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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전국일주 윤재훈시인의 “작은 깨달음의 여행”

전국일주 59일 만에 찾아온 완도는 정이 넘쳐서 좋아요.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07.07.14 19:56
  • 수정 2015.11.19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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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허공으로 /지나가는가 싶더니/솔방울 하나가 툭하고/소 등으로 떨어졌다/깜짝 놀란 소/길길이 뛰더니/

산문으로 들어가/십우도 속으로/사라져 버렸다/ <흰 소를 찾아서>윤 재 훈

 

지난 12일 밤 완도읍 여객선 터미널에서 만난 해남 삼산면 출신의 윤재훈(51세)시인은 193cm의 키에 달랑 등산가방 하나 둘러매고 자전거로 전국 해안가를 여행 중이다. 지난 5월13일 윤 시인은 3년 전에 계획했던 자전거 전국일주를 시작했다. 가족이 있는 의정부를 출발해서 설악산, 속초, 부산, 진해, 거제, 통영, 삼천포대교를 지나 여수, 고흥, 추자도, 제주도를 거쳐 59일 만에 완도를 찾았다.

 

비교적 건강한 모습의 윤재훈 시인은“평상시 산을 즐겨 올랐고 섬진강 5백3십리, 한강 1천3백리 등 도보여행을 많이 해본 경험이 있다. 이번 전국일주를 하며 해안선 따라 펼쳐진 풍경과 어판장이나 재래시장 등 사람냄새가 나는 곳을 들려 보았다. ”라고 밝히며 생(生)의 활기가 떨어진 사람은 바다에서 건져 올린 팔팔뛰는 고기처럼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재래시장을 꼭 가볼 것을 권하기도 했다.

 

전국을 여행하며 많은 사람들의 친절과 도움을 받았지만 특히 제주도가 인상에 남았다는 윤 시인은 “제주도 한림재래시장에서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족발을 바라보고 있는데 식당 주인이 다가와 여행을 다니려면 잘 먹어야 한다며 국밥과 막걸리를 내놓아 맛있게 잘 먹었다. 돈을 드려도 극구 사양하는 식당주인의 따뜻한 친절에 떠나는 발걸음이 안 떨어지더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윤 시인은“시를 쓰는 사람은 일부 몇 사람을 제외하고 돈이 안 된다. 배가 고픈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억매여 있는 것이 답답했고 넓은 세상을 보며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라며 이번 자전거 여행의 목적을 밝히기도 했다.

 

고산 윤선도의 후손이라고 밝히는 윤 시인은 완도에 대한 인상을 “정이 넘쳐나고 여자들이 말은 투박하게 하지만 순박해서 좋다.”고 말하며 작년에 신지나 보길도는 몇 번 다녀 간 적이 있었는데 바닷가에서 생선을 사다가 회를 떠서 먹었던 기억이 새롭다”며 지나간 추억을 떠 올렸다.

 

부인 이미숙씨와 예쁜 초등학생 딸을 의정부에 놔두고 찜질방에서 잠을 청하며   비나 악천후 속에서 자전거 여행을 계속하고 있는 윤 시인은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 도공(陶工)들이 일본으로 끌려간 길을 따라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여건만 된다면 자전거 세계일주도 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앞으로 인간의 정서를 순화시켜 감동을 줄 수 있는 좋은 시와 글을 쓰고 싶다는 윤 시인은 자전거 여행이 마무리 되면 여행에서 만난 수많은 사연을 틈틈이 기록하고 메모한 노트와 일만 오천여 컷의 사진을 모아 한권의 책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장마 비가 내리던 13일, 너덜너덜해진 전국 지도를 살피며 완도의 서부 해안도로를 출발한 윤 시인은 해남과 진도를 거쳐 함평 지인의 집에서 글을 쓰며 여름을 보낸 뒤 강화도, 의정부로 이어지는 남은 일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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