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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하나로 살아 온 세탁인생 30년

남은 인생 불우한 이웃을 위해 살고 싶습니다.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07.05.01 21:33
  • 수정 2015.11.19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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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맡긴 옷 속에 거액의 돈뭉치를 발견하고 주인을 찾아 되돌려 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세탁소 업주가 있어 갈수록 각박한 사회에 따뜻한 감동이 되고 있다.

 

옛 번화가인 완도읍 중앙리 제일병원에서 중앙시장 쪽으로 10여m가다 보면 사거리 모퉁이에 5평 남짓 작은 공간에서 ‘믿음세탁소’라는 간판을 걸고 세탁업을 하고 있는 박권순(61세) 이금례(58세)씨 부부가 그 사연의 주인공이다.  

 

박 씨는 세탁하기 전 항상 고객의 옷 호주머니를 살핀다. 손님들이 호주머니에 중요한 것을 놔두고 깜박 잊고 빨래를 세탁소에 맡기기 때문이다. “아마 얼마 전 일일 겁니다. 손님 외투 속주머니에 만원권 지폐뭉치가 들어 있어 평소 안면이 있던 옷 주인 임 모씨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돌려주는 일이 있었다”고 했다.

 

10여 년을 한결같이 믿음세탁소를 애용했던 임 씨는 돈을 돌려받은 것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라고 밝혔다. “1년 전에도 8만원을 돌려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두 번이나 신세를 져서 고마운 마음과 함께 이 세탁소를 이용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임 씨는 평소에도 “박씨부부가 친절하고 옷 세탁과 수선을 꼼꼼하게 잘 하는 편이다. 완도경기가 아무리 어려워도 살아남을 분들”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믿음세탁소 박 씨는 현재 죽청교회 장로이고 완도군세탁협회 지부장을 맡고 있다. 손님의 돈을 발견하고 돌려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30여 년간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안주머니에 들어 있던 귀금속이나 돌반지도 많이 발견 해 돌려 주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옷을 찾으러 왔다가 옷 속에 있던 자신의 돈을 돌려 주면 공돈이 생긴 기분이라고 좋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박 씨는 간혹 벌어지는 세탁소와 고객 간의 불신도 걱정했다. “세탁이 된 옷을 손님들이 집에 보관할 때는 포장용 비닐을 벗기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놔두어야 한다.”고 했다.

 

“옷이 숨을 쉬어야 하는데 옷이 꽉 차있는 곳에 같이 놓으면 곰팡이도 생기고 이런 과정에서 세탁이 제대로 안 됐다고 항의하는 손님들이 간혹 있습니다. 이를 이해시키고 설명하는데 애를 먹는다.”고 덧붙였다.

 


 

믿음세탁소를 이용하는 손님들 중 옷을 맡겨두고 찾아가지 않은 옷이 200~300여벌  된다. 가격을 싸게 주고 산 옷이기 때문에 포기하고 안 찾는 손님도 있고 1,2년이 지나서 옷을 찾으러 오는 손님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무엇보다 먼지가 유달리 많은 곳이 세탁소이기 때문에 일정 기간이 되면 찾아가서 집에 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한 옷 관리 요령이라고 덧붙였다.

 

박 씨는 40여년 신앙생활을 하면서 서울서 세탁소를 운영하다 실패도 경험했다. 또, 사우디 건설현장에도 참여하는 등 갖은 고생을 하고 고향 완도로 돌아 왔다. “세탁업을 단순한 돈벌이나 이익을 앞세워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먼저 많이 알고 기술을 바탕으로 시작했습니다.” 장기간 세탁업을 하면서 느낀 자신 만의 노하우를 밝혔다.

 

완도의 세탁소 중에는 과거에 양복점을 운영하다 세탁업으로 힘들어 하는 세탁소도 있다. 또, 고객과의 분쟁의 시작은 자신의 실력을 탓해야하고 서비스정신을 살리면 나름대로 보람있는 직업이라고 했다.

 

부인 이금례씨를 찾는 단골 손님도 많다. 노인 손님들에게 친부모님 모시듯 대하고 수선도 깔끔하게 잘해서 신지나 섬에서 찾아오는 섬 손님이 많다고 아내 자랑을 빼놓지 않았다.

 

박 씨 부부는 고객이 깨끗하게 세탁한 옷을 입고 세탁소 앞을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항상 직업에 대한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 독거노인이나 생활보호자, 노인정 등의 이불 빨래를 도맡아 봉사를 하며 살고 싶은 것이 남은 생애의 작은 소망입니다.” ‘믿음세탁소’ 박권순 이금례씨 부부 곁에는 믿음과 소망을 담은 애틋한 사랑이 자리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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