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직장에서 만난 이동진 박사는 서울에서 정치학을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가 박사학위를 받고 평생을 미국 대학에서 교수로 일해 왔다. 그가 미국인 부인과 함께 한국으로 들어올 생각을 했던 것은 순전히 김대중 선생을 위해서였다. 김대중 선생이 대통령이 되기 전에 했던 모든 말들은 두 분의 손으로 영어 번역됐다. DJ의 해외 활동, 영어로 된 저서와 연설문, 매년 노벨상 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들도 그들이 만들고 정리했다.이 박사의 부인인 이라빈 여사에게 언젠가 내가 물었다. “미국인들이 왜 김과 미역을 먹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이
5월 29일 소안도에서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한국전쟁 전후로 국가 공권력에 의해 무고하게 희생된 민간인 250여 영령들을 위로하는 추모제다. 희생자 수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100여 명 유족들이 뜨거운 햇볕 아래 눈물을 삼키며 우리 역사와 국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었다.둥근 모양의 위령탑 한 부분이 끊어진 듯 이어져 있다. 끊어진 과거와의 화해를 위한 염원이라고 했다. 그 위령탑 앞에 양쪽 모서리가 다듬어지지 않고 거친 검정 대리석 판 위에 신영복 선생의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다. “이 아픈 영혼의 상처를 아물게 하소서.” 그
우리 완도는 지난 5월 1일 대한민국 청정바다의 수도임을 만방에 고했다. 이제 자고로 완도는 깨끗한 ‘바다의 왕자’여야 한다. 이번 선포를 그저 일회성 행사로 여겨서는 안 된다. 그래서 청정바다의 진정한 수도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톺아보기로 한다.지난 4월 내내 해양수산부와 전남도와 완도군에 줄곧 물었다. 2010년 이후 완도 바다의 수질이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관한 자료를 요구했다. 결국 돌아오는 공통의 답변은 “자료의 무존재”였다. 없으니 당연히 줄 수 없다는 거다. 바다의 수질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비교하는 작업조차 하지
섬에서 살며 이웃 섬으로 출퇴근하는 내가 이번 4월 초에 겪은 일이다. 퇴근 후 귀가 길에 막배 승선권을 사기 위해 들렀던 작은 항 대합실 매표원으로부터 들은 얘기다.하루 전날 나이 지긋한 노인이 대합실로 들어와 표를 달라고 하더란다. 여객선 직원인 그 매표원이 노인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자, “당신이 경찰이라도 그렇게는 못해. 당신 먼저 신분증 꺼내!”라며 거부하더란다. 그 매표원이 “신분증 없으면 대합실에 마련된 민원발급기에서 증명서를 발급받으라” 재차 요구하자 결국 싸움으로 번졌다. 둘이 서로 싸우는 뒤로 배를 타려는 사람들
지난 20일과 21일 이틀간 고금도 용초 앞 민대수에 개텄다.영등 할머니 기도로 바다에 ‘모세의 길’이 생겨 그리운 이들 만날 수 있는 날, 연중 물이 가장 많이 빠지는 영등사리다. 전국에서 기적의 바닷길이 열리는 때도 이날이다. 고금도 용초에서도 이날 특별한 일이 벌어진다. 민대수 개불축제다.민대수는 고금도 용초 앞에 있는 작은 무인도로 개불이 많이 난다. 그렇다고 아무나 매번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연중 이틀 동안 한 집에 단 둘만 출전할 수 있다. 이 동네 규율로 엄한 편이다. 선수들 중에 젊은 사람들도 여럿 보인다. 최
이번 조합장 선거에서 서광재 후보가 57.3% 득표로 완도금일수협의 새 조합장으로 당선됐다. 축하한다. 조합원들과 군민들에게 약속한 “잘 사는 어촌, 행복한 어촌, 복지 수협”을 꼭 실현하길 빈다. 또 “생산에서 판매까지 상품의 고부가가치 향상으로 조합원에게 소득 환원,” “유통단계 축소 및 유통비용 절감으로 어가 수익 증대,” “상호금융사업 활성화” 등 공약들이 지켜지는지 볼 것이다.그런데 우선 취임 이전에 서 당선자가 반드시 확인할 것이 있다. 그리고 시급히 개선하길 바란다.완도읍 수협 활어종합유통센터는 준공 당시(2007년)만
