여 권의 법률서적을 펴낸 것이다. 그는 이외에도 사회 작가로 활동 중에 있다.

 

그가 책을 쓰게된 동기도 참 평범하다. 법률관련 이론서는 대개 대학 교수들이 쓰는데 꼭 필요한 실무서가 없어, 일하는데 불편했다. 또한 그나마 있는 책들도 잘못된 게 많아 바로잡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쓰기 시작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처음에 원고를 정리해 출판사를 찾았더니 고졸이라고 이상하게 보았다. 그래서 자비로 출판하려고도 생각했다. 그렇게 어렵게 낸 첫 책이 ‘금융기관 민사사건 실무’로 2010년 5월의 일이다. 그런데 나중에는 반대로 출판사들이 계약하자고 그에게 사정했다. 처음엔 예닐곱 권만 쓰려고 했던 것이 여기까지 왔다.

그렇게 2011년부터 최근까지 3년 간 집중해서 낸 책이 40여 권이니 매달 한 권씩 낸 셈이다. 대부분 책들이 1,000쪽에 육박한다. 가장 두꺼운 책은 1,944쪽으로 이건 한 달 반 걸렸다. 다른 이라면 이거 한 권 내는데만 족히 3년은 걸렸을 것이다.

이제 낼 만한 책은 다 썼고 개정할 것만 남았다. 저술에 매진할 때 아침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책을 쓰다 보니 엉덩이에 피멍이 들더란다. 손가락에 동상이 들어 일어서서 양손에 나무젓가락을 들고 겨우 타이핑을 했다. 매 시간 5분씩 쉬어가며 책을 썼다. 이런 기간이 2년이다. 그래도 아직까지 그 흔한 출판기념회란 걸 해본 적 없다.

언젠가 유명 출판사에서 그의 책을 그대로 복사해 출판했다가 큰코다치기도 했다. 요즘 같은 스마트 시대에 그의 진가는 인터넷에서 빛난다. 계약서, 합의서, 진정서, 탄원서 등 각종 서식과 양식에 대한 필요 때문이다. 비즈폼이니 예스폼 같은 사이트가 그와 계약을 맺고 사용료를 그에게 지불하는 회사다. 

완도 출신 이영호 전 국회의원은 “혼자서 해낸 김덕원 사무장의 값진 성과는 정약용 선생의 업적을 능가하는 일로 완도 사람으로써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법원 근무를 시작으로 변호사(법무사) 사무실 사무장으로 오래 일해 온 그에게 붙는 수식어는 많다. ‘국내 최다 법률 저서 보유,’ ‘고졸 출신 유일 법률 작가’ 등이지만 이제 또 다른 수식어도 좋겠다. ‘완도 대표 법률 작가 김덕원’이 그것이다.

지금 그의 책들은 대학 도서관은 물론 법률 관련 사무실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도서가 됐다. 완도의 인간문화재 김덕원 사무장은 "손가락이 살아 움직이는 한 앞으로도 계속 책을 쓸 것이다"라고 한다.

그는 "'법망에 걸려든 작은 자는 살금살금 기어서 나오고 거물은 그 망을 파괴하고 중간치만이 홀로 그 망에 걸려든다'라고 말한 쉔스톤(Shenstone)처럼 타인의 부당한 권익침해로 인하여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행사하여 다시금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우리사회에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날선 포부는 요즘 처럼 우울한 시대에 의롭게 빛난다.

 

김덕원 사무장이 자신이 집필한 책을 펼쳐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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