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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수의 완도 톺아보기>대접받으려거든 먼저 대접하라

  • 완도신문 webmaster@wandonews.com
  • 입력 2009.02.04 17:57
  • 수정 2015.11.2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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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점심시간에 급식을 먹는다.

급식은 학교나 공장에서 아이들이나 종업원에게 음식을 주는 일(또는 음식)이다. 즉, 특정 다수에게 정기적 으로 계속 공급하는 식사다. 그런데 대학에 급식소는 없다. 공장이나 회사에서도 급식 아닌 점심을 먹는다. 대신 군대는 배식을 한다. 유독 학교에서만 음식을 베푼다(給食). 그래서 학생들은 점심 아닌 급식을 먹는다. 이렇듯 학교급식은 식사를 즐기는 학생이 아니라 식사를 공급하는 학교 측의 명명일 뿐이다. 이러니 급식의 대상인 학생들은 주는 밥을 군말 없이 먹으면 된다. 이런 식사가 과연 즐겁고 맛있을까? 급식 대신에 점심, 급식실 대신에 식당이면 된다. 공짜로 국가가 베푸는 것도 아니면서 돈 내고 먹는 학생의 입장에서 이름이 붙여져야 옳지 않을까? 가장 주체적이어야 할 교육현장에서 주객전도의 대표적인 사례다.

불목리에 군외초등학교 불목분교가 있다. 작년 현황에 따르면 전교생이 16명이다. 작고 평화로운 학교였다. 그런데 동네에 드라마 촬영장이 들어서고 완도읍과 원동 사이 4차선 찻길이 부분 개통되면서 모양이 우스워졌다. 진입로를 고치면서 울타리가 헐리고 나무가 뽑혔으며 게다가 운동장이 절반으로 줄었다. 축구장의 한 쪽 구석이 사라져 더 이상 코너킥을 찰 수 없다. 머지않아 폐교될 분교의 운동장이나 나무 따위를 아무도 지켜주지 않았다. 아이들의 꿈을 관리할 줄 아는 현명한 어른들이었다면, 그런 건강한 사회였다면 반대쪽 농지나 주택을 활용했을 것이고 아이들의 놀이공간도 빼앗기지 않았을 것이다. 잘려나간 불목분교 운동장이 홀대당하는 아이들의 모습 같아 지날 때마다 안타깝고 미안하다. "애들아, 정말 미안하구나!"

△불목분교 운동장의 한쪽 골대 옆 코너가 없어졌다.

고금초등학교 학생수는 200여 명이다. 지역은 넓은데 한두 대 통학버스로 아이들을 등교시키는 일이 쉽진 않았을 거다. 오래 전부터 아이들의 통학에 택시가 활용되었다. 적은 예산에 어쩌면 현실적인 대안이었을 거다. 구체적인 규모와 정확한 실태를 다 알 수는 없으나(고금도 뿐만 아니라 다른 섬 지역 학교도 비슷할 거다) 그 당시 한 택시에 탄 아이들 숫자는 열명을 넘었다. 실정법 위반이다. 오늘도 상황은 여전하다. 일고여덟 학생들이 택시를 타고 매일 아침 수송된다. 만일 사고라도 난다면 그 아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상상만으로 끔찍하다. 이렇듯 예상되는 결과가 너무도 확실한데도 현실적 처방은 늘 같다. 완도군 장학회 모금액이 20억을 넘긴 오늘도 우리 애들은 여전히 스쿨택시를 타고 곡예등교를 한다. "애들아, 아침마다 정말로, 정말로 미안하구나!"

△진학지도를 위한 완도중학교 학생 신상명세서로 인사청문회를 해도 되겠다.

새 마음으로 시작하는 새 학기다. 비록 작년 봄 일이지만 전혀 새롭지 않은 일도 있다. 일부 교사들의 호기심은 참으로 지나치다. 그들은 학생은 물론 가족 전체의 주민등록번호를 알아야 한다. 종교, 직업(직위), 학력, 자동차 보유수, 월 소득, (부)동산, 혈액형까지 알아 무엇에 쓸까? 월세나 전세 등의 주거형태가 학생을 지도하는데 무슨 도움을 주는가? 질병, 장애, 사고 경력 등을 구체적으로 쓰라니 무슨 장차관 인사청문회라도 하려는 것일까? 헌법이 금하는 인권침해다. 그런데 하지 말라는 것은 왜 이리 끈질기게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이게 작년까지의 일로 이제와 앞으로 완도에서는 전설이 되길 바란다.

학교의 주체인 아이들을 한낱 객체로 대하는 사회. 어른들의 이해 때문에 아이들의 꿈이 줄어드는 사회. 아이들을 인격적 존재가 아닌 물건처럼 대하는 사회. 부모의 실력과 권력으로 아이들을 차별하는 사회. 이런 사회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먼 훗날 국가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할 리는 없다.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다. 완도중학교 정문 돌기둥에 이렇게 새겨져 있다. “충성!” “효도!” 그게 국가든, 사회든, 또는 학교든, 부모든 그들로부터 대접 받기를 진정 원하거든 그들을 먼저 최고로 대접하라.

 

△누구든 충성과 효도를 받으려면 그들을 먼저 인격체로 대하고 최고로 대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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