완도수목원에서 숲해설가 초급과정을 듣던 지난 2010년 9월 1일 제 블로그 노트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버섯은 대부분 생물이나 무생물에 기생하며 살아간다. 말이 기생이지 생태계에 꼭 필요한 분해자의 역할을 한다. 모든 유기물, 즉 생산자와 소비자를 분해하여 본래의 자연상태로 돌려놓는 일을 한다. 심지어 바위조차 분해한다. 따라서 식용이나 약용의 가치로만 버섯을 판단하는 것은 어쩌면 버섯의 극히 일부만을 이해하는 거다.”그날 "버섯의 이해"를 주제로 강의하셨던 선생님이 지난 10일 저희 사무실에 오셨습니다. 버릇없이 굴었던 저
을미년 설날이었던 지난 2월 19일 진도의 국립남도국악원에서 “새해 새나래”를 주제로 설날 공연이 장엄하고도 감동깊게 펼쳐졌다. 남도국악원 소속 성악단과 기악단, 무용단이 출연해 보배의 섬, 진도의 대표적인 전통문화를 선보인 것이다.설을 맞아 고향을 찾은 아버지와 딸이 자전거를 타면서 마을 어귀에 나타나 과거를 회상하면서 새로운 희망과 추억을 찾아가는 형식의 인상적인 공연이었다.양손에 북채를 잡고 힘차게 노는 진도북놀이, 보름달 아래서 연행되는 강강술래, 무형문화재 51호로 지정된 노동요인 남도들노래, 진도 출신 박종기 명인이 최초
입학생 열 명이 안 되면 학교를 없애고 거점고에 통합한다. 불가피한 측면이 있음을 안다. 대신 거점고 하나에 여러 지원이 집중된다. 교육의 질도 그만큼 개선될 거다. 그런데 최근 그 학교에 가보니 난장판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교실 밖 복도와 공사현장은 철제 셔터 하나의 경계만 있을 뿐이다. 아무리 방학 중 학습이라지만 이 정도라면 도를 넘어서는 거다. 갑자기 아이들이 불쌍해졌다. 그들은 다만 운이 없는 것일까. 다가오는 봄이 오면 저 대토목공사가 끝날까. 내가 중3 부모라면 심각하게 고민했을 거다. 내 아이가 저
완도군의회 마크와 뱃지는 무궁화 꽃 안에 議자가 들어있는 모양이다. 본회의장 의장 명패는 한자다. 의사담당과 사무과장 명패 역시 한자다. 그런데 의회 깃발의 완도군의회는 한글이다. 의원 개인 명패 역시 한글로 쓰였다. 그런데 3층 의원실 개인 책상 위 명패는 한자 표기다.마크에 있는 議라도 한글로 바꾸자고 하면 억지일까? 국회의원 뱃지도 최근에 한자 대신 한글 '국회'로 바꿨다. 한글날에 읖조린다.
7월 30일 완도읍 장날. 이른 장을 보고 돌아오는 고금도 사람들이 탄 빨간 버스가 신지도 송곡항에 도착했다. 불편한 몸으로 여객선 표를 사러 신분증을 들고 하나 둘 버스에서 내린다. 주민번호를 컴퓨터에 입력한다. 신분을 확인하고 연락처까지 적은 후 표를 받아 다시 차에 오르는 사이 배는 이미 떠났다. 세월호 사고 이후 섬 사람들이 겪는 일상이다. 그러면서 모두가 입에서 내뱉는 말이 "그놈의 세월호"다.진도 사람들은 사고 후 팽목항에 이르는 모든 가로수에 노란 리본으로 수를 놓았다. 가족을 잃고 슬퍼하는 유가족들을 위로하며 함께
우리군에서 오는 2014년 4월 18일부터 5월 11일까지 24일간 '해조류는 생명이다'라는 주제로 완도읍 일원에서 ‘2014 국제 해조류 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이다.지역의 특산물인 해양생물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이를 발판으로 지역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외국 바이어를 초청하여 우리 고장에서 생산한 각종 해조류를 국.내외에 판매하게 된다. 이 행사에는 총 150억 원의 사업비(국비 80, 지방비 70)가 투입되게 된다.행사 개최가 불과 2년 밖에 남지 않은 이 시점까지도 구체적인 행사계획이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
고금도서 완도 가는 버스 안에서고금도에서 완도까지 다니는 고금여객은 주로 노인들을 위한 버스다. 평일날 한 시간에 한 번 꼴로 운행한다. 이 버스는 완도버스터미널에 결코 가지 않는다. 가야 하는 줄 알고 있는데 안 간다.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다. 그래서 광주나 서울에서 버스타고 완도에 왔다가 고금도를 가려면 승강장까지 택시타거나 걸어서 가야한다. 승강장 위치는 알 것 같은 사람을 찾아 물어보면 된다.언젠가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후보간 토론회에서 서울시내 전철(또는 버스)요금을 몰라 진땀을 뺀 적이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 완도 아이
