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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던 전어회, 구이

완도 토박이 어르신과 식탐 처자 봄이의 완도 맛집 기행 ①바글바글식당

  • 봄이와 어르신 wandopia@daum.net
  • 입력 2014.10.07 18:14
  • 수정 2016.02.04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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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부터 기획 연재가 고정되어 나갑니다. 매월 첫주는 ‘완도 맛집 기행,’ 둘째주는 ‘완도를 이끄는 단체들,’ 셋째주는 ‘완도를 희망하는 사람들’ 그리고 마지막 주는 ‘완도의 섬과 명산’이 연재됩니다.

이번 첫주는 대화명 ‘어르신’과 ‘봄이’(둘다 젊은 여성임)가 완도의 맛집을 찾아 떠납니다. 간혹 '어중이'와 '떠중이'(본지 남성 기자 둘)가 까메오로 출연하기도 합니다. 그 첫 식당으로 바글바글식당입니다. 맛집 선정 기준은 전적으로 두 분의 주관적 결정에 따릅니다. 특정 식당의 소개가 아니고 완도의 숨은 맛을 찾는 기행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라며 젊은 여성 두 분의 즐겁고 유쾌한 수다를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어르신: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나? 비유지 비유. 집 나간 며느리까지도 전어 굽는 냄새를 맡으면 돌아올 정도로 제철 전어 맛이 좋다는 거지. 하지만 요즘 며느리들은 안 돌아올 걸?

봄이- 그럼 완도에선 어디가 제일 전어회를 잘해요?

어르신- 잘하는 집이야 몇 군데 있지. 하지만 전어 전문이라고 하기엔 전어가 한철이라 다른 음식들도 같이 팔더구나. 해변공원로 쪽에 많지.

봄이- 그러니까 오늘 갈 곳을 정해요. 먹으면서 이야기하게요.

봄이가 어르신을 쫄래쫄래 따라간 곳은 해변공원에서 1부두 쪽 가까이에 있는 바글바글식당이었다. 어르신이 널찍한 주차장을 내비두고 식당 바로 앞에 주차해 영 못 마땅했다. 나이를 먹으면 노여움이 많아지기 때문에 대놓고 표현하지 못했다.

식당 앞 야외탁자가 4개 있다. 식당 안에 3개, 방안에 탁자 4개. 탁자는 모두 11개다. 전어 손질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예약해야 한다던 어르신 말을 듣고 30분 전에 예약한 건 잘한 일이었다. 옛말에 '어른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하지 않던가. 덕분에 앉자마자 싱싱한 전어회가 나왔다.

주인아주머니가 참 곱다. 누구든 말을 걸면 입가에 미소부터 슬금슬금 아리랑이 같이 피어오르는 그 모습도 참 좋다. 이것저것 물어도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조곤조곤 잘 설명해주신다.

유명한 맛집이라고 해서 어렵게 찾아가면 올 테면 와 바라 식의 불친절함에 음식 맛이 싹 달아나는 경우를 종종 겪어봤기때문에 친절한 주인아주머니가 있는 바글바글식당이 그 어느 곳보다 마음 편하다는 생각이 든다.

봄이- 사장님~ 전어는 어떻게 먹어야 맛있어요? 여기서 장사하신지 오래됐나요?

사장님- (미소를 지으면서) 오래됐죠. 여기서만 19년째하고 있으니까. 전어회는 참기름 양념한 된장에 초장하고 고추냉이를 듬뿍 섞어서 찍어먹으면 더 맛있으니까 한번 그렇게 먹어봐요. 그리고 이 전어구이는 머리까지 다 먹는 거야. 콩나물이랑 묵은 김치를 싸서 먹으면 가시가 목에 안 걸리고 맛도 더 좋아요.

봄이와 어르신은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것도 잊은 채 허겁지겁 젓가락에 전어회를 휘감아 입으로 날랐다. 전어가 가장 맛있다는 가을, 제철에 먹을 수 있어서 행복했었다.

봄이와 어르신 어중이 떠중이까지 4명이서 전어회 한 접시와 전어구이 한 접시 후딱 해치웠다. 회와 구이가 총 8만원에 공깃밥은 따로 주문해야 하기때문에 결코 싼 가격은 아니다.  그렇다고 다른 반찬이 많이 나온것도 아니다. 하지만 네 사람이 먹을 만한 몇가지를 푸짐하게 먹어서 모두가 만족한 행복한 밥상이었다.

전어회 먹으러 오길 잘했다. 어린 시절 생각도 났다. 사촌들과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겠다고 싸우다가 외할머니께 된통 혼나고 손을 들고 벌을 서던 어린시절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외할머니가 간장에다 참기름 한 방울 넣고 비벼준 그 밥이 너무 맛있던 기억에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가 아닌 외할머니가 생각나서 울컥했다. 외할머니는 전어구이 좋아했을까?

어르신- 강진 마량에 가면 전어무침 한 접시에 3만원이고 4명이 배부르게 먹는다. 서울이나 순천에서는 전어로 회, 무침, 구이가 모둠으로 나오고 5만원이라는 이야기가 있지. 요즘은 전어도 양식을 많이 한다던데 싼 게 비지떡이고 제 철에 제 고장에서 나오는 걸 먹어야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거란다.

봄이- 그러니까 어르신 따라온 거죠. 전어무침이나 전어회 말고 전어매운탕도 맛있겠어요.  맛집 블로그나 인터넷의 소문난 집 가면 이게 정말 맛있는 거라고 쓴 걸까? 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정말 맛있는 집은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 않고 쉽게 갈 수 있는, 언제든 다시 가고 싶은 그런 곳이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어르신- 거기에 가격까지 저렴하다면 우리 같은 주부들이야 너무 고맙지. 동네 무당 용한 줄 모른다는 옛말이 있잖아. 그게 바로 이거야. 우리 동네의 잘하는 집 찾아갈 생각보다는 멀리서 찾거든. 멀리서 보물을 찾을 수도 있지만 가까이 있는 파랑새를 못 볼 수도 있는 거지.

먹으며 이야기하며 진정한 맛집에 대해 진부하고도 진지한 토론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었지만, 모두 바쁜 사람들이라서 후다닥 헤어지기로 했다.

때론 음식을 먹고 나서 내가 뭘 먹은 거지 싶을 때가 있다. 더부룩하고 소화도 안 되고 기분 상하고 그런 반면 내가 근사한 곳에서 푸짐한 대접을 받고나온 듯한 때도 있다. 음식은 입으로만 먹는 게 아니라, 눈으로 그리고 마음으로도 먹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내장식이 근사하진 않지만 정갈한 밥상에 따뜻한 집밥 같은, 그리고 거기에 다정한 미소를 곁들인 대접이 있다면 그곳이 어떤 곳이든 찾아가리라 마음먹었다. 오늘 바글바글식당이 그런 곳이다.

봄이- 으아! 너무 너무 배불러요. 조금만 먹고 다이어트하자 다짐했는데... 그런데요 어르신! 우리 다음에는 뭐 먹을까요?

어르신- 날도 쌀쌀하니 뜨뜻하고 얼큰한 국물이 있는 짬뽕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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