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의 가을은 느리게 오고 느리게 간다. 시간이 더디가는 섬에서는 단풍도 늦게 들어 다른 곳에서 단풍이 다 지고 가을도 다 가고 올해도 끝난건가... 하며 우울함이 엄습할 때 즈음에야 가을이 시작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으니 슬로시티의 묘미가 여기서도 발휘된다고 할 수 있다.청산도의 걷는 길 중 단풍길은 가장 계절의 변화를 쉽게 느낄 수 있는 길이다. 육지에서 보는 느낌과는 사뭇 다른 푸른 바다와 대비되는 청산도의 단풍길은 진산리에서 지리마을까지 3.2km, 55분이 소요된다.단풍나무가 가을에 잎이 붉게 물들면서 최고의 절정을 뽐
강추위는 아니어도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들어 손발이 시린 날이었다. 해변로로 가려다 멈췄다. 주유소 주차장 공간에서 새빨간 대형버스를 세차하는 물줄기가 보였다. 빤짝빤짝 아주 빨간 관광버스였다. 할부로 구입한 지 한달여 됐다는 새 차가 마냥 흐뭇한지 아니면 원래 잘 웃는 사람 같은 인상 좋은 김형제 씨(사진). 이름도 친근하다. 형제.택시를 운전하다가 관광버스를 운행한 지는 5년째, 비싼 할부금을 갚아야 하지만 이젠 내 차가 생겼으니 왜 안좋겠는가.관광버스는 일년에 딱 반은 바삐 일하고 반은 뜨문뜨문 일한다. 봄철 꽃구경 시작하는 3
공채 7급 완도군청 입사.우수한 인재다. 언젠가 완도군청 모 공무원이 말하길 "스스로의 기획력으로 중앙부처나 상급기관에서 예산을 따올 만큼 그의 뛰어난 기획력은 정평이 나 있는데, 7급 공채로 입사해 아직도 한직에 머물고 있는 그의 모습이 안쓰럽다"고 했다.바로 완도군청 어촌민속전시관의 이승창 관장. 예리한 눈매를 자랑하는 그답게 기자의 게으름을 어찌알고, 채찍을 가하듯 지난호 주도만조명월 2부에서 소개했던 본래 가용리(加用里)는 가용리(加龍里)였다는 내용 중 가용리(加龍里)의 가(加) 자가 멍에 가(駕) 자라며 오기(誤記)를
지난 7일 기준 완도군이 모집한 국제해조류박람회 자원봉사 지원자 수가 당초 목표 인원 수를 초과 달성했다.자원봉사 모집을 담당하고 관리하게 될 완도군 주민복지과에 따르면 지난 10월부터 공고한 자원봉사자 모집인원은 일반 570명, 통역 30명으로 600명이었으나 지난 7일 기준 지원자 수는 총 730명, 이 중 영어, 중국어, 일본어, 수화 등 통역 지원자 수는 28명이라고 밝혔다.주민복지과 담당자는 “일단은 계속 모집 중이다. 현재 인원 수는 충족된 상태지만 행사가 내년 4월인 만큼 유동적일 수 있어 완료하기는 어렵고 내년 3월
완도읍 항동리가 최근 동네에 예쁜 벽화 옷도 입히는 등 변화의 새로운 기운이 꿈틀대고 있다. 이번 칭찬릴레이 주인공은 바로 이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는 항동리 이장 김광술 씨(64)다.“우리 마을이 완도읍내에서 가장 후진 곳일 거에요” 보통은 동네자랑 먼저 할만한데, 동네 상황부터 얘기하는 김 이장. 그는 완도읍 토박이다. 읍내 서성리에서 태어나 살다 10여년전 항동리로 이사를 왔다. 상대적으로 젊다보니 46년 장기집권(?)한 84세 전임 이장이 건강이 좋지 않아 이장자리를 맡게 됐다고.이장을 맡고나서 차가 다니지 못하는 좁은 골목
완도읍 5일장. 장날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멋쟁이 할머니가 있다. 읍사무소에서 인공폭포쪽으로 돌아서는 모퉁이, 22년째 장날마다 나타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병임 씨(사진).그녀가 장날에 들고 오는 비장의 무기는 호떡.남편과 함께 삼천리 방방곡곡 장마당을 찾아다니며 호떡을 구워왔다는 그녀. 5년 전에 세상을 떠난 남편은 이제 옆에 없다. 그녀도 큰병을 앓고 2년쯤 쉬었다. 자식들은 아예 그만 두시라고 펄펄 뛰었으나 다시 장을 찾고 있다.다른 장은 다 접고 완도에만 온다. 더우나 추우나 비바람이 몰아치나 눈보라가 휘날리나 장날이면 그
흰눈에 뒤덮인 주도.마치 조선백자의 달항아리처럼 소박하지만 우아하기 그지없는 자태다.주도는 저 달항아리처럼 물 위에 떠 달 밝은 밤에도 보름달이고 달 없는 칠흑의 밤에도 보름달이다.저 보름달을 책장 위에 놓으면 방 안에도 보름달이 뜨고, 찬장 위에 놓으면 가난을 밝히는 보름달이 된다.또, 우리 어머니가 나를 가졌을 때처럼 그 넉넉하고 봉긋한 배처럼 아름답고, 우리 아버지가 늦은 밤 집에 도착했을 때 그 가슴의 달빛처럼 환하다.주도의 저 넉넉한 품은 잘되거나 못되거나 누구나의 응석까지 모두 받아주는 어머니의 품이고 아버지의 곁이다.이
