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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공무원을 응원함박남수의 완도 톺아보기
완도신문 | 승인 2009.02.26 07:23

지난 2005년의 일이다. 강진의 한 신문이 재미있는 글이 실렸다. 밤늦게 일하는 군청 공무원들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가 더욱 피폐해지니, 빨리 퇴근하고 지역 상가에서 먹고 마셔 경제를 활성화시키라 권했다. 이에 신임군수는 간부회의에서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지역 경제 살려보겠다고 책상에서 궁리하지 말고 시장에 나가 돈 쓰라는 코미디 같은 얘기다.

공무원을 그만두고 고향에 내려와 살아보겠다는 한 후배가 고민 끝에 이런 말을 했다. 완도에서 공무원이 안 팔아주면 십중팔구는 망한다는 것이다. 그 말이 옳다면 반대로 공무원과 유착만 잘하면 대부분 성공한다는 결론이다. 강진이나 완도나 마찬가지다. 지역에서 공무원은 가장 비중 있는 경제주체가 되었다. 그들이 단골로 출입하는 식당은 장사가 잘 되고, 그들이 신자로 있는 교회는 더욱 부흥하니 말이다.

그렇다면 공무원은 도대체 생산자인가, 소비자인가?  둘 다 맞다. 그것도 일등 생산자이자 최대 소비자이다. 잘 알다시피 관공서는 지역에서 직원이 가장 많은 최대 직장이다. 예산을 풀어 일자리를 만들 뿐만 아니라 안정된 수입으로 각종 서비스의 구매자가 되니 공무원이야말로 가장 막강하고 영향력 있는 권력집단이다.

이런 까닭에 권력의 집중현상은 더욱 강화된다. 대의기관인 의회조차 본연의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민간 분야가 초토화되고 관에 의존하는 정도가 커져 각종 시민단체는 존립기반을 상실하고 줄서기에 여념이 없다. 심지어 종교단체도 소금의 역할을 마다하고 세속화돼 실속 있는 ‘인물 키우기’에 발 벗고 나섰다.

어느새 공무원 집단은 기괴하고 거대한 괴물이다. 2007년 장보고 축제 때의 일이다. 군수와 골프 마니아들이 해변골프대회에서 “푸른 바다를 향해 공을 날리는”(보도자료 인용) 뉴스에 분노한 어느 공무원이 군청 홈페이지에 이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실명확인을 거친 후였다. 한 동안 묵묵부답이더니 달포 쯤 지나 군청 공무원이 휴대폰으로 전화해 “너 잘났다”며 비아냥거리고 희롱하더란다. 분통을 터뜨렸다. 감사기관에 제소하겠다더니 결국 포기했다. 포기한 이유가 더욱 재밌다. “완도니까!”

첫 눈이 제법 내리던 지난 12월 어느 주말 아침 일이다. 군청에서 완도중학교 가는 오르막 길이 얼어붙어 학생들을 태운 차량들이 불편을 겪었다. 또한 신지 가는 길이 정오가 넘도록 해빙이 안돼 교통이 불편했다. 이를 비판하는 나의 글에 대해 군청 간부가 전화했다. 사과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내 이동전화 번호는 어떻게 알았을까?

나름의 이유와 근거와 논리를 가지고 군정을 비판한 글에 대해 오히려 감사하고 포상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공무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겪은 불편에 대해 오히려 사과해야 맞는 처사 아닌가? 다음에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노라 겸손하게 다짐해야 옳지 않은가? 최대 권력집단인 완도군 공무원의 품위이자 수준이 이렇다.

 

   
 

 지난 17일 중앙초등학교 졸업식에서 가슴 뭉클한 장면을 보았다. 전체 졸업식 행사가 끝나고 교실에서 졸업장과 앨범을 받고 다들 가족들과 식당으로 향할 때, 6학년 4반은 교실을 떠날 줄 모르고 오래 남아 있었다. 그 반의 담임교사가 졸업생 한명, 한 명을 부르며 졸업장과 선물, 그간의 추억과 자랑을 늘어놨다. 단체 사진 찍은 뒤에도 한 명씩 안고, 손잡고 사진을 찍었다. 첨부터 끝까지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지난여름 우연히 봤던 일이지만, 학기 중 놀던 주말에 아이들과 야유회 다녀온 뒤 검게 탄 얼굴로 엄마들에게 다녀 온 결과를 일일이 보고하던 이도 바로 그 교사였다. 그 반의 아이들과 부모들은 한 해 동안 참 행복했을 것이다.

 

   
 

 멜리사(Melisa Luymes)는 지난 2년 동안 중앙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던 원어민 교사다. 새 학기부터 경기도 모 고등학교에서 일한다. 졸업식 날 그녀가 왔다. 그녀를 기억하던 아이들이 달려들어 반가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엄마들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그 아름다운 광경을 보는 것만으로 내겐 행운이었다.

공무원이 지역 상가에서 물건 안 팔아주면 경제가 어려워지고 망하는 사회는 불행하다. 공무원 사회로 권력이 집중되고 여타 민간분야가 줄서기하고 세속화되는 사회는 더욱 불행하다. 막강한 권력에 기반해 공무원 집단이 주민을 희롱하는 것이 일상화된 사회는 이미 정상사회가 아니다.

그래도 아직 희망을 버리기 싫은 까닭은 있다. 6학년 4반 담임과 계약이 끝나서도 멀리 땅끝 너머 완도까지 찾아 준 외국인 같은 아름다운 공무원이 여전히 많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10년 가까이 섬을 전전하며 주민들 속에서 고락을 함께 해온 이들에게 감사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그들의 건강과 건투를 진심으로, 진심으로 빈다.

그동안 ‘완도 톺아보기’ 코너를 통해 독자들과 진솔한 소통을 원했던 필자 박남수씨가 개인사정으로 이번 회를 마지막으로 잠시 여러분 곁을 떠납니다. 그동안 애독해 주신 독자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다음호부터는 보길도 출신 강제윤 시인이 3년 동안 섬을 여행하며 쓴 ‘섬을 걷다’덕우도 편을 실을 예정입니다.

완도신문  webmaster@wan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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