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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한 달에 한 번 한다는 외딴 섬 자원봉사 공무원 마음대로 '했다 안했다'

주민생활지원과 “장보고축제 준비한다.” “과장 장기 출장이 있었다.”며 차일피일 미뤄 군행정 주민과 함께한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07.07.28 12:39
  • 수정 2015.11.08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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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군 주민생활지원과라는 부서가 새로 생긴지 5개월이 지났다. 과장을 중심으로 16명의 공무원이 말 그대로 주민생활을 제대로 지원하고 있는지 어떤 일을 주로 하는 부서인지 아는 군민은 극히 드물다.


주민생활지원과는 외딴섬 주민을 위한 무료 자원봉사를 매월 1회 지속적으로 실시한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지난 3월 21일에 처음 덕우도를 시작으로 두 번째 횡간도 자원봉사를 다녀온 뒤 “장보고축제를 준비한다.” “과장 장기 출장이 있었다.”며 차일피일 미루어오다 지난 26일 금일읍 충도에서 세 번째 자원봉사활동을 가지게 된 것이다.

 

완도군보건의료원이 내과, 치과, 한방을 담당하고 열관리협회에서 보일러 점검을, 이, 미용사가 주민의 머리를 손질했고 돋보기 안경제공, 민원상담 등을 실시했다.

 

이발은 7명을 끝으로 오전에 일찍 끝났다. 또한. 민원상담을 원하는 주민역시 없었다. 마을 이장은 사전에 자원봉사에 대해 충분히 홍보를 했다고 했다. 하지만 주민 상당수가 자원봉사를 언제 하는지 어떤 봉사를 하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 

 

봉사활동에 참여한 이발사 또한, “노인들이 대부분 최근에 이발을 한 것 같다. 일찍 가게 문을 닫고 왔는데...” 라며 푸념 섞인 말을 되풀이 했다. 그 이발사는 오후 내내 할일이 없어 가만히 대기하고 있어야 했다.

 

점심시간 충도리 복지회관을 차지한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은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쏘이며 회와 돼지고기 등 푸짐한 식사를 했다. 하지만 좁은 방으로 내몰린 많은 노인들은 선풍기를 틀어놓고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구경만 하고 있었다. 누구 한 사람 마을 노인들에게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는 사람 없었으며, 오히려 기자에게 먹고 남은 반찬 좀 달라고 부탁하는 노인만 있었다.

 

복지회관 냉장고 안에는 먹을 반찬하나 변변치 못했다. 충도 주민을 위한 종합자원봉사는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4시 행정선이 도착할 때까지 관련공무원들은 그늘진 곳에서 더위를 피하며 잡담을 하거나 구멍가게에서 맥주를 마시며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봉사를 하러 왔으면 망치라도 들고 봉사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느냐?”는 기자 질문에 한 관계 공무원은 한심한 표정을 지었다. 그 공무원은 단체사진을 찍는다고 하자 ‘외딴섬 주민을 위한 종합자원봉사’ 펼침막을 먼저 펼치는 적극성을 보였다.

 

지난 12일 제158회 완도군의회 제1차 정례회에서 주민생활지원과 서현종 과장은 “ 주민생활 지원서비스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내실 있는 자원봉사활동이 되도록 하겠다.”“찾아가는 복지서비스를 하겠다.”라고 보고했다.

 

하지만 완도군청 인터넷 홈페이지를 접속해보면 주민생활지원과는 주요업무계획, 부설업무, 직원안내 등이 전혀 나와 있지 않다. 인터넷을 통해 군청을 이용하는 민원인이라면 존재하지도 않는 실과라고 오해하기 쉽다.

 

그런 주민생활지원과가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를 한다며 외딴섬 주민을 찾아가서 잡담이나 하다가 단체사진에 얼굴을 내비치는 행태는 곰곰이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올해 충남 연기군은 가족문패 달아주기 사업을 펼쳐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제대로 문패 한 곳 없는 충도에 공무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집집마다 문패라도 달아줬다면 평생 가는 봉사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완도읍의 L모씨는 “낙후된 섬 지역에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대로 하려면 1회성 이벤트로 끝낼게 아니라 미리 사전에 답사를 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점검을 해서 ‘오래된 주택 페인트칠 해주기’나 ‘마을 주민과 함께 반찬 만들기’ 등을 하며 군행정이 주민과 함께한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 진정 찾아가는 서비스가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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