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놈들! 참으로 더러운 놈들.명량해전이 끝나고 한 달쯤이 지난, 1597년 10월 14일(음)의 난중일기."말을 타고 언덕 위로 가는데, 말이 발을 헛디디어 냇물 가운데로 떨어졌으나 쓰러지지는 않았고 막내 아들을 끌어안고 있는 것 같은 형상이었는데, 놀라 깨었다.""아, 이것은 무슨 징조일까!""저녁에 어떤 사람이 천안에서 와 집안 편지를 전했다. 봉한 것을 뜯기도 전에 뼈와 살이 먼저 떨리고...""아! 정신이 아찔하고 어지러웠다.""겉봉을 뜯으니 ‘통곡(慟哭)!’""어느새 간담이 떨어져 목 놓아 통곡하고
누군가 먼 곳의 저수지를 살얼음 대신 울음으로 꽉 채우는 밤입니다. 죄로 뼛속을 가득 채우고, 아픈 인연이 찬란해서 울음으로 울음을 길어올리는 밤입니다. 눈물! 영혼의 협곡에 깃들어 있는 질료. 음악의 심장 속에 둥지를 튼 그것 때문에 한 영혼이 다른 영혼의 손을 꼭 잡고 머나 먼 소행성의 헛간으로 날아가 천상의 밀주를 나눠 마신 다음에 결빙의 시간 속으로 사라져버리고 싶어하는 밤입니다. 추운 밤의 적막이란 얼어서 고드름이 돼버린 바람의 이름이라고 불러봅니다. 인간과의 어떤 인연 하나를 잊지 않기 위해 풀숲에 엎드린 짐승의 눈 속에
굽이 돌아가는 강물에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산언덕은 바람에, 골짜기 물길에 굽이 돌아간다고 아무 말 하지 않는다. 산 위에서, 하늘에서 세상이 굽이 돌아간다고 아무 말 하지 않는다. 그저 바라만 볼 뿐이다. 굽이 돌아가야 부딪치지 않는다. 자연은 이렇게 수없이 가르치고 있는데 금수강산을 망가트리고 있다. 11월은 추풍낙엽의 계절이다. 아무리 높은 권세라도 10년을 가지 못한다. 입이 열 개 있어 봐야 소용없다. 자연은 진실만 말한다. 문명의 탈을 쓰고 자연을 망가트린 죄는 영원한 죄다. 지금 이 땅은 우리들의 땅이 아니다.길이 후손
#. 만년필...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경이로움인 그 펜촉은 알렉산드리아의 등대처럼 번쩍였는데 수천개의 주름과 금,은으로 된 그 바로크풍의 자태는 나를 흥분시켰다...나는 그와 같이 경이로운 물건을 갖는다면 소설에서부터 백과사전, 그 어느 곳에라도 배달할 수 있는 편지 등 무엇이든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남몰래 확신했다...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중에서을 탄생시킨 빅토르 위고의 명품 만년필을 선망하는 소설 속의 내용 중 한 부분이다. 등대처럼 반짝이며 설원같은 백지 위를 미끄러지고 싶어하는 펜촉과 내
늦가을은 느림의 미학이다. 그냥 시간이 멈춰있는 듯 시계는 한 곳에 집중되어 있다. 아름다움이란 내일이 아니다. 순간순간 눈 마주침이다. 늦가을은 단순하면서도 풍요로운 마음이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산감이 주홍색을 띠고 있다. 바로 앞에서는 마른 꽃처럼 달린 노박덩굴 열매가 가을을 장식하고 있다. 느린 걸음 옆에 주홍색으로 변한 꽈리 열매도 볼만하다. 해가 점점 남쪽으로 치우쳐 주홍색을 띠는 열매들이 가을빛을 통과시키고 있다.느린 가을 햇빛이 창호지를 통과해 내 마음마저 비쳐오면 차분해진다. 늦가을에는 돌아가야 보인다. 바른 선으
“천지간의 괴물인 역적 허균은 듣거라""한 평생을 개나 돼지와 다름이 없는 행실로서 시중의 윤리를 어지럽히고, 음란한 일을 일상처럼 자행한 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더구나 공주 목사로 있는 동안 삼영을 설치했을 뿐만 아니라, 소양강변에 무륜당(無倫堂)을 짓고, 강변칠우(江邊七友)와 함께 도적질을 자행한 죄 또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한편으로 무도한 무리들과 작당을 하여 남대문에 방을 붙임으로써 선량한 백성들을 선동하고, 임금을 시해하고자 역모를 꾸민 죄는 극형에 처함이 마땅함으로 이에 능지처참으로 다스
용담 꽃은 가을 산등성에서 투명한 가을빛에 뚜렷하게 보인다. 용담 꽃보다 아주 작은 구슬붕이 꽃은 봄에 핀다.크기는 다르지만 꽃 모양과 색깔이 비슷하다. 용담 꽃은 산등성에서 피고 구슬붕이는 산 아래에서 핀다. 이 두 꽃은 길가에서 핀다. 봄 길을 가는 사람들은 부지런한 사람이다. 가을 길을 걷는 사람들은 뒷모습은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마음을 노래한다. 용담꽃 주위에는 억새꽃도 있고 자주쓴풀도 있고 산부추도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가을 정취를 노래하고 있다. 산등성에서 마른 풀잎 사이에 가을 하늘을 고스란히 담는 용담꽃은 느린 가을
