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경. 자연의 경치를 빌려온 것을 말한다. 흔히 조선시대의 풍류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한다. 이것은 한국정원의 최고조를 표현함에 마땅하다. 조선시대의 정원문화를 우리가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원형이 그대로 보전되었기 때문이다. 보길도 세연정은 한국정원의 원형이 잘 나타나 있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3대 정원 중 하나로 꼽힌다.삼국시대부터 전해왔다는 정원문화의 바탕은 도교의 영향이 가장 크다. 이것은 한국 중국 일본 3국이 비슷하다. 세 나라의 정원은 사람을 자연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여 그 속에 몰입했다. 이 문화는 한
5월 어느 고운 날에 왔다가 기억이 새로울 때 떠난 꽃. 홀연히 꽃씨 하나만 남겨놓고 그 연한 꽃잎 따라가고 없다. 시간의 한계를 뛰어 넘는 너는 여전히 내 앞에서 입 맞춘다. 그 연한 꽃잎이 눈시울 되어 치맛자락에 적히는 순간이 언제나 꽃이 피고 있다. 아직도 꽃피는 순간만큼은 잊을 수 없어 되뇌어 보는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파랗다. 5월의 눈망울은 네가 아직 피어있구나. 어린아이처럼 놀란 가슴에 피어선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어구나. 물가에 앉아 있는 새는 물길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노란 붓꽃은 물을 건너다 멈추고 재잘거리면서
극진 가라데의 창시자, 최배달의 스승인 전설적인 사무라이 미야모토 무사시가 그런 말을 한다."승리에 우연이란 없다. 1천일(日)의 연습을 단(鍛)이라 하고, 1만일(日)의 연습을 련(鍊)이라 한다. 단련(鍛鍊)이 있어야만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싸우고 있는 적(敵)이 마지막이다. 싸움은 지금 이 순간뿐이라 생각하라. 목숨을 건 싸움에서 이번엔 졌지만, 다음엔 이긴다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무사의 도나 수행의 도가 다르지 않듯 단련은 내가 가보지 못한 끝을 가게 한다. 늘 문제는 끝을 안가서다. 끝까지 갔다고 해
삼국사기에 기록된 중사지 발굴 매납유구(埋納遺構)는 장도청해진유적의 서쪽 사면에서 발굴되었는데 유구에서 수습된 유물의 대부분은 제사용기로 유물을 인위적으로 뭍어 보존상태가 아주 양호하였다. 매납유구는 삼국사기 제사지(祭祀志)에 전해오는 청해진 조음도(助音島)에서 중사(中祀)를 거행했다는 기록을 뒷받침하는 유구로 발굴당시 직경 1m, 깊이70cm 정도 되는 원형구덩이 속에 회색대호(大壺)를 가운데 두고 주변에 4명편병(四面扁甁)2점, 솥(鼎) 2점, 철제소반(鐵製小盤)2점, 청동병 1점을 넣고 매장하였으며 유구를 중심으로 주변은 기단
꽃들의 향연이 절정을 이루는 5월. 전원주택 담장 너머로 고개를 내민 장미 넝쿨이 매혹적이다. 정원을 가꾸며 사는 사람들의 영혼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5월이면 불현듯 떠오르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있다.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인기 동화작가이면서 비밀의 화원과 소공녀, 백악관의 크리스마스카드 등의 삽화를 그리며 30만 평 대지를 천상의 화원으로 일구며 살았던 '타샤 튜더(1915~2008)'의 정원이 바로 그것이다. 그의 삶은 자연주의 그 자체였다. 아름다운 정원,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동물들,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듣노라면 우리의 일상마
키가 작다 하여 바람에 묻히지 않는다고 말하지 마라. 물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 하여 다시 떠날 수 길이 없다고 말하지 마라. 우리는 마지막 눈물이 있는 곳에 다시 떠날 수 있는 길이 있다.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번뇌는 아직 열망이 있다는 증거다. 물길 따라 머무는 곳에 내가 있네. 그리고 너는 꽃으로 나의 갈 길을 만들었네. 깊은 침묵은 잠에서 깨어나 나를 조용히 손을 잡고 있네. 바람은 투명하게 흔들고 있다. 맑은 빗물은 조용한 속삭임을 그리워하고 있다. 나는 오늘도 여행 중이다. 오늘 발길을 머무는 곳이 마지막 지나침이
