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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더 가난해 집시다.박남수의 완도 톺아보기
완도신문 | 승인 2009.01.22 08:07

자신을 불살라 시대의 어둠에 항거했던 청년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가 최근 책을 펴냈다. “자신의 죽음을 헛되이 말라”던 아들의 바람을 여든 해 동안 굳건히 지켜냈던 그녀는 지금, 전태일의 어머니가 아닌, 모든 노동자의 어머니가 되었다. 고 문익환 목사와 김대중 전 대통령도 그녀를 어머니라 불렀다. 이번에 나온 책에서, 전태일을 기억하고 시대의 어둠을 밝히는데 함께 했던 모든 이들에게 지겹도록 고맙다 인사한다.

   
   만인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가 '전태일 동지'의 사진을 안고 오열하고 있다

마침내 그 어둠이 걷히고 밝은 낮이라 여겼는데 그게 끝이 아니다. 서울 용산에서 생존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뜨거운 불 속에서 사망했다. 이런 야만적 살인 집단에게 연정을 제안하던 그 잘난 사람들은 무어라 할지 궁금하다. 오늘의 참사가 제발 끝이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석기시대가 도래한 듯 남은 4년이 길고 무섭다. 더구나 IMF 사태를 능가하는 초유의 경제난을 어떻게 버텨낼지 막막하다. 그러니 이번 설을 맞아 희망 섞인 덕담을 해야 맞겠지만 대신 매 맞을 각오로 쓴 소리 할란다.
오늘의 경제위기는 결핍이 아닌 과잉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완도경제의 경우, 돈이 너무 많이 흘러들어간 결과 이제는 밑 빠진 독이 되어 아무리 공급해도 채울 수 없는 구조가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완도에서 '개도 지폐 물고 다닌다'는 옛말은 결코 찬사가 아니다. 출세와 성공만이 최고인 우리 사회에서 돈과 권력을 더하고 곱하는 데만 너무 열중해왔던 것이다. 성장과 발전의 기본 원리는 더하기다. 곱하기는 덧셈의 따불, 따따불이다. 반면에 빼기와 나누기에는 인색했다. 오늘의 완도 위기의 원인은 여기에 있다.

   
    아름다운 바닷가에 공사중단으로 흉물이 되어가는 모습이 우리의 몰골은 아닐런지

바닷가 마을을 가보라. 어디랄 것도 없이 주인 잃은 양식장들이 줄지어 폐허가 되어 있다. 무슨 까닭일까? 완도 사람들은 모두 그 답을 안다. 첨부터 그리 된 건 아니다. 약간의 자기 돈과 큰 나랏돈을 운 좋게 더해 사업을 시작했다(+). 열심히 일해 따따불로 큰 돈 벌었다(×). 돈을 벌었으면 이자와 나랏돈을 먼저 갚아야 했다(-). 가장 좋게는 지역발전을 위해 나눠야 했다(÷). 대신 그들은 비싼 아파트 사서 도시로 가족을 옮기고 고급 승용차를 샀으며 도박에 빠졌다. 그들은 망했다. 돈을 빌려주었던 은행(조합)도 함께 망했다. 이 부실의 악순환은 지금도 여전하다.

   
     한때 전국 최고를 자랑하는 완도경제의 견인차 완도수협이 공중분해 되었다

더하기, 곱하기는 그 본성상 한탕주의로 흐르기 쉽다. 한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특별한 집에서 많은 이들이 게임이나 도박으로 한탕을 노린다. 완도에서는 그 정도가 심하다. 성별과 직업을 가릴 것 없이 여기 저기 '하우스'다. 지역 사회 전체가 이에 관대하다. 아무 문제 없단다. 그러나 이런 비생산적 구조는 미래세대인 아이들에게 대물림된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대박을 노리는 이들의 연산장치에 빼기와 나누기는 없다. 오로지 덧셈과 곱셈만 있다. 빼기는 남의 것을 탐내지 않고 다시 돌려주는 것이다. 나누기는 내 것마저 남을 위해 내놓는 숭고한 희생이다. 16년 동안 장학사업을 해온 신지 대곡리 김현심 할머니의 나눔 실천은 고귀하다. 완도의 개인과 단체, 기업 등이 여러 경로를 통해 기부를 하지만 대부분 눈치보기나 생색내기를 위한 것은 아닐런지.
예수가 강연을 마친 뒤, 한 어린이가 내놓은 보리떡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따르던 무리 5천을 먹이고 남았다는 오병이어 기적은 결국 나눔의 실천이다. 먹을 음식이 부족했던 게 아니라 이웃과 공동체를 사랑하는 마음과 철학이 없었던 것이다. 오늘의 경제위기도 돈과 상품의 부족으로 생긴 게 결코 아니다. 기업도, 은행도, 개인도, 심지어 국가도 성장과 발전만을 최고덕목으로 삼았다. 그 결과 자본과 권력의 비만을 초래했고 결국 유동성 위기를 가져왔다.

 

   

                                 오병이어 기적은 내 것을 내어놓은 나눔의 실천이다

이소선은 일제 치하 간이학교에서 구구단을 배웠다. 이웃한테서 언문(한글)을 배웠을 뿐 학교 졸업장은 없다. 아들을 가슴에 묻고 온 몸이 가루가 되도록 불의와 싸워온 그녀의 삶을 어느 연산장치로 셈할 수 있을까? 평생 나누기만 한 결과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그러나 전부를 얻었다. 그러면서도 모든 이들에게 지겹도록 고맙단다. 전태일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배가 고프다!” 전태일이 엄마에게 했던 유일한 선물은 남는 천조각으로 만든 속옷이었다. 지금 우리는 배가 고프지도, 옷이 없어 춥지도 않다. 반대로 너무 배가 부르고 뚱뚱해서 걱정이다. 돈이 넘치고 학력도 충분하면서 불행하다니. 그럼에도 새해 복 많이 받고싶은가? 한 살 더 먹는 올해 더 많이 나누고 더 가난해지자. 그래서 진정 마음이 부자되는 해로 만들자. "새해에는 더 가난해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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