계절에 따라 옷을 입는 자연에서 우리의 마음도 옷을 입는다. 이른 봄에 새순은 순한 마음이 자랄 수 있도록 돕는다. 봄은 온유한 마음을 갖지 않고서는 진정한 봄을 느낄 수 없다. 봄은 마음에서 미리 준비해야 온전히 맞이할 수 있다. 그 기다림은 봄의 길이를 늘일 수 있다.그래서 기다림은 외롭지 않다. 5월이 되면 연초록의 순한 잎들은 꽃물결보다 더 아름답다. 그래서 시인들은 초록꽃이라고 부른다. 그 연한 꽃잎들은 강한 햇빛을 받고 엽록소를 만들어 녹음의 계절, 여름을 맞는다. 엽록소를 많이 함유해야만 가을에 이르러 단풍이 들 수 있
당신 없는 세상을 살아보려 해너무 아파서 건드릴 수 없었던 세상차가운 기온을 온몸으로 받으며 견디는 시월그 몸이 점점 붉어지고 있어살아낼 수 없던 생을 뒤로 남겨둔 채의문을 다 풀지 못하고 떨어지는 잎새떠난다는 것은 무엇일까죽음의 빛이 그리 아름다울 수 있을까더 알기도 전에 거둬들이는 겸손한 사람에게 한 사람이 다한 사랑색색의 옷들을 벗기며 새겨 넣는한 줄의 선명한 당신이라는 나이테그러면서 말하지그것이 최선의 생이라고그것만이 자신이 이생에서 겪는무한의 시간이라고.시월, 詩월이야 / 우현자 가을은 고독의 계절. 가을은 우리를 때때로
노화 보길 섬 주민 8,500여명이 물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강우량이 평년에 비해 50.8%에 그치면서 상수원인 부황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는 등 극심한 가뭄때문이다. 지난 7월부터 2일 급수 4일 단수 제한급수를 하다 최근에는 8일 단수 2일 급수로 제한급수를 늘려 물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은 갈수록 태산이다. 행정선과 해경함정에 물을 실어 나르는 것도 일시적인 방편이다. 군에서는 2일급수 8일 단수로 약 50여일 공급할 수 있는 총 저수량 42만t 18.5%인 7만6천t을 유지하기로 방침을 세우고 날마다 관정지하수 30
완도에 이런 곳이 있었나. 들어가면 갈수록 별천지에 온 느낌이었다. 원불교 불목교당 청소년소남훈련원을 둘러 지나 찾아들어간 청해진다원. 완도에 이런 대단위 다원이라니...가만 그러고보니 산으로 ‘삥’ 둘러쌓인 청해진다원의 형세가 차(茶)로 유명한 강진 백련사와 조금 닮았다. 강진 백련사는 아암 혜장과 다산 정약용이 야생차를 즐겨 마신 곳이다. 강진 백련사의 야생 차밭은 그만큼 역사가 깊은데 고온다습하다. 청해진다원도 잘 가꾸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1996년 만들어진 청해진다원은 원불교에 하나 밖에 없는 대단위의 차밭으로
기다림은 사물을 깊게 보게 한다. 기다림이 가장 가까운 데에서 출발한다. 밤하늘에 별을 보게 하는 데에는 가슴 깊은 곳에서 기다림이 있다는 뜻이다. 가장 작은 풀잎에 이슬방울을 보게 하는 데에도 기다림의 연속이다.기다림은 기다림을 낳는다. 얼마나 걸었으리라 어느덧 너의 얼굴에 내 가슴을 묻힌다. 그것은 꽃 전체 무더기가 아니었으리라. 나에게 너의 얼굴 하나였다. 그래서 이름 없이 흔들어 대는 너의 품에 안기고 만다. 가장 부드러운 바람이 지나갔다. 사나운 개 짖는 소리도 지나갔다. 여름 지나 가을에 들어서서 철모른 들꽃이 되었다가
아무렇게나 벗어던진 운동화가 퍽이나 자유롭다. 발을 쭉 뻗어도 닿지 못할 거리의 한 짝을 향해 깨금발을 콩콩인다. 좁아빠진 현관에서 신발 짝을 찾느라 종아리 근육에 핏대가 서는데 일상에서 제자리 찾기란 또 얼마나 힘겨운 일인가.긴 연휴 끝에 다시 펼쳐질 내일이 아득한 이유다.지난 몇 주간의 무질서 했던 대소사를 떠올리며 부끄런 기억들 묻혀가는 어스름 속으로 걸음을 내딛는다.해안가는 여름내내 북새통이었다. 삼삼오오 모여앉은 사람들의 목청은 뜨거웠고 쉴새없는 젓가락과 입질에는 고추장같은 붉은 생활이 질기게 씹혔다.저 노록도의 붉은노을처
가을의 꽃들은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다.화려한 색깔도 내지 않는다. 철새들도 떠나버린 산자락에서 침묵만으로 일상을 맞이한다.들판에 벼는 고개를 숙이고 산등성을 넘어가는 서산은 그 자리에 앉아 내 안에 나를 보라 한다. 그 화려했던 꽃물결들은 어디로 갔는지 물매화뿐이다. 단아한 꽃잎을 보면 아슬아슬하게 피었다. 다소 찬 기운이 느껴오는 가을 끝자락에 가냘픈 몸으로 핀 물매화를 산길에서 처음 만난다. 10월은 몸보다 마음이 추운 계절이다. 하지만 그리움이 잠들지 않아 마음의 불씨를 움켜잡는다. 찬바람이 먼저 와서 너의 옷깃을 만질 때