당신은 당신이 아닌 누군가에게, 당신의 목숨이 걸린 마지막 퍼팅을 맡긴다면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무슨 말로 시작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누구도 경험해 보지 않은 설군 이래 처음 치뤄진 전남체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던 최광윤 과장이 폐막 직후, 어디 면장으로 가고 싶다는 말을 푸념처럼 내뱉었는데, 면장이 실무 과장보다 쉬운 일이라기 보단 그 만큼 가보지 않는 세계를 갔을 때 찾아오는 고뇌와 고충을 토로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한데. 막중한 책임감 속에서 실전에 임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위대한 고독을 느끼는 것 같다. 완도로선 훌륭한
사람들은 말한다. “육신은 육신을 낳고, 정신은 정신을 낳는다” 그리고 “그 정신은 생명을 주지만 육신은 그렇지 못하다”라고. 그래서 정신이 담긴 이름은 육신보다 오래산다.그 옛날 아시아에는 수많은 위대한 인물이 살았다.다가오는 미래의 아시아 건설자들은 지금 어디에 살고 있는가? 언제 그들은 다시 올 것인가? 얼마나 아시아 사람들은 그들을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일 년? 아니 십 년? 아니면 백 년을? 서양인들의 꿈, 그들의 ‘아메리칸 드림’은 벌써 꽃을 피웠으나, 우리 동양인들의 꿈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아시아인을 위한 아시아
3년만에 열린 금일 다시마 축제.아홉명의 유치원생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꾸민 식전 공연으로 문을 열었고 어린 친구들의 앙증 맞은 공연에 어르신들의 눈에선 쉼없이 꿀이 뚝뚝 떨어졌다.또 봉사하면 적십자 금일봉사회, 늘 그렇듯 행사를 준비하시는 분들과 일찍 오신 어르신들을 위해 따뜻한 온정이 넘친 차 준비로 바삐 움직인다. 설레는 마음으로 밤새 달려오신 향우분들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고향을 지키고 있는 우리에게 "고맙다"며 두손을 꼬옥 잡아주셨다. 서울에서 오셨다는 예쁜 언니는 긴가민가 망설이더니 "너, 영자 맞지! 나 감목리
5월 언덕에 앉았다. 계절이 왔다 간 자리에 하얗게 꽃이 피었다. 조팝나무, 찔레꽃, 아카시아 꽃이 아쉬운 봄을 달랜다. 향기가 없으면 5월의 밤하늘도 쓸쓸하다. 향기는 마음과 마음이 맞대는 곳에서 피어나리. 벼농사를 짓기 위해 논에 물을 댄다. 5월의 산야는 눈물투성이다. 찔레꽃도 새순에 물을 올려야 꽃이 핀다. 물을 잔득 머금어야 꽃이 된 이들은 하나같이 정이 많다. 온전하게 퍼 올려야 가슴에도 꽃이 핀다. 아카시아 꽃들도 가득하게 물을 머금었다. 부지런히 물을 올려야 그 많은 꽃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 어머니 무덤가에 밤새 소
시간과 공간과 빛깔이 꼭지점에서 만나 한순간에 물질을 만든다. 이것이 해인삼매(海仁三昧) 대원(大圓)의 경지. 이 말은 명상이나 수행을 통해 인간이 광대무변하는 이 우주의 천변만화하는 기(氣)를 포획하는 경지를 말하고 있는데, 동양의 종교와 사상, 학문까지도 이 기(氣)를 탐구하는 것으로 발전돼 왔다.서양도 다를 건 없다. 분자와 원자, 힉스입자와 양자역학 등 미거시적 세계에 대한 과학적 접근 또한 따지고 보면, 우주를 생성해 형성하고 있는 단초에 대한 문제 풀이로 볼 수 있다. 특히 동양에서 기의 탐구 중, 죽은 이에게서도 기를
″여보세요......?″″여보세요......?″고순심 해녀와 만나기로 하고 청산행배를 타기 전 전화를 해도 아무런 답이 없다. 배가 막 출항하자 전화가 왔다. ″동생인가? 고추밭에 지주대를 세우느라고 전화기를 차에 놔뒀네야. 도착시간에 맞춰서 부두로 나갈라네.″고 씨의 남편이자 청산면 주민자치위원장인 강상홍 위원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주도 우도가 고향인 고순심 해녀는 일찍이 꼬마상군으로 이름을 날렸는데, 열아홉살 때 청산도로 원정 물질을 와서 같은 우도 출신인 오늘날의 신랑을 만나 청산도에 정착하게 되었다고. ″저는 외할머니로부
완도군청 박미정 가족행복과장님,마을버스의 다음 탑승자로 지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과장님 덕분에 오랜만에 버스를 탄 것 같습니다.모처럼 타는 버스에서 지역 어르신과 동행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됐습니다. 버스정류장에는 어르신들이 보따리를 옆에 놓고 시골 버스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어르신이 웃음을 잔뜩 머금었습니다. 5일장에 팔 물건이 꽤 돼 보입니다. 저도 정겨운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방긋방긋 피어오릅니다. 5일장 열리는 날이면 사람의 왕래가 많은 곳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하나둘 생겨나게 마련이지요. 군