이번이 세번째 다리다. 첫 번째 완도대교는 1969년에 세워진 철교로 1차선이다. 이 다리 개통으로 완도는 섬 신세를 면했다. 철교 왼편으로 현재 사용 중인 2차선 다리는 1985년에 개통됐다.다리의 노후와 교통량의 증가로 새로운 다리를 건설 중에 있다. 언론보도에서 군이 가급적 빨리(설전에) 개통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고 한다.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늦어도 좋으니 제발 안전하고 아름다운 다리가 놓여 지길 기대한다.현재 이용하고 있는 두 번째 다리의 완도 원동 쪽 입구에 과적차량 단속을 위한 사무실 벽돌건물이 최근에 헐
완도중학교가 '사교육 없는 학교'로 지정되었다. 다음 주부터 방과 후 보충수업을 '실시'한다.인터넷 홈페이지에 '사교육 없는 학교'에 대한 정보가 없다. 홍보가 부족하다. 어렴풋이 알고 있는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벌써부터 반발하고 있다. 사교육 없는 학교로 지정된 완도중학교 현주소가 이러하니 여러 곳에서 불만과 회의적인 반응들이 나올 수밖에.교육부가 전국 457개 학교를 사교육 없는 학교로 지정했는데 그 중 중학교가 142개다. 완도에서는 완도중학교가 선정됐다. 사교육 경감대책의 일환으로 운
그곳엘 가면 맨 먼저 하마비와 만난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말에서 내려라"는 뜻일 거다(大小人員皆下馬碑). 그곳에 무엇이 있길래 그럴까? 먼저 왼쪽 바닷가 월송대라 불리는 작은 소나무 언덕을 오른다. 이 곳은 정유재란 당시 삼도수군통제사였던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순국한 뒤(1598년 11월 14일) 충남 아산으로 이장하기 전 80여일 동안 매장되었던 가묘다. 소나무 숲 사이로 약간 봉긋한 가묘 가운데 부분은 여전히 풀이 자라지 않는다.전에 찾았을 때는 가묘를 둘러싼 울타리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철제
모처럼 맑게 갠 주말 오후입니다.어제까지 비가 막 퍼붓더니 오늘은 갠 걸 보니완도는 참 복이 많은 모양입니다.지금 신지 명사십리 해수욕장에서케이비에스 전국노래자랑 녹화를 하기 때문입니다.맑고 푸른 하늘 아래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완도수협 앞, 노래하는 등대 있는 방파제를 다녀왔습니다.새로 공사를 해서인지 방파제 바닥이 깨끗하니 좋습니다.그런데 좀 들어가니 물이 고였습니다.그 고인 물 속에 갈매기도 있고, 등대도 있습니다.반영이 아주 좋습니다.이걸 기대한 것은 아니겠지요.비가 그친 지 하루가 지났는데도 이렇다면비가 내리면 얼
완도읍에서 4킬로 떨어진 바닷가에 구계등 있다이래 뵈도 명승 제3호로 지정된 유명한 곳이다둥근 검은색 자갈이 아홉 개의 계단을 이룬다 하여 구계등이다길이가 750여미터에 이르고 너비가 80미터가 넘는다아이 주먹만한 돌에서 어른 머리보다 큰 둥근 돌들이 바다와 숲과 함께 장관을 이룬다자갈밭 뒤로 방풍림이 우겨졌는데큰 바람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해주는 수호신이다이 숲 사이로 작은 오솔길이 있는데 이것이 구계등 답사의 진면목이다구계등에 오거든 이 숲길을 따라 산책하는 것을 놓치지 마시라이 방풍림의 서쪽 끄터리 쯤에 이르면 허름한 오두막이 숲
스티로폼 부표에다 섬 표지판을 돛처럼 달았습니다. 하여 완도호가 이처럼 순항했으면 좋겠습니다.어린이집 아이들의 축하공연이 좋습니다. 완도는 정말로 式을 좋아합니다. 온갖 가능한 式은 모두 거행합니다. 준공식, 선포식, 체결식, 환영식, 협약식, 개장식, OO식...완도에서 여성주간 기념식이 열렸습니다. 내로라 하는 분들은 모두 단상에 있습니다. 도지사, 국회의원 부인이 자리를 빛냈습니다. 군수 내외분이 함께 오르셨군요. 도의원, 군의원들도 모두 자리했습니다.지역 발전을 위해 불철주야 애쓰시는 영광의 얼굴들입니다. 진행자가 한 분씩
오늘 아침 바다는 사리(10물)다. 제법 물이 많이 빠졌다. 서둘러 중리로 달렸다. 기다렸던 그물이 드러났다. 바다와 논의 경계인 둑에는 늙은 소가 풀을 뜯었다. 갯벌 위로 파란 깃발 하나 간짓대(장대) 위에 펄럭인다. 무슨 상징인지 동네 사람만이 알 것이다.섬마다 동네마다 대동소이하겠지만, 바다를 물과 뻘의 영역으로 나누자면, 물은 남자들(어촌계)의 공간이고 뻘은 여자들(부녀회)의 영역이다. 따라서 관리하는 책임이 다르다.내가 태어나고 자랐던 고금도에선 거의 매일 당번을 정해놓고 한 집에서 한 사람씩 빨간 깃발을 들고 개(갯벌)를