편집자 주> 2018년 6·13 지방선거가 9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본보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와 향우들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지역정가에서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는 출마예상자를 소개하는 한가위 특집 을 꾸렸습니다.본지에서 소개된 출마예상자는 정가에서 하마평(下馬評)에 오르내리는 인물들로써 소개된 인물 중, 불출마하거나 출마 의사가 있지만 소개되지 못한 입후보자들은 편집국으로 연락해시면 정정 보도하겠습니다.내년 지방선거의 가장 큰 변수는 호남의 패권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어떤 싸움을 할 것이냐다
취나물은 봄나물 중에 최고로 꼽는다. 여기에서는 산나물이라고 부른다. 산에서 나는 나물로는 제일 맛이 좋아 산물이라고 부른지도 모른다. 냉장고가 없는 시절에는 햇볕에 말렸다. 지금에야 여러 방법으로 저장한다.때와 관계없이 먹을 수 있어 풍요로운 시절이다. 그러나 아쉬움도 남는다. 시절에 맞게 그리고 간소하게 먹여야 하는데 너무 복잡해졌다. 입은 하나인데 뭘 그리 복잡 다양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다음 주는 추석 명절이다. 고향을 찾는 사람들은 부모님이 있어 찾아오겠지만 그리운 추억도 있다.이른 봄에 말려놓았던 취나물과 밥 한 그릇이
사실 먹고 살기에 급급했던 과거에는 여행이니 무슨무슨 문화니 하는 말들은 그저 국어사전에나 나올 법한 단어였지, 일상에서는 거의 사용할 일이 없었다.요즘 세대야 상상도 할 수 없겠으나 목욕이란 말도 그랬다. 일 년에 두~어 번 추석, 설 명절에나 하는 행사 같은 거였으니 특별하게 쓰이는 단어였다.내 기억에 완도 읍내에는 청수탕, 완도탕, 광명탕이 있었던 것 같다.처음에는 청수탕 한곳만 있었고, 그후로 군청 밑 완도탕, 그리고 읍내에 광명장이라는 고층(5층)이 세워지면서 그 건물에 제법 규모가 큰 목욕탕이 생겼다. 초등학교 몇 학년
우리는 보통, 어떤 고난과 역경이 오더라도 그 사람이 한길을 간다면 그 사람의 가치와 철학을 존중하고 인정하게 된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은 ‘진심’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어떤 외부의 구차한 공격도 통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의 길이 있을 뿐이다.김주 전 군의원. 1981년 대한적십자 완도봉사회 입회, 1986년 대한적십자 청해봉사회 결성 초대회장 역임, 1986년 완도여성단체연합회 결성 멤버 참여, 최연소 총무 6년·부회장 6년·회장 5년을 역임하고, 37년을 ‘봉사’라는 한 길을 걸어왔다.
편집자 주> 본 섹션은 창간 27주년을 맞은 완도신문이 정론의 역할을 다짐하면서, 더 소외된 지역, 주민들을 찾아 쌍방 간 원활한 소통에 앞장서겠다는 일환으로써 문화 소외계층인 섬 주민을 대상으로 9월 중순부터 '찾아가는 섬마을 영화관' 무료영화를 상영하여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 드리는 장으로, 상영한 마을을 본지에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강원도 인적 드문 곳에 위치한 평화로운 마을 청솔리.이 작은 마을 분교에 오랜만에 새로운 선생님이 부임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곳에 부임하기로 한 진짜 선생님 장근(류승범)은 부임 도
한국고용정보원, 30년 뒤 완도군 소멸 연구결과 발표완도가 30년 뒤에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전남 22개 시·군 중 15곳의 지방자치단체도 포함됐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 6일 ‘한국의 지방 소멸 2’ 연구 결과에서 소멸위험지수는 아이를 낳을 수 있는 20~39세 젊은 여성 인구와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중을 따져 발표했다.소멸지수가 ▲1.5 이상이면 ‘소멸 저 위험’ ▲1.0 이상~1.5 미만이면 ‘정상, ▲0.5 이상~1.0 미만이면 ‘소멸 주의’,▲ 0.5 미만이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했다. 0.2 미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