장보고수산물축제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노젓기가 아닐까 싶습니다.손에 땀을 쥐게 하는 흥미진진 박진감 넘치는 노젓기. 각 읍면의 명예를 위해 읍면마다 연습에 연습을 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는데, 고금청년회는 4월 마지막 주부터 노젓기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고금면 상정리 매실항이 우리들의 연습 무대였었죠.22대 김주남 고금청년회장은 노젓기 선수들의 안위를 살피면서 연습에 집중시켰습니다. 10년 가까이 출전한 남녀혼성팀의 장윤수 선수는 이번에선 꼭 우승해보자면서 50대가 되었어도 열과 성의를 다해 연습에 임하였고,
떠나는 지하철을 바라보며 차마 다음에 또 보자고 말할 수 없었다. 내게 다음이란 말만큼 불합리한 말도 없으니까.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멀어지는 열차를 향해 입을 삐죽 내밀 뿐. “연수야” 등 뒤가 오싹했다. 멀리 떠나보낸 줄 알았는데 이렇게 가까이에 있을 줄이야. 그녀였다. “어! 안녕.” “거 봐. 내가 파마한 머리가 훨씬 잘 어울릴 거라 그랬지?” 3년 만에 만난 우리가 나눈 첫 번째 대화는 어 안녕, 그리고 파마가 잘 어울린다는 말, 마치 어제 만난 사이처럼 우리 사이에 공백이라곤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이 익숙했고 자연스러웠다
최영미 약산면장님의 지목을 받고 많은 생각을 해 봤습니다.언제 농어촌버스를 타 보았지? 버스에 대한 학창시절 옛 추억은 있나?농어촌버스를 타 본 기억은 가물가물하고 학창시절엔 학교와 가까운 마을에 살아서 버스를 타고 학교를 다니지는 않았었기에 버스와는 별다른 추억이 없었다.그래도 꼭 꼽으라고 하면 시골에서 살아서 방학이면 울산에 사는 작은집에서 생활을 했다. 아빠가 방학 때만이라도 도시에서 생활하라고 보냈던 걸로 기억한다. 버스에 대한 강한 기억은 어릴 적 울산 작은집에 가는 버스에서 버스 그 고유의 냄새 때문에 매번 멀미를 심하게
신지면 동고리 토박이 차봉덕 해녀를 만나로 가는 길은 콧노래를 부르며 웃으면서 가는 길이었다.몇 일전 물질을 가는데 사진을 찍고 싶으면 빨리 오라는 전화를 받고서 새벽부터 서둘러 차를 달려 동이 틀 무렵 사진을 찍고나서 인터뷰는 다음에 하자는 다짐을 받았기 때문이다.″보잘 것도 없는디 뭐할라고 사진을 찍어~~~″″보잘 것이 없다니요? 절대로 안 그럽니다.″물때에 맞춰 작업을 해야 하니 서둘러 물질을 가야한다며 보잘 것 없는 노인을 뭐하로 찍냐며 자꾸 타박을 하면서도 포즈를 취해 주었다.″오늘은 어디로 작업을 가십니까?″″오늘은 생일
내 특징을 다른 사람이 불러준 이름이 별명이다. 예전에는 그 특징을 외향에서 찾는다. 본인이 듣기에는 기분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지금은 오라인 상에서 자기의 닉네임을 스스로 정한다. 자기의 마음의 상태를 파악하여 스스로 이름을 짓는다. 자기의 주관적인 마음의 상태를 스스로 결정한다. 별님, 하늘님, 초록님, 바람하늘님 등 자연의 아름다움을 자기의 마음에 맞게 이름 짓는다. 야생화도 스스로 자기 이름을 지었다는 느낌도 있다. 자연과 어울림도 있다. 가장 쉽고 편안한 이름이다. 이웃집 이모처럼 다정스런 이름이다. 옆집 아저씨 이름처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실존주의 철학자, 샤르트르가 그런 말을 한다. "청춘이란 묘한 것이다. 외부에서 볼 땐 눈부시게 빛나고 있는데, 내부에서는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뭐든 한가운데 있을 땐, 그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특히 질풍노도의 청소년기엔. 하루 빨리 이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됐으면 하는 생각. 나의 무한할 것만 같던 황금의 시간이 그렇게 사라져간다. 스승은 그것을 알고 있기에, 지금 내가 가장 빛날 수 있도록 또 다른 '나'가 돼 나를 이끄는 존재다. 완도군청 실업역도팀 이야기를 해보면, 1995년생으로 현직 국가대표인
최광윤 체육진흥과장. 2주 앞으로 다가온 전남체전을 앞두고, 그야말로 호랑이 눈썹 휘날리 듯 뛰어다니는 모습인데, 언젠가 묻기를 어떻게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나요?그 물음에 대한 만고의 답변을 전해줬다. "목숨을 걸면 잘 쓴다. 근데 이렇게 말하면, 또 누구나가 글 쓰는데 어떻게 목숨까지 걸어요? 그러면 하게 되는 답변, 그래서 못쓴다" 쉬운 일은 아니다.사실, 좋은 글이란 시(詩)가 아니다. 그 보단 시적 순간이다. 시인의 눈은 황홀한 열광 속을 날아다니며, 하늘에서 대지를 내려다보고, 대지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느껴지는 전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