마리오가 녹음해 놓은 소리를 들으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파블로!녹음기에서는 마리오 스스로 시를 지었음을 밝힌다. 하지만 창피하다며 녹음기에는 담지 않고 대신 군중 앞에서 시를 읽게 되었다고.시 제목은 '파블로 네루다님께 바치는 노래'내용은 바다에 관한 내용이지만, 분명 네루다에게 바치는 시라고 말하는데, 네루다는 마리오와 함께 대화를 나누던 해변을 거닐며 그를 회상한다. 마리오는 자신의 아들인 파블리토의 심장소리가 이 섬의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하는데, 아버지가 생각하는 아들의 심장소리는 어떠했을까?네가 웃으면
완도시니어합창단이 ‘제2회 전라남도 시니어합창 경연대회’에서 열악한 여건을 극복하고 장려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번 칭찬릴레이 주인공은 바로 완도시니어합창단의 지휘봉을 잡은 완도중앙초등학교 음악교사 이지은 씨(46)다. “연세가 있으시니 가르쳐줘도 금방 잊어버리세요. 글을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셔서 그대로 따라 부르기를 해야 했죠.” 기대하지 않았던 시니어합창단의 좋은 성과에 자신도 깜짝 놀랐다는 그녀. 시니어합창단이 자신이 주로 가르치는 대상인 아이들보다 힘들었다고 웃음진다.사실 결과에 대한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왜냐
지난 11일 본지 제1059호 에 소개된 다섯둥이 정경숙 씨의 집안 풍경이 궁금했다. 궁금증에는 그 많은 아이들을 대체 어떻게 돌보는지 그 일상이 과연 가능하기는 한 건지 경이로움과 존경의 마음이 포함돼 있었다. 22일 화요일 늦은 오후 그녀의 집을 찾아갔다.현관문을 여는 순간 깜짝 놀랐다. 한 눈에 봐도 온 집안이 책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거실 양쪽 벽면은 물론이고 방방마다 주방에도 베란다까지도 벽이란 벽은 어김없이 책장이 차지하고 빽빽하게 책이 꽂혀 있었다. 경숙 씨를 대단하다고 여기게 만든 존
금당면은 지난 18일 면 승격 30주년을 기념해 ‘2017완도국제해조류박람회 성공기원 금당면 승격 30주년 기념행사’ 를 성황리에 개최했다.이번 행사는 1986년 4월 1일 금일면 금당출장소에서 금당면으로 승격한지 3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를 기념해 개최됐다.기념행사에서 신우철 완도군수, 윤영일 국회의원을 비롯 각급 기관단체장, 향우, 주민들 8백여 명이 참석해 금당면 승격 30주년을 축하했다. 기념식을 비롯 발장치기, 새끼꼬기, 물지게 지고 물동이 이고 달리기, 김뜨기 체험 행사, 금당 변천사 사진전시회 등 다채롭고 풍성한 프로
참 좋은 늦가을날이었다. 11월 중순을 넘겨 추워도 마땅한데 그날따라 바람도 추위도 물러가고 두툼한 외투가 오히려 더울 정도로 따뜻하고 맑았다.면 승격 30주년을 맞아 온 마을이 축제분위기로 흥겨운 금당면에서 순자 씨를 만났다. 행사장인 금당중학교 운동장 앞쪽엔 화려한 무대가 마련돼 있었고 옆쪽으로는 금당면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옛 사진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하늘엔 깃발들이 휘날리고 있었다. 운동장 뒤쪽 마을별로 주민들이 모여 있는 천막 앞 휠체어에 앉아있는 그녀를 발견했다.어디가 편찮으신지 묻자 싫은 내색 없이 대답해준다. 4
결코 순탄치 않았던, 파란만장한 공직생활이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편안하게 대우 받으면서 살 수 있는 길을 마다한 선택”이었다. 그는 2003년부터 부정부패 추방과 공직사회 개혁운동에 앞장서 왔다. 당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완도군지부 초대지부장과 완도민주시민연대 공동대표를 맡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그는 공무원노조지부장 재임 기간 동안 공직사회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 인사비리 근절, (완도지역 연고 건설업체)소규모건설 공사 수의계약 전자 입찰제 도입 등을 요구해 개선토록 했다. 그러나 2005년도 감사계장 시절 공무원노조 총파업에
