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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메질에 ‘魂’ 넣은

마지막 대장장이 임채온씨

  • 박재범 기자 park9545@hanmail.net
  • 입력 2010.10.14 14:46
  • 수정 2015.11.1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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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땡!땡!땡!땡도르~~땡!땡!땡!땡도르~’ 벌겋게 달궈진 쇠막대가 대장장이의 작은 망치에 이리저리 메질을 당한다.

대장장이의 메질을 당하는 쇠막대는 몇 차례 달굼질과 담금질을 거친 뒤 때론 농기계인 호미로 때론 굴을 딸 때 꼭 필요한 조새로 태어난다.
 

이렇게 쇠를 달구어 쇠에 새 생명을 주거나 기존의 연장을 벼리기(날이 무딘 연장을 불에 달궈 날카롭게 만듦)도 하는 대장간은 생업에 필요한 연장을 만들어 예전 같으면 큰 마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중요한 곳이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선 경쾌한 메질 소리만 들어도 정겨우리만큼 귀한 곳이 돼버렸다.

완도읍 망석리의 30여 가구가 모인 한 마을의 가장 위쪽에 자리한 가정집에서 이른 아침부터 정겨운 메질 소리가 온 마을에 울려 퍼진다.  완도의 마지막 대장장이 임채온(66)씨가 메질 소리다.

가난한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난 임씨는 40여 년 전 친구부친이 운영하는 대장간에서 대장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 일 저 일로 가정의 이중고를 해결하던 차 일은 힘들어도 돈을 가장 많이 벌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다니던 대장간이 문을 닫자 27년 전인 1983년 집 한쪽에 화덕을 세었다. 당시 완도에 있는 철물점이란 가게에 호미, 낫, 쇠스랑 등의 농기계는 모두 임씨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절이 있었다. 1990년대 초 중국산 농기구가 대량으로 들어오기 전까지 말이다.

20년 전 호미 한 자루에 1,500원에 도매를 냈지만 중국산은 당시 임씨가 만든 도매가보다 더 싸게 판매되다보니 철물점 납품을 그만두고 그의 정성이 담긴 농기구의 효능(?)을 아는 단골들의 주문을 맡아 작업에 몰두한다. 

그와 단골들이 만나는 곳은 완도 5일장 내 부인 박순덕(53)가 운영하는 식당 앞이다.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아 한쪽 다리가 불편한데도 장이 열리는 날이면 호미며 삽이며 조새며 손수 만든 연장을 날라다 좌판대에 진열하여 단골의 주문을 받는다.

임씨는 최근 걱정거리가 생겼다. “힘이 닿는 날까지 열심히 하겠다” 고 했지만 그에게는 늘 걱정거리가 하나 있다. 바로 "내가 그만 두면 할 (대장장이) 사람이 없겠다" 하는 것이다.

이런 걱정은 비단 임씨 개인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옛날 농기계를 자급자족해야 하는 농어촌에서 대장간은 필수였다.  지금은 필요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우리 소중한 문화가 사라져가는 것을 언제까지나 보고 있을 수 없어 보존돼야 한다는 의견이 더 월등하기 때문이다.

‘땡!땡!땡!땡도르~’ 대장장이의 힘찬 담금질 소리는 완도만의 소리로 오래도록 남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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