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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수의 완도 톺아보기) 2% 부족한 명승지 구계등

  • 완도신문 webmaster@wandonews.com
  • 입력 2009.07.23 16:27
  • 수정 2015.11.2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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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하게 새로 지어진 할머니당이 재밌다

완도읍에서 4킬로 떨어진 바닷가에 구계등 있다
이래 뵈도 명승 제3호로 지정된 유명한 곳이다
둥근 검은색 자갈이 아홉 개의 계단을 이룬다 하여 구계등이다
길이가 750여미터에 이르고 너비가 80미터가 넘는다
아이 주먹만한 돌에서 어른 머리보다 큰 둥근 돌들이 바다와 숲과 함께 장관을 이룬다
자갈밭 뒤로 방풍림이 우겨졌는데
큰 바람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해주는 수호신이다
이 숲 사이로 작은 오솔길이 있는데 이것이 구계등 답사의 진면목이다
구계등에 오거든 이 숲길을 따라 산책하는 것을 놓치지 마시라

이 방풍림의 서쪽 끄터리 쯤에 이르면 허름한 오두막이 숲에 가려 간신히 보인다
사연을 정확히 알 수 없으니 안내판 설명으로는 할머니당이다
마을 사람들이 아직도 명절이면 이 곳에 금줄을 치고 제사를 지낸다

그 방풍림 뒤로 마을과 논밭이 이어지는데 나즈막한 산에 할아버지당이 있다
몇 년 전 할아버지당 건물은 무척 낡았고 문은 떨여져 있었다
오늘 가보니 제법 깔끔하다
그런데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21세기를 적응해 살다보니 할아버지도 피곤하시겠다
지붕만 기와로 무늬를 냈으나 시멘트로 지어진 신식 양옥이다
수세식 화장실에 입식 부엌으로 된 실내가 궁금하지만
문이 굳게 잠겨 있으니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동안 완도는 죽어라 장보고만 팔아먹었다
수십억(수백억?) 예산을 들여 장보고기념관, 장보고유적지, 장보고동상, 해신세트장 등을 지었고
그래서 결국 수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완도를 알리는 데 성공한 듯 보인다
그러나 대신 수백년 동안 말없이 마을을 지켜왔던 마을의 수호신들은
우리에게서 잊혀지고 푸대접을 받아왔다
마을과 사람들의 역사를 고스란히 지켜온 할아버지, 할머니당은
싸구려 시멘트 속에 갇혀 죽어가고 있다

구계등이 진정한 명승지가 되기 위해서는
멋진 자연과 함께 인간의 정신적 유산인 할아버지, 할머니당의 전설을
발굴하고 계승하고 재해석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하여 부처님, 예수님 만큼이나 친근한 우리의 이웃으로 다시 불러와야 한다
지금의 구계등이 항상 2% 부족한 이유다

 

▲최신식 공법(?)으로 지어진 인스턴트 할아버지당이 멋질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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