몇 년이 흐른다. 작은 섬의 주점에 한 방문객이 나타난다.몇 년이 지나서야 아내와 함께 다시 마리오를 만난 그곳으로 나타난 네루다. 주점으로 들어선 그들은 마리오의 결혼식 사진을 보면서 추억에 잠기는데, 이때 마리오를 빼닮은 한 아이가 공놀이를 하며 나타난다. 곧 아이의 엄마가 뒤따라 나오고 그녀는 아이를 파블리토라고 부른다. 베아트리체는 네루다 부부와 눈이 마주친다.울먹이는 그녀는 네루다에게 그동안의 일을 설명한다. "그 이는 아들을 보지 못했어요. 아이가 태어나기 며칠 전에 죽었죠"사회주의 시위가 발발했을 때 때, 마리오는
소월의 시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처럼 임희숙의 노래 ‘진정 난 몰랐네’처럼 우리는 정말 모르고 산다. 5년 후, 혹은 10년 후 내가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지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있을까. 전라북도 전주에서 태어나 살다가 전라남도 완도, 땅끝마을보다 더 먼 땅끝까지 와 살게 될 줄을 그녀도 정말 몰랐다.완도에 오게 된 지 이제 10년째 접어든 고순덕 씨(사진).‘사오정’, ‘오륙도’라는 말. 까마득한 듯도 하지만 잊을 수 없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40~50대 정년퇴직, 50~60대에도 일하고
2005년 가을, 어머니를 모시고 완도지역자활센터를 찾았다.그 당시 난,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던 터라 자활사업이 무엇인지도, 어떤 곳인지도 알지 못하였고, 단지 어머니가 자활사업에 참여하고자 기초 상담을 받으러 가는 길을 모셔다 드리려는 목적뿐이었다.하지만 운명이었을까?어려운 이들의 경제적 자립을 도와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자리매김시키는 일이 웬지 보람이 있겠다 싶었고, 자활사업을 접하다보니 나의 자성이 점점 그곳으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사회복지사의 길이 어느덧 10년 째.이곳에서 처음 맡았던 일은 집수리
나를 꿈꾸게 만든 것은 저 별빛이었을까? 별이 빛나는 밤에 캔버스는 초라한 돛단배처럼 어딘가로 나를 태워 갈 것 같기도 한데... 테오, 나의 영혼이 물감처럼 하늘로 번져갈 수 있을까? 트왈라잇 블루. 푸른 대기를 뚫고 별 하나가 또 나오고 있구나!별을 사랑했던 남자. 불멸의 화가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이렇게 말했다.그리고 지구가 끝나는 날까지 사라지지 않을 불멸의 명작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에'는 태어났다.아름다운 당신, 이 밤에 머해?심심해요! 그래? 그럼, 우리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으로 떠나볼까?에잉, 피이!
그녀가 전에 근무한 곳은 행정에서 약간 금기시한 섬이었다. 공무원들에겐 불편한 곳이었던 셈.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봉사도 하면서 오밀조밀 따뜻한 정을 나누기엔 딱 알맞는 곳이었다"고 그녀는 회상했다.이번주 칭찬릴레이 주인공은 고금면사무소 사회복지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강미옥 씨(49)다.그곳 섬에서 그녀는 독거노인들에게 반찬을 직접 만들어 배달해줬다. 그런 과정에서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인이나 노인들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고, 소년소녀 가장들을 남모르게 도와주기도 했다. 염전 노예처럼 동네 주민들에게 학대받고
그렇게 네루다를 그리워하고 있는 마리오에게 드디어 네루다로부터 편지가 왔다.태어나서 처음 받아보는 편지에 들뜬 마리오 가족들을 모두 모아놓고 개봉하는 편지. 그러나 편지 안엔 "네루다가 섬에 두고 온 물건을 보내 주시오 "라는 지극히 사무적인 네루다의 비서가 보낸 편지 내용이 담겨 있을 뿐이었다.모두가 실망하고 베아트리체는 심지어 자신은 아들 이름을 파블리토라고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하지만 마리오는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네루다를 변호한다."나는 네루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가 나에게 힘이 되어 주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