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기획특집]사라진 크리스마스 캐럴송

수년째 극심한 불경기에 주민들 마음까지 황폐화 현상 일어…

  • 명지훈 기자 mjh2580@wandonews.com
  • 입력 2009.12.30 16:40
  • 수정 2015.11.24 12:33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흘러나오던 캐럴송이 수 년 전부터 우리고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완도읍 대형마트와 상가 등에도 캐럴은 울려 퍼지지 않았다.

사실 90년대까지만 해도 매년 12월 초순이 되면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러 넘쳤다. 이는 교회 첨탑과 건물에 전구 트리를 설치하라는 신호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캐럴은 각 라디오 방송의 전파를 자주 타면서 연말의 성탄절 분위기를 급격히 고조시켰다. 지금의 40대 이후는 그런 유년의 분위기에 익숙해 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12월 중순이 되어도 거리 어디에 루돌프 사슴코나 징글벨 등이 들리지 않는 등 캐럴 문화는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1998년 IMF사태가 발생하고 전국적으로 극심한 불경기가 찾아오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김과 미역이 일본으로 한창 수출되던 80년대. 거리의 개도 1만 원짜리를 물고 다녔다던 그 시절의 정겨웠던 크리스마스와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다르다.

그때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캐럴도 흘러나오고, 아 이제 연말이고 크리스마스구나 라는 묘한 감흥도 있곤 했다.

지난 24일 밤, 거리에서 만난 A모씨는 “예년에는 캐럴을 부르면서 환하게 웃으며 온정을 전하러 왔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다”며 “캐럴이 들리지 않자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도 온정을 전하려는 마음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완도읍 상가 주인 B모씨는 “예전 어릴 땐 19일부터 25일까지 예수, 모세, 구약, 신약에 관한 영화들을 밤마다 해주고 전파상마다 캐럴이 울려 퍼졌는데 이젠 아닌 것 같아요. 그만큼 서민들 살기가 팍팍해진 거죠. 언제 봄이 올지 정말 답답하네요.”

주민 K모씨는 “퇴근하고 제과점 앞을 지나면 그나마 케이크를 사가는 사람들이 있어 지금이 크리스마스 시즌임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관내 초중고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실버벨, 기쁘다 구주 오셨네, 산타 할아버지 우리 마을에 오시네, 창밖을 보라, 루돌프 사슴코, 징글벨, 탄일종 등의 캐럴송을 알고 있는 학생은 극히 드물었다.

1984년 음반시장에 개그맨 심형래의‘개그 캐럴’이 나온 뒤 한 때 유명 개그맨들이 유행어를 이용한 캐럴 음반을 계속 내놓았지만 이마저 들어본 학생은 별로 없었다.

수년간의 경기 불황이 자라나는 청소년의 가치관마저 변화시킨 탓이다.

주민 C모씨는 “드라마 해신이 방송될 때 완도 경기가 무척 좋았다. 그 이후는 지역 경제가 침체되어 있다. 도시처럼 이웃 간에 인사도 없이 삭막해가고 어느 날 갑자기 이웃이 잠적하거나 자살하는 사람까지 실로 도시에서나 일어나는 사회적 현상이 완도에도 시작되면서 사람들의 황폐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걱정했다.

일부 주민들은 경기가 어렵다고 움츠려들기보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길거리에서 흥겨운 ‘징글벨’소리가 시끌벅적하게 울려야 군민들의 기(氣)가 살아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고장 거리마다 언제 다시 신나는 캐럴송이 울려 퍼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마음일 것이다.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